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박물관, 기획전시
소수 마니아층 인기있던 장르
​​​​​​​‘부산행’ 개봉에 신드롬 일으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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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좀비 신드롬을 불러 일으킨 영화 ‘부산행(2016)’ (출처: 해당 영화 스틸컷) ⓒ천지일보 2022.10.24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핼러윈(Halloween)’이 한주 앞으로 다가왔다. 핼러윈은 고대 켈트족에서 유래한 풍습으로, 유령이나 괴물 등의 분장을 하고 즐기는 축제다. 미국 등 서양에서 즐기던 행사지만 오늘날에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젊은이가 즐기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핼러윈에는 서양식 마녀, 드라큘라, 해골 등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최근에는 K-영화나 드라마의 열풍으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나 한국형 좀비(K-좀비) 모습을 한 캐릭터도 등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영화박물관은 ‘지금 우리 좀비는’ 기획 전시를 통해 오늘날 대중문화가 왜 ‘K-좀비’에 열광하는지를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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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박물관은 ‘지금 우리 좀비는’ 기획 전시에서 공개된 해외 첫 좀비 영화인 ‘화이트 좀비(미국, 1932)’ 포스터와 한국 최초 좀비 영화인 ‘괴시(1980)’ 포스터 ⓒ천지일보 2022.10.24

◆주술에 조종되다 죽었다 깬 모습 바뀌어

좀비 영화의 첫 시작은 1932년 제작된 ‘화이트 좀비(미국)’였다. 이 영화에서 좀비는 영혼이 없고, 주술에 의해서 조종당했다.

그러다 1968년 조지 로메로의 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 나오면서 소위 ‘걸어 다니는 썩은 시체’ 모습의 좀비가 등장하게 된다. 영화에서는 ‘좀비’라는 용어가 사용되지는 않았지만, 죽었다 깨어나 비틀거리며 걷고 사람들을 공격하는 모습은 현대판 좀비와 비슷하다. 이어 영화 ‘시체들의 새벽(1978)’ ‘시체들의 낮(1985)’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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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박물관의 ‘지금 우리 좀비는’ 기획 전시 모습 ⓒ천지일보 2022.10.24

한국 최초 좀비 영화는 1980년 개봉한 ‘괴시’다. 괴시는 농촌 해충 방지를 위한 초음파 기계로 탄생하는 설정이다. 신약개발이나 생체실험의 부작용 등으로 탄생하는 외국 좀비와는 다르게 토속적인 소재가 특징이다. 총으로 좀비와 싸우는 외국 영화와 달리 괴시의 남자주인공은 태권도로 좀비와 싸운다. 이후 ‘불한당(2007)’ ‘이웃집 좀비(2010)’ 등 좀비 영화들이 등장하지만, 대중적인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당시에 좀비는 소수 마니아층에서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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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좀비 신드롬을 불러 일으킨 영화 ‘부산행(2016)’ (출처: 해당 영화 포스터) ⓒ천지일보 2022.10.24

◆ K-좀비, 해외 시장 방향성 모색 

그러다 어느 날 영화 ‘부산행(2016)’이 개봉한다. 부산행은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대한민국 긴급재난 경보령이 선포된 가운데,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실은 사람들이 단 하나의 안전한 도시 부산까지 살아가기 위한 치열한 사투를 벌이게 되는 내용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는 442㎞. 지켜야만 하는 사람들의 극한의 사투가 벌어지게 된다. 

부산행이 개봉하면서 K-좀비 신드롬이 시작된다. 개봉 하루 만에 관객수 128만명을 달성하며 역대 일일 최다 관객수를 돌파했다. 개봉 19일째에는 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흥행을 이어갔다. 그야말로 브레이크 없는 흥행이었다. 부산행은 칸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돼 엄청난 호응을 얻었다. 이는 K-좀비에 대한 해외 시장의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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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반도(2020)’ (출처: 영화 반도 스틸컷) ⓒ천지일보 2022.10.24

부산행의 속편으로 나온 ‘반도(2020)’는 좀비의 땅이 된 한반도에 다시 들어가 임무를 맡게 되는 내용이다. 영화는 개봉 14일째에 관객 30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을 불러 일으켰다. 영화는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됐던 극장가를 살리는 심폐소생술과 같았다. 또 영화는 싱가포르와 대만 등 아시아 일대에서 기록적인 박스오피스 오프닝 성적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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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킹덤 (출처: 넷플릭스) ⓒ천지일보 2022.10.24

◆조선판 좀비물 ‘킹덤’ 넷플릭스 공조 

이후 영화 ‘킹덤(2019)’이 전 세계에 K-좀비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킹덤은 조선시대 궁내 권력 암투극에 좀비를 결합한 미스터리 스릴러다. 킹덤이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되면서 많은 이목을 끌었다. 시즌 2까지 나오며 전 세계적인 인기몰이를 실감케 했다.

킹덤의 성공으로 넷플릭스의 많은 투자를 만들었다. ‘오징어 게임(2021)’ ‘지옥(2021)’ 등 글로벌 흥행작을 잇달아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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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포스터 (출처: 넷플릭스) ⓒ천지일보 2022.10.24

올해 초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TV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2022)’이 개봉하며 또다시 K-좀비의 위력을 보여줬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2009년 주동근 작가가 쓴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학교에 고립돼 구조를 기다리는 고등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특히 절반은 좀비, 절반은 인간인 ‘절비’를 등장시켜 좀비 장르의 새로운 영역을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창의력과 기술력을 갖춘 ‘K-좀비’에 대한 한국 영화인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참신한 아이디어는 국내를 넘어 전 세계인의 마음에도 깊은 감동과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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