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승려 문예, 추념곡 공모전 시상
진우스님 “5.18, 세월호 못잖게
10.27법난 진상 규명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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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김민희 기자] 10.27법난 제42주년 추념 문화제가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렸다. 사진은 10.27법난 승려 문예 공모전 시 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청화스님(오른쪽)이 대한불교조계종(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왼쪽)과 기념촬영하는 모습. ⓒ천지일보 2022.10.28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우리는 10.27법난에 대해 분노할 줄 몰랐습니다. ‘이제 불교는 망했구나’라며 자탄하고 탄식하고 절망하고 의기소침했습니다. 분노하고 저항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입니다. 앞으로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10.27법난에 대한 분노를 전 종도적으로 갖도록 했으면 합니다. 그래서 이 분노가 앞으로 불교를 더욱 발전시키고, 향상시키고, 중흥시키는 에너지가 되도록 합시다.”

10.27법난 승려 문예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청화스님은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10.27법난 제42주년 추념 문화제’에서 추념시를 낭독하기 전 이렇게 호소했다.

10.27법난은 1980년 10월 27일 신군부의 권력 핵심인 합동수사본부에서 불교계 정화를 명분으로 스님과 불교 관련자 153명을 강제 연행해 수사‧고문한 사건이다.

대한불교조계종(조계종)은 10.27법난을 추념하기 위해 매년 추념식과 피해자 역사 순례, 각종 공모사업 등을 전개하고 있다. 올해는 42주년을 맞아 추념식과 함께 ‘전국 승려 문예 공모전’과 ‘추념곡 공모전’ 시상식, 문화공연 등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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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김민희 기자] 10.27법난 제42주년 추념 문화제가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렸다. 대한불교조계종(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추념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0.28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추념사에서 “우리 종단은 역대 총무원장 스님들을 중심으로 10.27법난으로 인해 실추된 불교계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진상 규명을 위한 추진위원회 발족, 국무총리의 대국민 사과, 10.27 명예 회복을 위한 법률 제정 등 많은 노력을 경주했다”며 “이제 저희의 소명은 10.27법난 추념 사업의 주요 과제인 추념관 건립 사업을 조속히 마무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5.18 민주화운동이나 세월호 등 사회적 참사의 진실 규명 못지않게 10.27법난의 진상을 밝히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며 “역사의 법정엔 시효가 따로 있지 않다. 정부는 법난 피해 생존자와 불교계가 납득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진실 규명을 위한 노력을 다해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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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김민희 기자] 10.27법난 제42주년 추념 문화제가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렸다. 10.27법난 피해자 모임 회장이자 대한불교조계종(조계종) 명예 원로의원 명선스님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0.28

10.27법난 피해자 모임 회장이자 조계종 명예 원로의원 명선스님은 부축받으며 단상에 올라 “10.27법난은 종단적으로 큰 수치스러운 일이고 오점을 남긴 일”이라며 “이 시대에 그런 치욕과 수모를 당했으면 후손들에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경각심도 주고 사실대로 알려줄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10.27법난을 겪은 사람이나 안 겪은 사람이나 첫째 화합해야 한다”며 “총무원과 머리 맞대 같이 협조하고 일을 해결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10.27법난 전국 승려 문예 공모전 시 부문에 청화스님, 산문 부문에 도해스님이 각각 대상을 받았다. 추념곡 공모전 작사 부문은 허말임씨, 작곡 부문은 팀 건디가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시상식 이후 10.27법난 추념 음악극과 국악인 오정해씨의 문화공연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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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김민희 기자] 10.27법난 제42주년 추념 문화제가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렸다. 사진은 문화공연이 열리는 모습. ⓒ천지일보 2022.10.28

다음은 10.27법난 전국 승려 문예 공모전 시 부문 대상을 받은 청화스님의 추념시.

연근(蓮根)이여, 연근이여 – 10.27법난을 상기하며

아무도 부르지 않았거늘
무어라 검은 안경을 끼고 와서
온 세상을 거칠게 움켜쥐고
흰빛 나게 빨아야 한다고
그 숨 막히는 호루라기를 불었던가
기이 무슨 맘 먹고
방망이질하여 빨래를 하려거든
오래 때 절은 옷들이나 빨 일이지
사람들은 왜? 사람들은 왜?

그래, 검은 안경을 끼고 보면
연(蓮)밭도 한낱 걸레로 보이던가
푸른 연잎들 마구 꺾어
붉은 연꽃들 마구 꺾어
그 모진 방망이질을 하다니!
그것도 미꾸라지 촐랑대는 웅덩이들
잡초 우거진 습지들 다 두고
하필이면 달빛 은은한 연밭에 와서

그랬으니 어찌 어김이 있으랴
끝내 겨울은 오고 말았다
방망이질의 그 끝의 계절
불의(不義)는, 불의는 이런 거라고
법(法)은 얼음덩이를 던지고
사람들은 돌을 던지고
그리하여 성한 데 없는 몸으로
한 시대(時代)가 저무는 산(山)을
그는 절룩거리며 넘어가지 않았던가

그렇거늘 연근이여
끌어안지 못할 것이 없는
넓은 가슴을 가진 연근이여
분노도 원망도 한때의 불
이제는 그가 남긴 탁한 물에도
그때의 흉터를 지운 뿌리를 내리고
새 연잎 새 연꽃을 피울진저
또 하나 연밭을 만들진저

#조계종 #10.27법난 #추념문화제 #공모전 #청화스님 #오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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