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민철 기자]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고등학생의 만화 작품 ‘윤석열차’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과거 정부 시절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풍자는 어떠했는지 몇 가지 사례를 살펴봤다.
◆왕의 남자로 1.21 개각 꼬집은 ‘노무현 풍자’
당시 한나라당이 지난 2006년 당시 유행한 영화 ‘왕의 남자’ 포스터를 패러디해 당원들에게 배포했다. 해당 풍자는 의자에 앉아 있는 연산군을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연산군 옆에 서 있는 두 광대는 당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 이상수 노동부 장관 내정자로 합성한 모습이다. 또 왕의 남자라는 제목 위에 ‘대한민국 최악의 개각 광대극’이라는 글씨도 적혀있다. 한나라당은 해당 풍자와 관련 “여당에서 배척받는 인물이라도 대통령 코드에만 맞으면 장관이 된다”라고 설명하면서 ‘1.21 개각’에 대해 꼬집었다.
이에 당시 열린우리당 서영교 부대변인은 “두 달째 국회를 공전시키고 밖에서 하는 행동이 겨우 이 정도라니 한심하다”고 비난했다.
◆쥐 형상으로 G20행사 비판한 ‘이명박 풍자’
이명박 전 대통령을 풍자한 작품은 주요 20개국(G20) 홍보 포스터에 이명박 대통령의 행보와 외모를 빗댄 쥐 그림을 넣은 ‘쥐벽서’가 대표적이다. 해당 홍보 포스터는 ‘세계 경제의 미래를 밝히는 전환점, 서울 G20정상회의’와 ‘세계가 대한민국을 주목합니다’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 포스터에 검은색 스프레이로 쥐를 덧그려 청사초롱을 들고 있는 쥐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해당 풍자를 그린 당사자는 “정부가 G20행사에 매몰된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비판하기 위해 G20의 ‘G’를 따서 쥐를 그린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검찰은 당사자에게 징역 10개월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공용물건을 훼손한 혐의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마네 그림으로 국정농단 사건 지적한 ‘박근혜 풍자’
박근혜 전 대통령 때의 대표적인 풍자는 마네 ‘올랭피아’와 조르조네 ‘잠자는 비너스’ 그림을 빗댄 ‘더러운 잠’이 있었다. 해당 작품은 나체의 모습으로 누워있는 여인의 얼굴에 박 전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했고 그 옆에는 침몰하는 세월호와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가 주삿바늘이 든 꽃을 가진 모습 등이 그려져 있다.
해당 그림을 그린 이구영 화가는 “공적인 역할을 해야 될 분, 국가의 수반인 분이 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어떤 적절한 대답도 없다. 그래서 풍자의 대상으로 등장이 된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 해당 풍자 그림을 전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당시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작품은 예술가 자유이고 존중돼야 하지만 그 작품이 국회에서 정치인 주최로 전시된 것은 적절치 않다”고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예술인들의 건전한 시국 비판은 존중받아 마땅하지만, 정도를 넘어선 행위는 분노를 부추기는 선동이고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인격살인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비난했다.
◆마블 타노스 빗댄 ‘문노스’… ‘문재인 풍자’
문재인 정권 때의 풍자는 지난 2019년 터닝포인트 코리아 대표인 김모씨가 제작한 포스터들로 여기에는 문 전 대통령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나오는 악당 ‘타노스’ 캐릭터를 합성한 모습이 그려져 있다.
또한 ▲탈원전(국가 에너지 기반파괴) ▲공수처(수사 권력 장악) ▲연동형 비례제(입법부 장악) ▲국민연금 장악(기업 경영권 장악) ▲주한미군 철수(반미 선동) ▲고려연방제(종전선언, 공산 적화 통일 준비 완료) 등과 같은 문구가 적혀있다.
이 외에도 네이버 웹툰 ‘도전 만화’ 게시판에 ‘문켓몬스터’라는 제목의 웹툰에서 문 전 대통령을 포켓몬스터 속 캐릭터인 치코리타와 합친 ‘문코리타’ 캐릭터로 풍자하기도 했다.
당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해당 포스터와 관련 “‘문노스(문재인과 타노스의 합성어)’의 장갑이라고 이게 패러디가 요새 유행된다고 하는데 첫 번째 방송 장악, 두 번째 사법부 장악, 나머지가 바로 선거법하고 공수처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민주당 박혜련 의원은 “이제는 일베 사이트(극우 커뮤니티사이트)에 나오는 문노스라는 망언까지 내뱉고 있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한편 현재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관련해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게시된 ‘윤석열차’라는 풍자 작품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작품을 보면 윤 대통령의 얼굴을 빗댄 열차가 중앙에 배치돼 있으며 사람들이 열차를 피해 달아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또 열차를 운전할 수 있는 조종석에는 김 여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타고 있으며 검사의 모습을 한 사람이 한 손에 칼을 들고 객실에 타고 있다.
김 여사가 권력의 실세라는 의혹(민간인 지인과 봉하마을 방문, 윤 대통령 나토(NATO) 순방 당시 민간인 동행)과 윤 대통령의 검찰 편중 인사를 풍자해 그린 것으로 해석된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지난 4일 해당 작품과 관련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정치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해 전시한 것은 학생의 만화 창작 욕구를 고취하려는 행사 취지에 지극히 어긋난다”며 “만화영상진흥원에 유감을 표하며,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이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6일 “대한민국 문화콘텐츠 사업이 전 세계에 알려지는 마당에 자유로운 표현을 정치적 이유로 가로막으려 시도하거나 실행하는 일은 참으로 경악스럽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