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단 대거 숙청… 리커창‧왕양‧리잔수‧한정 4인 중앙위원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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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중전회)에서 선출된 정치국 상무위원들. 맨 위 왼쪽부터 리창, 자오러지, 두번째줄 왼쪽부터 왕후닝, 차이치, 세번째줄 왼쪽부터 딩쉐샹, 리시. 시진핑 주석은 자신의 측근들인 리창·차이치·딩쉐샹·리시 등 4명을 최고 지도부에 새롭게 진출시키며 집권 3기를 공식 출범시켰다. (출처: 연합뉴스, 로이터)

[천지일보= 방은 기자] 시진핑 집권 3기를 알리는 중국 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1중전회)가 23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했다.

사실상 시진핑(習近平·69)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정됐다. 이로써 3연임은 총 집권기간 15년과 그 이상을 의미할 수도 있게 됐다.

중국 관영 통신 신화사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대표들은 대회 폐막일인 2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차기(20기) 당 중앙위원회 위원 205명과 후보 중앙위원 171명을 각각 선출했다.

전날 선출된 중앙위원회 위원 205명 등이 참가하는 1중전회에서는 정치국 위원을 선출하고 이 중에서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이 확정된다. 현재 상무위원은 7명이고, 정치국 위원은 25명이다. 그러나 상무위원과 정치국원들은 이미 권력 상층부에서 협의를 거쳐 선임했고, 1중전회는 사실상 추인하는 절차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신임 상무위원단은 이날 인민대회당 동대청에서 열리는 내외신 기자회견에 참석한다. 단상에 등장하는 순서가 당 지도부의 권력 서열순이다. 시진핑 주석은 이 자리에서 내외신을 향해 집권 3기 5년간의 목표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선출된 중앙위원 명단에 현 최고지도부 구성원 7명 가운데 시진핑 주석과 왕후닝 중앙서기처 서기, 자오러지 중앙기율검사위 서기 등 3명이 포함됐다. 후임 최고 지도자가 등극하는 당 대회 때 차기 중앙위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던 전임 후진타오, 장쩌민 전 주석의 사례에 비춰볼 때 시진핑 주석이 20기 중앙위원 명단에 포함된 것은 최고 지도자 자리를 유지한다는 의미다.

최고지도부에 포함된 시진핑 주석의 책사 역할을 해온 왕후닝과 반부패 드라이브의 주도적 역할을 해온 자오러지는 시진핑 주석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을 보여온 인물이다. 시진핑 주석의 측근 그룹이 3명 이상 최고지도부에 새롭게 포함될 경우 사실상 최고지도부는 시진핑 주석 중심 체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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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공산당 총서기 및 정치국 상무위원회(상무위) 구성원을 뽑는 당 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중전회)를 마친 뒤,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신임 상무위 기자회견장에 리창, 자오러지, 왕후닝, 차이치, 딩쉐샹, 리시 등 새 최고지도부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반면 리커창 총리·왕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한정 부총리 등 4명이 포함되지 않음에 따라 현 최고지도부 7명 중 4명이 물러나게 됐다.

정치국 상무위원 후보군으로는 리창 상하이시 당 서기, 리시 광둥성 당 서기, 딩쉐샹 중앙 판공청 주임, 천민얼 충칭시 당 서기 등 시 주석 측근 그룹과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계열 차세대 주자로 꼽혀온 후춘화 부총리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이 가운데 리시 서기는 당대회 폐막식에서 차기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위원에 선출됨으로써 차기 최고지도부 진입을 사실상 예약했다. 

1중전회에서는 통상 당 총서기 겸 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당 중앙서기처 서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를 제외한 나머지 상무위원의 직책이 공개되지 않지만, 이날 공개되는 당 서열 등을 통해 직책을 추측할 수 있다. 새 지도부는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최 전까지 당·정·군 요직에 대한 인사를 단행하게 된다.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전임이었던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이 20차 공산당 당대회 폐회식 도중 돌연 퇴장해 전세계 언론이 그 배경을 두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후진타오 전 주석은 시 주석에게 무슨 말을 한 뒤 이번에 퇴임하는 리커창 총리의 어깨를 한번 툭 치고 보좌관의 부축을 받으며 퇴장했다.

이날 인사와 당헌법(黨章) 개정을 통해 1인 독주 체제를 확립한 시진핑 주석이 당 원로의 간섭을 막기 위한 경고 차원에서 후진타오 전 주석를 강제로 퇴장시킨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 관영 신화사가 영문 트위터를 통해 후진타오 전 주석의 건강이 원인이라는 해명을 내놔 주목된다. 올해 79세인 후진타오 전 주석은 당 원로 중 유일하게 당대회에 참석했다. 장쩌민 전 주석과 주룽지 전 총리는 건강상 이유로 불참했다. 

이에 일부 언론은 그가 사실상 시진핑 주석의 대관식인 당대회 폐막식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기 위해 일부러 퇴장했다고 보고 있다. 영국 BBC는 후진타오 전 주석의 퇴장은 매우 미스터리한 퇴장이라며 폐막식은 사전에 고도로 짜여 진 각본대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 같은 해프닝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BBC는 특히 건강이 안 좋았으면 개막식에 참석했기 때문에 폐막식에 굳이 참석하지 않아도 됐다며 그가 일인시대를 연 시 주석을 욕보일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시진핑 주석은 후진타오 전 주석이 좌장인 공천단 세력을 대거 숙청했다. 대표적인 공청단 세력인 리커창 총리와 왕양 정협 주석은 이번에 중앙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후진타오 전 주석의 퇴장은 공청단파의 씨를 말린 시 주석에 대한 항의 표시라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과 후진타오 전 주석은 정치역정에서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었다. 후진타오 전 주석은 집단지도 체제를, 시진핑 주석은 일인 독재를 추구했다. 이뿐 아니라 외교 면에서도 정반대 노선을 걸었다. 후진타오 전 주석은 대표적인 온건파로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으나 시진핑 주석은 대표적인 강경파로 미국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정반대 행보를 보여 온 이들이 폐막식에서 결국 좋지 않은 모습을 연출했다고 BBC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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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폐막식 도중 후진타오 전 주석이 갑자기 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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