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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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정권에서 논란이 됐다가 정권이 교체되면서 다시 거론이 되고 있는 사건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국민의 생명에 대한 국가의 보호의무와 관련된 사건들이 서해 공무원 피격 의혹사건과 탈북 어민의 강제북송 의혹사건이다. 두 사건은 국민의 생명과 관련된 것이어서 중대성이 있다. 이 사건들은 남북관계와 관련해 정치적인 성격도 있어서 재수사의 결과가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서해 공무원 피격 의혹사건에 대해 감사원이 감사 후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전 국방부 장관과 해경청장을 구속했다. 이들은 공무원이 자진해 월북한 것으로 증거를 조작하거나 기존 증거를 은폐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은 발생했을 때부터 정치권은 자진 월북 문제를 놓고 의견을 달리했고, 북한의 피격과 시신훼손 문제로 국민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었다.

이 사건에서 핵심은 어떤 신분의 국민이든 국민이 북한에 의하여 피격돼 사망했고 시신이 불태워졌다는 것이다. 공무원이 자진 월북했는지가 중요한 사실관계 중의 하나라고 해도 북한에 의해 생명을 잃었다는 것과 시신이 불태워져 훼손됐다는 것이다. 전 정권하에서 수사가 미진했거나 문제가 있었다면 이를 재수사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는 없다. 이 사건의 수사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초점을 맞춰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 

이 사건에 대해 정치권에서 논란을 벌이고 있는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국민의 생명이 침해된 사건에서 정치적 논란을 벌이는 것은 헌법에 따라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국가기관이 보여야 할 모습은 아니다. 사건에 대한 수사는 수사기관이 하는 만큼 정치권은 수사를 지켜보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하는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 국민에게 깊이 반성해야 한다. 

이 사건과 함께 재수사가 필요한 사건이 탈북 어민의 강제북송 의혹사건이다. 이 사건은 귀순의사를 밝힌 탈북 어민에 대해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강제로 북한에 돌려보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의 강제북송에 대해 전 정권에서는 탈북 이유가 살인 등의 범죄행위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 사건의 핵심은 탈북 어민이라고 해도 대한민국 국민을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국가기관이 강제로 북한으로 보냈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초점은 탈북 어민이 북한에서 저질렀다고 의심받는 범죄행위가 아니라, 스스로 대한민국 영토에 들어온 북한 주민을 국민으로 볼 것인지의 문제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비록 제4조에 평화통일에 대해 언급하지만,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국제법적으로 북한을 국가로 인정한다고 해도 분단된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에 대해 국제적으로 인지돼 있고, 국내법적으로 북한은 한반도 북쪽을 점거하고 있는 단체일 뿐이다.

우리가 북한 국민이라 부르지 않고 북한 주민이라 부르는 이유는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은 스스로 탈북해 대한민국 영토에 들어오면 국민의 지위를 갖는다. 그동안 대법원은 일관되게 북한을 스스로 이탈한 주민으로 대한민국 영토에 들어오면 국민으로 봤다. 헌법학계도 이견은 있지만, 북한 주민이 스스로 북한을 이탈해 대한민국에 들어오면 국민의 자격을 갖는다고 했다.

남북교류협력법, 남북관계발전법 등이 시행되면서 과거와 달리 남북관계가 발전하고 교류도 빈번해졌다. 그런데도 북한은 여전히 대한민국을 향해 핵위협을 하면서 도발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법이 시행되면서 북한이탈주민도 북한에 주소·가족·직장 등을 두고 있는 사람으로 북한을 벗어난 후 외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는 자라고 정의를 내리고 있다. 헌법재판소나 대법원도 개별 법률의 적용이나 준용에 있어서 남북한의 특수관계를 고려해 북한 주민을 외국인에 준하는 지위에 있는 자로 규정할 수 있다고도 했다. 물론 이 경우에도 북한을 외국으로, 북한 주민을 외국인이라 볼 수는 없다고 했다.

헌법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헌법에 따라 북한 주민이 스스로 북한을 이탈해 대한민국에 들어오면 국민의 자격을 갖게 된다. 탈북 어민이 자유의사에 따라 대한민국에 들어온 이상, 그들은 국민이며 북한에서 어떤 행위를 하였건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에 따라 보호받거나 처벌받아야 한다. 헌법과 북한이탈주민법에 의하면 그들을 강제북송할 권한이 국가권력에 주어져 있지 않다. 헌법은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국가에 있다고 했다. 국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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