한국피플퍼스트 탈시설 촉구
장애인 시설·자립 생활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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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피플퍼스트가 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발달장애인의 시설 탈출 자유-독립 선언’ 기자회견에서 발달장애인들의 탈시설을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1.01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더 이상 발달장애인을 시설에 가두지 마라!”

김애정(여)씨는 발달장애인이다. 목포 OO주공아파트에 혼자 사는 그는 동료 상담가로 나눔 교육 강사로 활동 중이다. 현재 삶에 만족하고 있으나 그 이전까지 장애인 시설에서의 삶이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자유롭지 못한 통제된 삶 때문이라는 것이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도 ‘탈시설지원법’을 규정하고 있으나 현재 우리나라는 그 규정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단체에 따르면 현재 장애인 시설에 약 3만명의 장애인이 살고 있는데, 이들의 80~90%는 발달장애인이고 인권유린·학대·노동착취 등을 당한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문제는 가족이 장애인들을 책임 못 지는 경우가 많아 시설에 보내고 있으며, 이 경우 장애인은 자의가 아닌 상황에서 시설에 내몰려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김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김씨는 처음 시설에 들어갔을 때 점심시간에 김치에서 벌레가 기어 다니는 걸 보고 그 이후 한 달 정도 밥을 먹지 못해 의사에게 영양실조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의사가 “요즘 같은 세상에 영양실조에 걸리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라고 말하자 김씨는 옆에 시설 원장이 있어 대답할 수 없었다고 그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시설에서 착취와 학대도 많이 당했다고 한다. 시설이 전남 무안군 외진 곳에 있는데, 김씨는 여기 선생님들이 일을 시키고 임금도 모두 가로채 갔었다고 말했다. 또 선생님들이 플라스틱 자의 날을 세워 손등을 많이 때렸으며, 밤에는 술을 먹고 허리띠로 때리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시설에서 독립한 김씨는 적금을 들고 강아지를 키우며 혼자 여행도 한다고 한다. 현재 삶에 매우 만족하며 하루하루 즐겁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설에서 살아가는 많은 발달장애인도 탈시설해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피플퍼스트가 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발달장애인의 시설 탈출 자유-독립 선언’ 기자회견에서 발달장애인들의 탈시설을 강조하면서 정부에 이를 촉구했다.

최근까지 서울 지하철 시위를 진행하던 전국장애인철폐연대(전장연) 등 장애인 단체들이 요구하는 핵심 사안 중 대표적인 게 탈시설이다. 반면 탈시설이 ‘장애인이 위험한 상황에 부닥치게 할 수 있다’며 탈시설 ‘반대’ 집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발달장애인들의 시설 및 자립 생활의 증언이 나왔다.

기자회견 처음 발언에 앞서 이들은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들에게 묵념으로 애도를 표했다. 사회자인 박경인 피플퍼스트서울센터 활동가부터 마지막 발언자까지 모두 발달장애인이었다. 현장에 약 50명의 발달 장애인이 있었으며 이 중 16명이 한사람씩 순서에 따라 발언을 이어 나갔다. 발언자 가운데 비장애인의 도움을 받아 시설·자립생활에 대해 증언을 하기도 했다.

이들은 탈시설의 이유에 대해 자신의 의지가 아니며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부모와 국가가 발달장애인을 시설에 입소시키는 것은 자립할 수 있음을 무시하고 오로지 양육과 돌봄의 대상으로 보며 이를 방치한다는 주장이다. 또 탈시설의 선택권은 시설을 유지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시설에 사는 발달장애인과 탈시설 당사자가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후 4개월째 시설에 맡겨져 지난 2017년에 자립한 발달장애인 문석영씨는 “비장애인 형제들은 보육원에 가지 않고 나 혼자만 시설에 들어간 이유는 내가 장애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곳에서 사는 것이 부러웠다”고 증언했다.

한국피플퍼스트는 정부에 “시설에서 살기를 ‘선택’하라 말하지 말라”며 “우리가 탈시설 과정에 완전히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알맞은 정보를 만들어 달라”고 촉구했다.

#한국피플퍼스트 #탈시설 #전장연 #지하철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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