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도시’ 이미지 탈피 노력
수도권 가까워 신청자 많아
북한산 끝자락 둘레길 힐링
의정부 역사 담아낸 사진 전시
VR 안경 쓰며 가상현실 체험
국내 최초 의정부미술도서관
컬링 체험으로 관광객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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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미술도서관을 찾은 시민들이 1층 열람실에서 노트북으로 인터넷 강의를 듣는 등 자유롭게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1층 열람실에는 미술전문서적이 비치돼 있다. ⓒ천지일보 2022.10.27

[천지일보 의정부=김서정 기자] 경기북부의 중심 도시 의정부시는 한국전쟁 이후 미군부대가 들어서면서 급속한 성장을 이뤘다. 그 반면 70년간 국가 안보를 이유로 많은 부지를 주한 미군에게 공여하고 접경지역으로서 규제를 받게 되며 지역발전이 오랫동안 정체됐다.

지난 2018년 미군 부대가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의정부시는 본격적으로 정체성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미군 부대였던 자리에 공원을 조성하고 어두운 이미지를 벗고 문화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미술도서관, 음악도서관 등을 건립했다. 특히 지난 5월에는 푸른 나무들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통창의 영어도서관을 개관해 눈길을 끌었다. 

무엇보다 젊고 신선한, 오고 싶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시는 지난 4월부터 ‘자연·도시·문화 어울림의 도시 의정부’라는 주제로 시티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지난 22일 의정부 시티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해 하루를 함께하며 직접 체험해봤다. 서울에서 1시간 정도면 찾을 수 있는 부담스럽지 않은 거리에 각종 체험을 적은 비용으로 할 수 있어 일찌감치 마감됐다. 이날 프로그램 참가자들도 대부분 서울·경기 지역 시민들로 가족, 커플, 60대 부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가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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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가 직접 잡은 거미를 현미경 통에 담아 시티투어 참가자들에게 보여주며 거미의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0.27

◆트래킹과 VR 등 문화 체험 즐겨

시티투어의 시작은 시청 옆 직동근린공원에서부터 시작된다. 울긋불긋 완전히 물든 단풍을 볼 수 없어 조금 아쉬웠지만 새로운 곳을 탐방한다는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참가자들은 문화해설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문화해설사는 솔방울과 도토리 등 자연의 소재로 만든 장난감을 참가자들에게 나눠주며 “플라스틱이 아닌 자연도 충분히 놀잇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초등학생은 직동공원에 화려하게 핀 꽃을 보자마자 “와”하고 소리를 지르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팔을 활짝 벌리고 꽃밭 사이를 기분 좋게 달리는 모습에 참가자들도 여유 있는 미소를 띠었다.

북한산 끝자락의 둘레길에 들어서자 계곡 물소리와 함께 새소리가 쌓인 피로를 풀어준다.

산을 오르던 사람들은 팔을 앞뒤로 흔들며 깊은 호흡으로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기도 하고 스트레칭도 하며 시원한 가을을 만끽했다.

남편과 함께 투어에 참가한 40대 여성은 “별로 기대를 안 했는데 생각보다 유익하다”며 “해설사의 이야기를 통해 많은 것을 알게 됐다”고 뿌듯해했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부대찌개 거리 맞은편에 있는 ‘퓨전문화 홍보관’이다. 이곳에는 의정부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관광 지도와 의정부의 역사를 담아낸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다양한 투어 프로그램을 찾아 전국을 여행한다는 60대 부부는 “주로 경기도로 투어 프로그램을 신청해 가볍게 다녀온다”며 “가격도 부담 없고 시에서 추천한 곳들을 주로 가기 때문에 편하게 즐길 수 있다”고 소개했다.

초등학생 아이를 둔 40대 부부는 “사실 투어 프로그램이 아니고서는 의정부에 개인적으로 올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생각보다 아이들에게 유익한 프로그램들이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퓨전문화 홍보관에는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가 가능한 컬러링 북과 엽서가 비치돼 있다. 아이들은 색연필로 부대찌개, 의정부경전철이 그려진 종이에 다양한 색깔을 입히기도 하고 편지를 쓰기도 했다. 홍보관 입구 옆으로는 부대찌개를 연상하는 주황색으로 실내를 장식한 VR 체험관이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한 남성이 VR 안경을 쓰고 팔을 이리저리 흔들며 가상으로 부대찌개를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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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찌개는 햄, 소시지, 베이컨 등 서양식 재료에 전통 고추장과 떡, 푹 고아낸 육수, 신선한 야채가 들어가 매콤한 국물이 일품인 한국식 퓨전음식이다. ⓒ천지일보 2022.10.27

◆부대찌개 거리에서 점심 한 끼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사람들이 하나둘씩 부대찌개 거리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바람에 날리는 만국기 아래 사람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식당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TV 프로그램에 한 번쯤 등장한 식당 앞에는 기본 10팀 이상이 대기하고 있었다. 부대찌개 거리에 즐비한 수많은 식당 중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고민하던 참가자들에게 투어 가이드는 “유명한 식당은 사람이 많고 지역 주민보다 타지역사람들이 더 많이 간다. ‘내가 가는 곳은 다 맛집’이라고 생각하면 맛있다”며 다양한 식당을 추천했다. 

친구들과 주기적으로 우정 여행을 다닌다는 이화연(가명, 여)씨는 “식당 선택이 정말 탁월했다”며 “맛있어서 친구들 모두 포장용으로 구매했다”고 부대찌개가 담긴 박스를 들어 보였다. 이씨 친구들의 손에도 각각 부대찌개 포장 용기가 들려 있었다.

식사를 마친 후 참가자들은 행복로 거리와 제일시장을 둘러보거나 커피를 마시기도 하며 1시간가량 자유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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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의정부시 녹양동 컬링경기장에서 시티투어 참가자들이 컬링스톤이 잘 이동하도록 빙판을 브룸(broom)으로 닦고 있다. ⓒ천지일보 2022.10.27

◆시티투어서 즐길 수 있는 컬링

다음 목적지는 시티투어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인 ‘컬링경기장’이다. 

얼음판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플라스틱 실내화로 갈아신고 경기장 안을 들여다보니 큰 유리창 너머로 경기를 즐기는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코치의 구령과 함께 스트레칭을 하고 3명의 코치를 따라 경기장에 들어서니 공기가 꽤 차다. 경기에 앞서 빙판에서 안전하게 이동하는 방법, 스톤이 잘 이동할 수 있도록 브룸(빗자루)으로 스위핑(빗질)하는 방법, 스톤을 던지는 자세 등 전문 코치의 설명에 참가자들 모두 몰두한 모습이다. 평소 쉽게 체험할 수 없는 경기에 20명의 참가자들은 세 그룹으로 나눠 뜨거운 결전을 펼쳤다. 참가자들은 “더 빨리” “더 세게”를 외치며 경기에 집중했다.

한 50대 참가자는 “어린 시절에 하던 비석 치기 같기도 하고, 꽁꽁 언 강물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것 같기도 하다”며 “오래간만에 정말 즐겁게 놀고 스트레스도 풀었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여행사를 통해 서울 근교로 시티투어를 다닌다는 60대 부부는 “어디에서 컬링 게임을 즐겨보겠냐”며 “정말 만족스럽다. 게임을 하면서 단합도 돼 둘 사이가 좋아졌다”고 껄껄 웃었다. 30대 남성 참가자는 적성을 찾은 것 같다며 경기 내내 놀라운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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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에서 내려다본 미술도서관의 모습. 의정부미술도서관은 국내 최초의 미술전문도서관으로 2020년 한국건축문화대상을 받았다. ⓒ천지일보 2022.10.27

◆미술전문도서관서 자유 시간

의정부미술도서관은 국내 최초의 미술전문도서관으로 2020년 한국건축문화대상을 받았다. 지루할 수 있는 도서관의 이미지를 벗고 세련되고 활력 넘치는 도서관으로 중앙의 원형 계단을 통해 2층과 3층으로 이동할 수 있다. 1층에는 전문 미술 서적들을 비치했으며 이용자들의 특성에 맞게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테이블을 놓았다. 노트북으로 인터넷 강의를 듣는 사람, 영어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1층 열람실에 앉아 자유롭게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기다란 소파에서 두꺼운 미술책들을 쌓아 놓고 보는 사람도 있었다. 

원형 계단을 통해 2층에 올라가자 5살 남짓 되는 남자아이가 소파에 반쯤 기대어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 아이의 엄마는 책으로 얼굴을 덮은 채 잠을 청하고 있었다. 미술관 2층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책상은 없다. 마치 동화 속에나 나올법한 공간에 들어가 아이들이 엎드려 책을 읽기도 했다. 3층에 올라서니 향긋한 커피 향이 코끝을 스친다. 도서관을 찾은 사람들은 커피숍 앞 작은 원형 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기도 하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은 한 참가자는 “시티투어 중 미술도서관이 제일 마음에 든다”며 “다음에는 도서관이나 미술관 코스로만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백영수 미술관과 음악도서관에도 가 보고 싶다”고 아쉬워했다. 

북한산 둘레길부터 공원, 먹거리, 문화, 도서관, 스포츠 체험까지 그야말로 의정부를 하루 만에 다 들여다볼 수 있는 시티투어 체험을 통해 알찬 하루를 보내길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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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미술도서관 입구에서 한 아이가 '스탬프 팝' 어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큐알(QR)코드로 방문 인증을 시도하고 있다. 시에서 지정한 지역에 방문해 앱 인증 후 스탬프를 획득하면 획득한 스탬프 개수에 따라서 다양한 선물이 집으로 배달돼 온다. ⓒ천지일보 2022.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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