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25개 자치구가 이태원 참사 국가애도기간인 31일부터 이달 5일까지 합동분향소를 운영한다. 서울시는 31일 오전 10시 서울광장에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개방했으며 이달 5일까지 매일 오전 8시∼오후 10시 조문객을 받는다.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 관할 구청인 용산구는 31일 오전 10시 30분부터 11월 5일까지 녹사평역 광장에 합동분향소를 24시간 운영한다. 다른 시내 자치구도 합동분향소를 속속 설치했다. 각 자치구는 국가애도기간 중 축제성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도록 했다. 유가족에 대해서는 자치구 직원을 일대일로 연결해 장례를 지원하고 도울 방침이다. 시는 “자치구와 함께 유가족을 위한 장례 절차 등 후속 조치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광장에서 추모를 마친 일부 시민은 희생자와 그 가족의 슬픔을 떠올리며 안타까워했다. “어떻게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이런 원시적인 사고가 일어날 수 있을까” “이제 길을 걸어가면서도 혹시 모를 위험에 스스로 대비해야 하지 않나” “좁은 거리보다 넓은 길을 가야 안전하지 않을까” 등의 안전에 대해 우려스러운 말을 주고받는 이들이 보였다. 

현대 사회는 위험 사회라고 한다. 사회 곳곳에 위험 요소가 항상 도사리고 있다. 위험의 바다에 둥둥 떠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시도 마음이 놓이지 않고 조마조마하다. 언제 나에게 위험이 닥칠지 모른다. 그래서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대표적인 명저 ‘위험 사회’에서 “현대 사회에서 빈곤은 위계적이지만 스모그는 민주적이다”며 인류의 새로운 위협인 공해가 계급은 물론 인종, 종교, 이념에 상관없이 보편적이고 잠재적인 위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울리히 벡이 거론한 위험은 공해뿐이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 양산되는 모든 위험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울리히 벡은 “19세기와 20세기 초반, 공장이나 일에 관련된 위해와는 달리 새롭게 등장한 위험은 더 이상 특정 지역이나 집단에 한정되지 않는다. 이 위험은 국경을 넘어 생산 및 재생산 전체로 퍼져 나가는 전 지구적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위험은 초국가적이며 비계급적 특징을 지닌다”고 말했다.

이미 지난 3년 코로나19의 악몽으로 위험사회의 돌발성을 충분히 느끼며 살았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촘촘한 사회 안전망도 갖췄다고들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 ‘이태원 사고’는 우리 사회가 위험 사회에 얼마나 무방비 상태로 놓여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등 정부 당국의 사전 대비와 현장 통제는 안일하고 소홀했다는 지적을 결코 피할 수 없다. 사고 하루 전날에도 핼러윈 축제로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뻔했는데도 제대로 된 예방조치는 없었다. 

많은 군중이 몰리는 각종 대형 집회에 대해서 면밀한 사고 예방과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세계 선진국들은 이미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위험 사회’에 대비해 각별한 대비책을 마련해놓고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위험 사회’에 대한 신호가 다양한 곳에서 울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안감을 그대로 노출한 채 지나치지 않았나 깊은 성찰과 반성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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