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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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10월 20일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마지막 대회인 월트 디즈니 월드 올즈모빌 클래식에서 만 20년 9개월의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프로 데뷔 7번째 만에 2승째를 손에 넣었다. 2라운드 63타의 대활약으로 합계 21언더파를 기록, 무려 18살이나 많은 관록의 페인 스튜어트를 1타차로 극적으로 제치고 정상을 차지했다. 그는 2주 전 투어 출전 5번째 만에 라스베이거스 인비테이셔널 마지막 라운드에서 64타를 치며 데이비드 러브 3세와 공동 선두로 경기를 마친 뒤 플레이오프 2번째 홀에서 승리를 확정지으며 감격적인 프로 첫 승을 거뒀다.

한국의 김주형은 우즈 이후 처음으로 21세 이전 PGA 투어 2승을 거두며 세계 골프계를 흥분시켰다. 그는 지난 10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TPC 서머린에서 벌어진 PGA 투어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 최종라운드에서 5언더파 66타를 쳐 합계 24언더파로 패트릭 캔틀레이(미국)와 매슈 네스미스(미국)를 3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지난 8월 2021~2022시즌 정규 투어 최종전인 윈덤 챔피언십에서 특별 임시 회원으로 우승하더니 2개월 만에 다시 정상에 올라선 것이다. 특히 김주형은 우즈가 갖고 있던 최연소 2승 달성 기록을 갈아치웠다. 우즈는 20세 9개월에 2승을 달성했다. 20세 3개월인 김주형이 6개월 빠르다.

PGA 통산 82승을 올린 우즈와 비교하는 이유는 김주형이 워낙 출중한 실력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PGA에서 신예 스타로 주목받고 있다. ‘Shooting star’, ‘Rock star’ 등의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를 모은다. 이미 실력으로 관중을 매료시켰다. 지난 8월 윈덤 챔피언십 첫 홀(파4)을 이른바 ‘양파(쿼드러플 보기)’로 출발했을 때, 그의 우승을 예견한 이는 없었다. 세계적 선수조차 비슷한 상황에서 포기하고 가방을 싸곤 한다. 김주형의 경기를 지켜본 이들은 끝까지 도전하는 그에게 반했다. 다른 선수들도 자극을 받았다. 올해 투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로리 맥길로이는 첫날 트리플 보기를 했지만 김주형을 떠올리며 “나도 포기하지 말아야겠다” 다짐했다고 한다.

그는 우즈처럼 어릴 적부터 골프와 치열한 씨름을 했다. 호주 멜버른에 살던 일곱 살 무렵 골프 티칭 프로인 아버지 손에 이끌려 타이거 우즈가 출전하는 대회를 보러 갔다. 그는 “나도 우즈처럼 되고 싶다”는 소망을 품었다. 열여섯 살에 자기만의 클럽이 생길 때까지 여기저기서 얻은 클럽을 들고 대회에 나갔다. 온 가족이 중국·필리핀·태국 등 다섯 나라를 전전하며 윤택하지 않은 소년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주눅들지 않고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이런 그의 이야기는 어릴 적 우즈의 모습과 비슷했다.

우즈는 기량도 뛰어났지만 세계적인 스포츠 기업 나이키의 어마어마한 물량지원으로 누구보다도 강력한 경쟁력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골프는 투자에 비례한다’는 말이 있는 만큼 김주형도 우즈에 못지않게 국내외 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면 좋은 여건에서 선수생활에 매진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김주형이 우즈와 같이 성공 신화를 이루기 위해선 가야할 길이 멀다. 하지만 차근차근 승수를 쌓아가면 결코 제2의 우즈와 같은 성공 시대를 열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다. 현재 세계 골프에서 우즈의 뒤를 이을 유망주로 김주형 만한 선수는 보이지 않는다. 이미 우즈보다 빠르게 PGA 2승 기록을 달성함으로써 그는 PGA의 새로운 영웅으로 자리 잡았다. 앞으로 그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역사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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