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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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타자로서는 둘 다 최고의 타이틀을 언론에서 붙여줬다. ‘국민타자’ 이승엽(46)과 ‘조선 4번타자’ 이대호(40)이다. 호칭은 다르지만 모두 타자로서 최강의 실력을 갖췄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 시즌을 끝으로 둘은 공교롭게도 무대를 달리하게 됐다. 오랫동안 야인생활을 하던 이승엽은 두산 감독으로 다시 일선으로 복귀한 반면 이대호는 정들었던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벗고 은퇴의 길로 떠나게 된 것이다.  

이승엽 두산 신임 감독은 19일 선수단과 첫 만남을 가지고 새롭게 시작하자는 당부의 인사를 건넸다. 이날 1·2군 선수단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이승엽 감독은 “프로 선수는 프로 의식을 갖춰야 한다. 포스트시즌 기간에 왜 2군 연습장에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며 “나와 코치진 모두 같은 마음이다. 올해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지금부터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2023시즌 준비는 이미 시작됐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과거는 잊고 ‘0’부터 새로 시작해야 한다”며 “몸과 마음이 허락하는 한 최선을 다해달라. 내년 가을엔 이천이 아닌 잠실야구장에서 보자”고 당부했다. 현역 시절 ‘국민타자’로 불리며 KBO리그 최고의 타자로 활약한 이승엽 감독은 2017년 은퇴한 뒤 코치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두산 사령탑에 오르게 됐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두산은 올 시즌 9위에 머물러 가을야구 진출이 좌절됐다. 두산은 새로운 변화를 주기 위해 삼성 출신으로 잔뼈가 굳은 이승엽을 파격적으로 감독으로 영입한 것이다.

롯데의 최고 타자 이대호는 지난 8일 은퇴했다. 매 시즌 타율 3할, 20홈런, 100타점 달성 목표를 세운 그는 3할3푼1리와 23홈런, 101타점을 기록하며 야구 인생의 마지막 해인 올해를 장식했다. 타격 7관왕으로 롯데 자이언츠의 두 번째 영구 결번의 주인공이 된 그의 은퇴는 남다른 감동을 안겨준다. 그가 불우한 어린 시절에 닥친 갖은 역경에도 이를 극복하고 최고의 선수로 성장해 명예롭게 은퇴했기 때문이다. 그는 프로야구가 창설되던 해에 태어나 20살에 정식 프로선수가 돼 창설 40돌이 되는 올해 40살의 나이로 은퇴했다. 한 시대가 막을 내린 셈이다. 이대호 선수가 대중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6년 타격 3관왕에 오르면서였다. 은퇴식에 선 그는 신동빈 롯데 그룹 회장을 향해 “후배 선수들이 팀을 떠나지 않게 해달라”며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하는 인상적인 고별사를 남겼다. 전석이 매진된 사직 구장을 메운 팬들을 향해서는 배트 대신 치킨과 맥주를 들고 관중석을 찾겠노라고 역시 롯데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을 당부하면서 감사 인사를 바쳤다. 이대호는 비록 은퇴를 했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야구 철학자 요기 베라의 말처럼 아직 선수로서의 임무가 남아 있다. 다음 달 메이저리그 월드투어에 출전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정들었던 부산 사직구장에서 다시 한번 모습을 보인다. MLB 월드투어 첫 경기에 나서는 롯데, 삼성, NC 연합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당초 출전을 고사했지만 현역 빅리거를 상대로 한국 야구를 대표해 뛴다는 점에서 고심 끝에 출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생이 그러하듯 유명 야구선수도 항상 제 자리에 머물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 떠날 수밖에 없다. 또 기회가 주어지면 다시 새로운 역할이 주어질 수 있다. 이승엽과 이대호는 선수로서 맡은 바 제 몫을 다했다. 오랜 공백을 깨고 이승엽은 감독으로 다시 그라운드에 서는 것이며, 이대호는 새로운 일을 찾아 떠나는 것이다. 순리에 따라 담담히 제 갈 길을 가는 두 사람을 보며 인생의 의미를 잔잔히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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