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서해피살’ 중간 감사 결과
“사건 은폐·왜곡 있어… 월북 단정”
서훈·박지원·서욱 등 대검수사 의뢰
여야 극심 대립, 극한으로 달릴 듯
국힘 “민주, 감사원 감사 깎아내려”
민주당 “윤석열 정권의 정치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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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 ‘은폐와 왜곡이 있었다’는 감사원의 중간감사 결과가 나온 것과 관련해 정국이 소용돌이 칠 것으로 전망된다.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여야의 극심한 대립이 지속돼 왔던 만큼 이번 결과 발표로 여야 갈등은 한층 더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감사원은 지난 2020년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의 사건과 관련해 감사를 진행한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당시 해경이 사건 증거를 은폐했으며 ‘이씨가 월북을 했다’고 단정 지었다는 결과를 냈다.

이번 중간 결과 발표에서 감사원은 서훈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 5개 기관 20명에 대해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거론된 인사들은 문재인 정부 핵심 안보라인이다. 이들에겐 직무유기·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감사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특별조사국 인력 등 18명을 투입해 감사를 벌인 결과 이같이 조치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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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출처: 연합뉴스)
◆감사원 “당국이 사실 은폐해”

앞서 감사원은 지난 6월 17일부터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과 관련해 감사에 착수했다. 지난 7월에는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가정보원,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해경 등 9개 기관에 대한 실지 감사(현장 감사)에도 돌입한 바 있다. 감사원은 특별조사1과를 중심으로 TF를 구성하고, 2차례에 걸쳐 감사 기간을 연장하며 약 4개월 가량 감사를 이어왔다.

감사원이 이번 발표를 통해 지적한 바에 따르면, 2020년 9월 22일 이대준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된 것으로 당국이 파악했음에도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른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이에 대한 사실은 은폐됐다.

안보실을 비롯해 국방부와 국정원, 해경 등에서의 초동 조치가 모두 부실했고, 이러한 총체적인 부실 가운데 이씨는 북한군 총격으로 사망하게 됐다는 게 감사원의 중간감사 결과 내용이다.

또한 감사원은 당국이 이씨의 월북 의도가 낮았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보에 대해선 분석·검토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의도적으로 제외시켰다는 판단이다. 이뿐 아니라 감사원은 당시 안보실이 다른 기관에 ‘자진 월북’으로 일관되게 대응하도록 하는 방침을 내렸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해경의 수사 과정도 문제로 꼽았다. 감사원은 당시 해경이 확인되지 않은 증거를 사용하거나 기존 증거의 은폐했으며, 실험 결과의 왜곡뿐 아니라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생활 공개 등을 통해 이씨의 월북을 단정하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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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있다. 2022.10.11 [국회사진기자단]
◆여야, 대립 격화 전망… 정국 소용돌이로

문재인 정권의 ‘월북 몰이’를 사실로 인정한 감사원의 중간감사 결과가 나오면서 벌써부터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이전부터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해 직권남용 등 형사 책임을 묻고자 했던 여당은 이번 발표를 빌미로 더 강력한 책임규명을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면 감사원의 감사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한 더불어민주당은 ‘정치탄압’이라는 주장을 앞세워 감사원 감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민주당은 감사원의 의뢰로 수사의 속도를 올릴 검찰에 대한 비난 수위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여야의 갈등 또한 극에 치달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국민 62.3%가 대통령실과 감사원 간 문자 사태는 감사원의 독립성 위배로 문제가 있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면서 “무차별적 불법 사찰을 자행한 감사원은 윤석열 정권의 정치탄압을 위한 빅브라더가 됐다”고 비판했다.

이와 달리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이 (서면 조사 통보에) 매우 무례한 짓이라고 얘기하니까 그때부터 민주당이 감사원 감사에 대해 벌떼처럼 달려들기 시작했다”면서 “작은 흠집들을 잡아 감사원 감사를 계속 깎아내리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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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13일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이 이 사건과 관련해 장관급 고위 인사를 소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검 로비. 2022.10.13
◆검찰 칼끝 향한 윗선 수사… 서욱 전 장관 소환

이러한 가운데 검찰은 ‘서해 피격 사건’과 관련한 수사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이희동 부장검사)는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장관급 고위 인사가 소환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서 전 장관은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 밈스)에서 정부 판단과는 다른 내용의 감청 정보 등이 담긴 군사기밀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공용전자기록 손상 등)로 유족에게 고발된 바 있다.

검찰은 이씨의 사망 이튿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1시와 10시에 긴급관계장관회의가 열렸으며 이를 전후로 국정원과 국방부 밈스 내에 기밀정보가 삭제됐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당시 긴급관계장관회의에는 서 전 장관과 서훈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등이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당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 확보를 위해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 중이다. 압수수색을 마무리하는 대로 서훈 전 실장을 비롯해 박 전 원장 등 주요 피의자를 소환해 조사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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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2년 전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씨의 형인 이래진씨가 13일 오후 고발인 조사를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가던 중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2022.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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