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문의 전화 2년 동안 10번
“외국인보단 내국인 맞을 때”
기념품·화장품 치중한 명동거리
“잡화 보다 브랜드 쇼핑몰 입점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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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조성민 기자] 25일 명동의 한 상점이 폐점을 알리며 손님들에게 그동안 감사했다는 인사말을 남겼다. ⓒ천지일보 2022.10.25

[천지일보=조성민 기자] “매달 수천만원씩 손해 봅니다. 피가 말라요.”

코로나 19로 잃어버린 일상이 점차 회복되는 가운데, 25일 명동의 상가들은 아직도 텅 빈 곳이 눈에 들어왔다.  코로나 거리두기는 지난 4월에 모두 해제됐고 지난 9월부터는 실외 마스크 의무 착용도 해제됐다. 일본 관광객을 포함해 해외 관광객도 조금씩 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직격탄을 3년째 맞은 명동은 좀처럼 일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새로운 고객과 상품이 필요한 명동

명동역에 가까이 있는 예전 화장품 가게는 폐업한 지 벌써 3년이나 됐지만, 임대문의 전화는 한 달에 1번도 오지 않고 있다. 

상가 주인 김미애(가명, 40, 여)씨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참담한 심정”이라며 “해외 관광객들이 아직도 코로나 때문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정부는 건물주들에게 지원금이나 세금 감면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또 다른 폐업한 화장품 가게도 마찬가지다. A부동산 관계자 홍관희(가명, 53, 남)씨는 “2년 동안 임대 문의는 단 10번밖에 오지 않았다”며 “임대료를 1/3 가격으로 싸게 내놔도 선뜻 들어오는 사람이 없다”고 혀를 찼다.

조금 더 걷다 보니 아몬드 가게가 있었다. 한때는 K-아몬드 열풍으로 외국인들에게 각광을 받았지만 계속되는 코로나 불황 앞에서는 장사가 없었다.

아몬드 가게를 내놓은 B공인중개소 관계자 권희주씨(가명, 38, 여)는 “명동은 대부분 건물이 작다”며 “다른 곳은 건물이 커 1층은 가게 임대, 2층은 다른 가게 임대, 3층은 간판광고 등 이런 식으로 분할 임대가 가능하지만, 명동은 통째로 임대해야 해 임대인의 부담감이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이어 권 씨는 “그동안 명동은 외국인 관광객을 주 타겟으로 했다”며 “이제는 외국인 관광객에 맞춘 천편일률적인 기념품 가게나 화장품 가게에서 탈피해 국내 관광객을 끌어모을 수 있는 브랜드 쇼핑몰이 생겨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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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조성민 기자] 25일 명동 곳곳에 폐점된 상가 마다 ‘임대’글자가 붙었다. 바닥에는 일수명함들이 어지럽게 있고 색바랜 포스터도 눈에 띈다. ⓒ천지일보 2022.10.25ⓒ천지일보 2022.10.25

◆“명동역 재정비 필요” “매출 다섯 토막으로 줄어”

환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용경(65, 남, 서울시 동작구)씨는 “요즘에 외국인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며 “외국인이 양손에 캐리어를 끌고 계단이 많은 명동역을 이동하기가 너무 어렵다. 처음 명동에 온 한국 사람인 나도 헷갈릴 만큼 길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들이 아직 본격적으로 들어올 때를 대비해 명동역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코로나 이전 중국 관광객들을 태운 버스가 긴 줄을 섰던 C식당은 운좋게도 폐점은 면했지만 날마다 울상이다. C식당의 관계자 손지은(가명, 30, 여)씨는 “아직 일본과 중국 관광객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며 “예년에는 하루 500만원씩 벌었지만, 지금은 100만원밖에 벌지 못한다. 매출이 반 토막도 아닌 다섯 토막이 나, 임대료가 비싼 명동에서 장사하기는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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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조성민 기자] 25일 한 상인이 아직도 헤어나오지 못한 코로나 불경기로 시름에 잠긴채 일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0.25

◆전문가 “임대료 추가 인하로 임차인 확보해야”

김병기 리얼투데이 팀장은 “코로나19 여파로 관광객이 줄어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큰 타격”이라며 “임대인이 본 손실을 국가가 나서 지원금을 보상 한다는 건 경제시장에 돈을 더 많이 풀어 물가만 올리는 격”이라고 경계했다. 

이어 “지원금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있는 현 국가정책과도 맞지 않는다”며 “더 이상 수년째 공실로만 묵히지 말고 더 많은 임대료를 인하해 임차인을 모집해야 할 때”라고 설명 했다.

한편 서울시의 ‘2021년 상가임대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 시내 주요 상권에 위치한 1층 점포의 통상임대료는 ㎡당 평균 월 5만 3900원으로 나타났다. 점포의 평균 면적은 64.5㎡(19.51평)로, 임차 상인은 점포당 월 348만원의 임대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점포당 평균 전용면적(64.5㎡)으로 환산한 월평균 통상임대료는 명동거리가 1372만원, 인사동은 584만원, 강남역은 580만원으로 조사 됐다. 

명동의 한 달 상가 임대료는 적게는 1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을 상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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