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공룡’ 계열사만 130개 이상
국힘 주호영, 안일한 관리에 날세워
남궁훈 대표 “실적 매몰돼 문제 소홀”
공정위, 제도 개편… 독과점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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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연합뉴스) 데이터센터 화재로 장애가 발생했던 카카오가 지난 16일 홍은택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 공동 센터장이자 카카오 각자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를 꾸렸다고 발표했다. 화재 직후 경영진과 각 부문 책임자들로 구성해 가동해온 대응 컨트롤타워를 전환 출범한 것이다. 사진은 1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모습. 2022.10.17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카카오 먹통’ 사태와 관련해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가운데 사태의 원인을 두고 플랫폼 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이 불러온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영진이 성장에만 초점을 맞춘 채 사회적인 역할과 서비스 품질 제고를 뒷전으로 한 결과라는 주장이다. 현재 카카오의 계열사는 130여곳이 넘는다.

사태 수습을 위해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가 사퇴하고 전사적으로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를 비롯해 정치권에서도 대대적인 질타를 이어감에 따라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24일 플랫폼업계에 따르면 정치권에선 카카오 먹통 사태와 관련해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민 10명 중 9명이 사용하는 카카오가 데이터 관리를 이렇게 부실하게 하고 재난 대비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경악스럽다”며 “많은 양의 데이터를 다루는 초연결 사회에서 이것이 꺾였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누구보다도 잘 아는 플랫폼 회사가 이렇게 안일하게 관리하고 사고 후 대응 매뉴얼이 부실한 데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카카오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 수가 월간 4340만여명에 달하는 만큼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소비자들의 불만도 극에 달했다.

이에 남궁훈 카카오 대표이사는 지난 15일 발생한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서비스 장애에 대해 사과하고 대표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남궁 대표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관리 책임이 맡고 있는 조직이 제 관할에 있기 때문에 조직구조상 책임은 제게 있다”며 “경영 실적에만 매몰돼 시스템적인 문제를 살피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을 책임지던 대표로서 늘 매출 등 사업성과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했다”면서 “대표직 자리에서 내려와서 사태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대처하기 위해 물러나기로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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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가 1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장애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대표이사가 모든 책임을 짊어지고 사퇴한다고 밝혔지만 카카오가 백여개가 넘는 계열사를 휘두르며 문어발식 경영을 하고 있어 정부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공정위는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사업자의 지나친 사업 확장을 막기 위해 기업 결합 심사기준을 전면 개정할 방침이다. 플랫폼 기업이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배달, 숙방, 택시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문어발식으로 확장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특히 최근 발생한 카카오톡 ‘먹통’ 사태를 시발점으로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현재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시에는 개별 상품·서비스 시장을 중심으로 경쟁제한성을 판단한다. 경쟁제한이란 압도적인 규모를 가진 회사들이 시장을 장악해 다양한 서비스를 통한 경쟁을 저해하는 것으로, 공정위는 합병 대상 2개 회사 중 한쪽의 자산총액 또는 매출이 3000억원 이상이고 나머지 한쪽의 자산총액 또는 매출이 300억원 이상일 경우만 결합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행 심사기준상 플랫폼 업체의 기업결합은 대부분 안전지대에 해당하며, 그간 카카오, 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결합심사 대부분이 간이심사 방식으로 규제의 틈새로 빠져나갔다.

플랫폼기업의 합병 건수는 ‘우후죽순’으로 늘어났으며 2016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카카오와 네이버의 M&A 심사 건수는 78건에 달한다. 아울러 현재 기업집단 카카오의 계열사는 136개로 지난해보다 18개 늘었고, 네이버의 계열사 수는 54개다.

‘카카오’라는 수식어가 붙은 회사가 100여개의 육박하는 등 공정한 시장경쟁이 위협을 받고 있다는 판단 아래 공정위는 심사기준 개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온라인 플랫폼 분야 기업결합 심사 및 규제방안 마련’과 관련해 용역을 발주했으며, 플랫폼 업계가 비교적 최근 발생한 산업계인 만큼 다양한 방면에서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공정위는 “네트워크 효과가 큰 플랫폼 분야는 여러 시장이 동반적으로 독점화되거나 거대 플랫폼 자체가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며 “충분한 M&A 심사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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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장 모습.

한편 전문가들도 이번 사태의 책임을 두고 ‘기업이 이익을 지나치게 쫓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익추구와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IT 기업이 가진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해 일어난 일이 아닌가 한다”며 “카카오의 성과가 다른 영역의 파생된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그간 카카오, 네이버 같은 플랫폼 기업과 관련해 골목상권 침해나 알고리즘 투명성 등 여러 논란이 있지만 기업들의 알레르기에 가까운 반응으로 반대됐다”면서 “플랫폼 기업이 ‘방송통신발전 기본법’상 재난 관리 대책 이행 대상에서 빠진 배경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어 “기업 매출이나 시가총액에 걸맞은 최소한의 의무를 부담해야 했는데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부가통신사업자도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의무를 지도록 한국 사회가 결단을 내렸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카카오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며, 정부도 카카오 등 공룡 플랫폼 업계를 잘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카카오가 메인 센터로 사용한 판교 데이터센터와 똑같은 세컨드 서버를 운영해야 서비스에 문제가 생겨도 중단이 없는데 이를 구축할 여력이 없었던 것 같다”며 “3만 2000대 분량의 서버 데이터라면 지역별로 더욱 분산하는 게 필요했다”고 꼬집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카카오톡이 독과점하고 있는 메신저 앱 시장은 소비자의 권익 측면이나, 공급자의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 모두에게 이득이 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권리 남용이 있었는지 적극적으로 관리·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카오의 서비스는 국민 모두가 이용할 만큼 실생활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이 요구될 수 있다”며 “플랜B, 플랜C 등을 마련해 이번 위기를 극복하고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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