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월례회 후 성명발표
80$로 내린 유가 오를 수도
업계, 고환율+고유가 ‘이중고’
자본잠식 항공사 늘어날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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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코로나 이후 최대폭' 日 200만배럴 감산.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OPEC+가 내달부터 원유생산을 대폭 줄이기로 하면서 국내 항공 및 정유업계 관계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OPEC+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이 외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다. 일각에선 최근 진정세를 보였던 유가가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고환율과 고물가로 상황이 극단으로 치닫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OPEC+는 5일(현지시간) 월례 장관급 회의 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내달 일일 원유 생산량을 이달보다 200만 배럴(1bbl=158.9ℓ)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최근 83달러대까지 떨어졌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다시 급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제 유가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 3월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147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WTI도 지난 6월 배럴당 122.11달러까지 올라갔었지만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3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을 단행하면서 가격이 배럴당 80달러대로 밀리기도 했다.

항공업계는 현재 고환율과 고금리로 재무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OPEC+의 생산량 감축 결정까지 겹쳐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이후 여객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원유 생산량이 줄 경우 유가가 오르고, 자연스럽게 항공기 연료비도 인상될 수 있다. 특히 대형항공기의 경우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0~40%에 달하는 만큼 업계 관계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를 경우 대한항공은 약 2800만 달러(397억원), 아시아나항공은 약 180억원의 유류비 지출이 늘어난다. 대한항공은 올해 2분기 연료비로만 1조 140억원을 지출했는데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153% 증가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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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연합뉴스) 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기가 세워져 있다.

유가 상승에 따라 항공기 연료비용이 증가할 경우 유류할증료가 오르면서 소비자 부담도 덩달아 커질 전망이다. 유류할증료란 항공사가 유가 상승에 따라 운임에 별도로 부과하는 비용이다. 유류 할증료는 올해 7~8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유가가 다시 급등할 경우 다시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번 OPEC+의 감산 발표에 업계가 촉각을 세우는 이유는 고환율로 인한 타격의 영향도 있다. 국토교통부의 항공정보 포털시스템에 따르면 9월 국제선 여객 수는 192만 2320명으로 지난달보다 10%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7~8월 성수기가 끝난 것과 치솟는 원·달러 환율 때문에 여행을 포기하고 국내로 눈길을 돌린 여행객들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또 항공사들의 환손실도 이어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3분기 3585억원의 환손실을 입었고,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상반기에 부분 자본잠식 상태로 접어들었다. 또 고유가에 환손실까지 겹치면서 티웨이항공, 진에어, 제주항공 등도 자본잠식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본잠식이란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면서 영업을 하는 것을 말한다.

한편 정유업계에선 유가 상승으로 인한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통상 유가가 오르면 정제마진이 올라감에 따라 실적이 개선되는 데 수요가 줄면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OPEC+가 결정한 감산 결정이 예상보다 큰데, 이런 상황이 장기적으로 지속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세계적인 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석유 제품 수요가 위축된 상황이 유가 하락의 원인으로 일부 작용하고 있는 부분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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