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갤러리그림손서 개최
5일부터 11일까지 진행돼
마지막 황태자비 이방자 여사
일본서 배운 칠보 공예 널리 전파
전통·현대·중국 칠보도 한자리서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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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칠보대비녀’ (제공: 고미술품 전문 갤러리 고은당) ⓒ천지일보 2022.10.06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칠보(七寶)’. 마치 일곱 가지 보물처럼 아름다운 빛이 난다고 하여 ‘칠보’라 했다. 칠보는 희귀하고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공예품으로 꼽힌다.

이 같은 칠보의 우수성과 아름다움,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칠보, 사색전(四色展)’이 마련됐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그림손에서 열리는 전시는 5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된다. 전시는 고미술품 전문 갤러리 고은당이 주최하고 종로구청, 갤러리그림손, ㈔한국고미술협회, ㈔인사전통문화보존회, ㈔한국칠보공예협회 등이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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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암 정하근 선생이 마지막 황태자비인 이방자 여사의 칠보 작품 앞에서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천지일보 2022.10.06

◆칠보 대중화한 마지막 황태자비 이방자 여사

칠보는 금, 은, 유리, 거거(대왕조개), 산호, 마노, 진주를 포함한 일곱 가지 보배로운 보석이라는 뜻이다. 이 재료들 위에 유리질의 유약을 녹여 칠한 뒤 700~900℃의 뜨거운 불에 굽고 녹인다. 그리고 그 위에 색을 칠하는 과정을 수십 번 거치면 신비롭고 찬란한 빛깔이 연출되는데 이것이 칠보의 대표적인 매력이다. 칠보는 불이 만들어낸 예술, 불이 만들어낸 보석이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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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자 여사의 ‘칠보 도투락댕기(22x124.5㎝)’ ⓒ천지일보 2022.10.06

칠보는 삼국시대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왕족과 사대부의 신분을 나타내는 장식품으로 안착되며 귀중품으로서 왕가 및 사대부에서 사용됐다.

1960년대 이방자 여사의 귀화 후 국내에 칠보 기술이 널리 알려졌다. 이방자 여사는 영친왕의 부인이자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비다. 그는 일본에서 배운 칠보 공예를 자선 단체 자원으로 활용하고 한국에 기술을 널리 알리기 위해 1966년 칠보 연구소를 설립했다. 그는 수많은 제자 양성과 대중화에 힘을 기울였다. 1983년에는 한국칠보협회를 창립하고 협회 고문으로서 일본 칠보 작가를 초청해 양국 간의 칠보 공예 작가들의 유대 관계에도 힘썼다. 이방자 여사는 1989년 타계하기 전까지 꾸준한 작품 활동을 했고, 그의 수준 높은 칠보 작품은 오늘날까지 많은 칠보 작가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 

◆네 가지 매력 담은 칠보 ‘사색전’

이번 기획전은 이방자 여사 칠보 작품, 현대 칠보, 전통 칠보, 중국 칠보를 한자리에서 엿볼 수 있는 사색전(四色展)으로 마련됐다. 

특히 기획전에는 은암 정하근 선생의 수집품으로 한국 칠보 예술의 대중화에 앞장선 이방자 여사의 작품들이 공개됐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칠보 도투락댕기(22x124.5㎝)’인데 바로 이방자 여사의 작품이다. 이는 궁중이나 양반 가문에서 신부가 원삼이나 활옷의 혼례복을 입고 족두리나 화관을 쓸 때 쪽 진 머리의 뒤쪽에 붙여 길게 늘어뜨린 뒷댕기다. 또한 ‘칠보 족두리’ ‘칠보 십장생 수저집’ 등도 공개돼 칠보의 매력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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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아트파란 칠보공방 대표의 작품인 ‘봄 이야기(2015)’ (제공:고미술품 전문 갤러리 고은당) ⓒ천지일보 2022.10.06

전통 칠보 공예의 맥을 이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박미향(아트파란 칠보공방), 박수경(반초갤러리) 대표의 아름답고 다양한 장르의 칠보 작품도 공개됐다. 

박미향 대표의 작품 달항아리 두 점은 조선시대 백자를 모티브로 삼은 작품이며, 칠보 책가도는 조선 중후반기 부모들이 자녀의 학업 독려를 위해 서재에 걸었던 책가도 그림을 칠보로 재현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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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경 반초갤러리 대표의 작품 ‘파피루스’ (제공:고미술품 전문 갤러리 고은당) ⓒ천지일보 2022.10.06

3대에 걸친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금하칠보의 명맥을 이어오는 박수경 대표는 과거 선조들이 사용한 소반, 합 등의 원목 소재를 이용해 현대 칠보를 결합하는 리폼작을 선보였다. 또한 어떠한 장식이나 꾸밈없는 가장 간결한 디자인을 통해 소재와 형태, 본질 자체의 아름다움을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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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관람객들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그림손에서 열린 ‘칠보, 사색전(四色展)’을 관람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10.06

아울러 전시에서는 조선시대의 칠보 작품과 중국의 칠보인 ‘동태법랑’, 특별초대작가로 금속공예에 있어 빠질 수 없는 고승관 작가의 작품까지 한자리에 모아 직접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고은당 정필재 대표(인사전통문화보존회 이사)는 “한국칠보협회가 창립된 지 올해로 40년이 됐음에도 칠보의 전통을 계승하는 것이 소외시 되고 있다”며 “이방자 여사가 하셨던 것처럼, 다시 한번 칠보의 대중화를 위해 이번 전시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전시는 네 가지 의미를 담은 사색전(四色展)으로 마련해 칠보의 다양한 매력을 만날 수 있다”며 “앞으로도 꾸준한 전시 기획을 통해 대중에게 칠보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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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보, 사색전(四色展)’ 전시 포스터 (제공:고미술품 전문 갤러리 고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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