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화재, 장애 야기
전방위 마비로 영향력 실감
문어발식 경영 비판 목소리
정부·국회, 제도 손질 ‘속도’
데이터 ‘이중화’ 법안 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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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데이터센터 한 곳에서 시작된 불씨가 화마가 돼 카카오를 덮쳤다. 서비스가 최장 시간 마비된 참사는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피해를 줬다. 또 재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정부와 관련 산업계의 발걸음을 분주하게 만들었다. ‘플랫폼 독과점’ ‘데이터센터 관리’ ‘재난 예방·대책등이 이번 사태에서 나온 주요 아젠다다.

독과점재조명공정위, 칼 빼들었다

카카오는 전부터 골목상권 침해’ ‘문어발식 사업 확장등의 키워드로 공격받아 왔다. 조금 잠잠해지는가 싶었지만 이번 사태로 제대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먼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독과점 상황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할 전망이다.

19IT업계와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위한 심사지침 제정과 카카오모빌리티 콜 몰아주기에 대한 제재 등을 서두르고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출근길에서 카카오 플랫폼 독점 논란에 대해 그런 문제는 지금 공정위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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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송파구 서울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년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이어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는 자유시장경제 사고를 갖고 있지만 (이러한 사고는) 시장 자체가 공정한 경쟁 시스템에 의해 자원과 소득이 합리적으로 배분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만약에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거나 더구나 국가 인프라 같은 정도일 때는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 당연히 제도적으로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간 자율규제 기조를 유지했으나 필요한 경우 국가가 개입할 수 있다는 논지로 해석된다.

이에 맞춰 공정위도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위한 심사지침 제정 등에 서두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미 공정위는 올해 1월 플랫폼 분야의 경쟁제한행위 예방을 위한 심사지침을 마련해 제정안을 행정예고한 바 있다.

당시에도 공정위는 시장을 선점한 플랫폼이 신규 플랫폼의 진입을 방해하거나 독점력을 연관시장으로 확장하는 등 경쟁제한 우려도 증가하고 있고 실제로 최근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독점력 남용 및 불공정거래행위가 지속되고 공정위의 법 집행 사례도 누적되고 있다엄정한 조사·시정과 함께 향후의 법 위반행위 예방을 위한 지침 제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제정안은 라인 플랫폼 분야에 공정거래법상 경쟁 규제를 신설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까지 누적된 법 집행 사례를 토대로 지침을 제시함으로써 법 위반 행위를 예방하는 데에 중점을 뒀다.

다만 공정위는 자료에서 온라인 플랫폼 관련 사례로 네이버와 구글 등은 소개했으나 카카오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대신 무료 서비스에 대해 무료 서비스의 경우에도 광고노출, 개인정보 수집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명목상 무료라 하더라도 플랫폼 사업자와 이용자 간 가치의 교환(거래)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공정위는 주요 법 위반행위 유형으로 꼽은 자사우대’ ‘끼워팔기등에 대해 적극 규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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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 부가통신사업자 데이터 이중화 입법 속도

카카오를 비롯해 부가통신사업자들에 데이터 보호 의무가 가중된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19일 카카오 먹통 사태 재발 방지 대책으로 카카오톡·네이버 등 부가통신사업자의 이중화 의무 조치를 강화하는 취지의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민간 데이터센터(IDC)를 방송·통신 시설처럼 국가재난관리시설로 지정해 관리하는 내용의 방송통신발전기본법 등을 우선 처리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카카오 당정 협의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충전시절 화재 대책 마련을 위해 소방방재청에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요청하고 피해보상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성 의장은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해선 현재 이중화가 안돼서 이중화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의견이라며 국회에서 입법적으로 지원하겠지만 정부에서도 입법 이전에 현장을 점검하고 이중화가 안돼 있는 곳은 행정권고를 통해 이중화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중화란 한 데이터를 물리적으로 서로 다른 여러 공간에 복제해두는 기술을 말한다.

그는 먹통 사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을 우선법안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과 최승재 의원이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의 수립과 시행 대상에 부가통신사업자 등을 포함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성 의장은 이 법안 통과 시점과 관련해 워낙 큰 사건이라 올 연말 이전에라도 할 수 있으면 여야가 협의를 해서 우선적 법안으로 (처리하도록) 검토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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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과천=손지하 기자] 지난 15일 오후부터 카카오 서비스가 전국적으로 마비된 가운데 16일 오후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내 카카오T 주차 무인 정산기의 서비스가 중단돼 있다. ⓒ천지일보 2022.10.16

통신사업자 책임 가중하고 자율규제 폐기해야

시민단체와 통신 노조 등은 서비스 안정성과 관련해 부가통신사업자를 포함한 통신사업자 전반의 경영진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이와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부가통신서비스 사업자에게도 기간통신서비스 사업자에 준하는 책임과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카카오톡 같은 부가통신서비스를 운영하는 플랫폼 기업들에 서비스 안정성 확보를 위한 조치를 의무화하고는 있으나 사기업이라는 이유로 부가통신사업자가 자신의 권한과 책임 범위 내에서 수행토록 하는 사실상의 자율적인 의무만 부과할 뿐 구체적인 관리·감독을 받지는 않는다는 게 참여연대 설명이다.

아울러 참여연대는 민간 부가통신서비스가 우리 사회 전반에 확장돼 가는 동안 이를 견제하거나 제대로 관리·감독하기는커녕 무분별한 확장에 동조해 온 정부의 무책임이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점에서 정부의 온라인 플랫폼 자율규제 정책은 폐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료방송 및 통신사업자 노조도 논평을 내고 플랫폼 서비스가 단순 기업의 서비스 영역을 넘어 우리 생활 곳곳에 영향을 미치는 공적 영역을 담당하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시민사회는 지금껏 통신 분야 등에 한정됐던 공적 서비스의 관리와 규제를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플랫폼인 경우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카카오 같은 플랫폼 기업도 통신 기업처럼 공공재 역할을 하게 됨에 따라 이들 기업에 사회적으로 어떤 책임과 역할을 부여할지 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윤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인프라 투자 및 서비스 등에 대해 공적인 감시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통신 기업 경영진 역시 이번 사태를 보고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한 안전과 기본을 다잡길 바란다외적으로는 통신사·플랫폼의 규제를 강화하고 내적으로는 노동이사제를 도입해 내부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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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남궁훈·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는 1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에서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장애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또 남 대표는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사진은 이날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의 모습. ⓒ천지일보 2022.10.19

과기정통부, 재발 방지 및 제도 개선 총력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오는 20일 카카오 서비스 장애 사태와 관련해 민간 데이터센터(IDC) 사업자들과 긴급 점검 회의를 열어 설비 운영 실태를 확인한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15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발생 이후 방송통신재난대책본부 점검회의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박윤규 제2차관(부본부장) 주재로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SK C&C, 카카오, 네이버 등 장애발생 사업자가 참여해 주요 복구상황 및 개선 방향 등을 점검 중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18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출석해 그동안 유무선 통신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기간 통신 서비스와 달리 부가서비스는 제도권 밖에 있었으나 부가서비스의 안전성 무너진다면 불편을 넘어 경제·사회가 마비되는 만큼 이번 상황을 엄중히 인식한다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 등의 서비스 장애로 국민에 불편 드리게 된 점은 주무 부처 장관으로 큰 유감이다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제도 개선을 위해 국회서의 관련법 개정에도 적극 참여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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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18일 대전 기초과학연구원에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및 소관 연구기관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카카오 서비스 장애와 관련해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불편을 겪은 국민들께 사과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금융당국도 전방위 대응 태세피해는 적은 듯

금융당국 수장들도 카카오 먹통사태와 관련해 전 금융권의 비상대응계획에 대한 긴급 점검을 진행하는 등 전방위 대응에 나섰다. 카카오 금융계열사에서 직접적인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유사 사태가 발생할 경우 금융 서비스에 어떤 문제가 생길지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시점에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최근 간부들에게 카카오 먹통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살펴볼 현안이 있는지 점검해 오는 21일까지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전자금융거래법의 강도 높은 규제를 받는 카카오뱅크에 문제가 없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 판교캠퍼스에서 발생한 화재로 카카오톡 등 주요 카카오 계열사 서비스들이 장시간 먹통이 됐으나 카카오뱅크 등 카카오 금융계열사들은 금융거래 전산 처리에 큰 문제가 없었다. 카카오증권은 고객 계정을 클라우드서비스로 관리되고 있어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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