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공사로 브랜드 평판 3위→꼴찌
광주서 두건 사고로 사망자만 15명

image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 1월 서울 HDC현대산업개발 용산 사옥에서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이날 정 회장은 사퇴 의사를 밝혔다. ⓒ천지일보DB

[천지일보=조성민 기자]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오는 7일  예정됬던 국정감사를  아시아축구연맹(AFC)  활동을 이유로 불출석 선언한  가운데 과거 부실 공사 논란에 휩싸였던 ‘광주 학동 철거 현장 붕괴 사고’와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가 재조명받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은 범현대가 계열 건설회사이자 HDC그룹의 모체가 되는 기업으로 도급 순위 10위인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건설회사다. 아파트 브랜드로는 아이파크(I-PARK)가 있다.

◆광주 학동 철거 현장 붕괴 사고

지난 2021년 6월 9일 16시 23분경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을 위해 철거하던 지상 5층, 지하 1층 규모의 학산빌딩이 붕괴하면서 시내버스를 덮쳤다. 이 사고로 사망 9명·부상 8명 등 모두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철거 하청구조를 살펴보면 학동4구역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 조합이 HDC현산에게 철거·시공 계약을 했다. HDC현산은 ㈜한솔기업에 하청을 줬고 ㈜한솔기업은 또 ㈜백솔건설에게 재하청을 줬고 ㈜백솔건설은 ㈜아산산업개발에 재재하청을 줬다.

전문가들은 재하청도 불법인데 거기에 ‘재재하청’이 더 추가됐다고 탄식했다. 3.3㎥당 28만원이던 철거공사비가 재하청 과정에서 10만원대로 절반 가량 대폭 삭감됐고 재재하청과정에서 최저 4만원대로 더 삭감됐다.

㈜아산산업개발은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계획서를 무시하고 건축물 뒤편 잔해더미 위에 10톤짜리 굴삭기를 배치, 무리하게 철거를 강행했고, 결국 감리사가 한눈을 판 사이 건물은 버스를 덮쳤다.

사고가 발생한 ‘학동4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은 지난 2017년부터 광주 동구 학동 633-3번지 일대 12만 6433㎡에 지하 3층, 지상 29층, 19개 동, 2314세대 규모로 추진 중인 사업으로써 학동 4구역 재개발 조합원 수는 648명이다.

기존 건축물 철거건물은 600여 동으로 철거 해체 공사 공정률은 90%를 넘어 거의 완료 단계였고 이날 붕괴된 건물은 이 구역의 마지막 철거건물이었다.

image
광주 학동 건물 붕괴사고 현장. (출처: 연합뉴스)

학동4구역 조합장인 조모(73)씨는 문흥식 전(前) 5·18구속부상자회장이 경비인력을 동원해 당선됐다.

그러나 재개발 사업에 따른 업체 선정 및 이권 개입 등 각종 비리와 의혹이 드러나 수사가 진행됐고 관련자들은 모두 재판에 넘겨졌다.

재개발 정비사업 브로커로 활동한 문 전 회장은 철거업체들에게 약 12억 9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9월 1심에서 징역 4년 6개월 선고와 9억 7000만원의 추징금도 받았다.

현장 책임자들도 지난 9월, 1심에서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하청업체인 한솔 현장소장 강모씨에게 징역 2년 6개월, 재하청업체 백솔 대표 조모씨에게 징역 3년 6개월, 감리를 맡았던 차모씨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아울러 HDC현산 현장소장 서모씨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공무부장과 안전부장에게는 각각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청업체 현장소장인 김모씨에 대해서도 금고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고, 함께 기소된 현대산업개발에는 벌금 2000만원, 백솔건설과 한솔기업에는 각각 벌금 3000만원을 부과했다.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광주 학동 철거 현장 붕괴 사고가 일어난 지 불과 7개월 만에 지난 1월 또다시 광주에서 HDC현산이 공사 중이던 화정 아이파크 2단지 201동의 23~38층 대부분이 붕괴됐다.

사고 당시 작업하던 인부 6명이 잔해에 실종돼 오랜 기간 수색을 펼쳐졌지만 결국 6명 전원이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입주 일정을 맞추려고 무리하게 공사 속도를 내 가장 기본적인 콘크리트 양생을 간과한 것이 붕괴 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현장 관계자들은 시공사가 사고 1~2달 전부터 공사 기간을 넘지 말라고 압박해 일반적인 겨울철 콘크리트 양생을 2~3주의 공사 속도가 아닌 4~5일에 한 층씩 쌓아 올렸다고 진술했다. 또 영하의 날씨에도 공사 기간이 늘어나면 비용이 증가할 것을 우려해 혹한의 날씨에도 콘크리트가 충분히 굳을 때까지 고체 연료를 사용해 굳히지 않고 대략 굳으면 그 위에 또 양생했다고 말했다.

일반 현장에서는 콘크리트와 철근이 서로 단단히 맞물려 붕괴하더라도 철근에 콘크리트가 붙어있지만, 화정 아이파크 사고 현장에서는 마치 생선뼈처럼 말끔하게 발라진 철근들이 드러났다.

image
광주화정아이파크 붕괴추정원인 (출처: 연합뉴스)

아울러 양생된 콘크리트가 밑으로 휘거나 무너지지 않도록 임시로 설치하는 동바리(지지대)조차 붕괴 층마다 발견되지 않아 속도와 안전을 맞바꾼 총체적인 부실 공사의 민낯을 보여줘 HDC현산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반면 건설사인 HDC현산 측에서 전문가들의 분석과 달리 공사가 기간보다 좀 더 빠르게 진행되던 상황이라 공사 기간을 무리하게 단축할 필요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더해 콘크리트 타설 단축도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1월 건설노조 광주 전남본부가 광주 화정 아이파크 201동 콘크리트 타설 일지를 확보해 언론에 공개했다. 35층부터 PIT 층까지 5개 층이 각각 6~10일 만에 타설됐으며 이에 따라 12~18일 동안 충분한 양생 기간을 거쳤다는 HDC현산 측의 해명은 신빙성을 잃게 됐다.

지난 3월 광주지법은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 전반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아 7명의 사상자를 낸 현장소장 등 관계자 5명 중 3명에 대해 도주 우려 및 증거 인멸 이유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나머지 2명에 대해서는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어 지난 7월에는 HDC현산 임직원이 재판에 넘겨졌다. 광주지검 형사3부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건설기술 진흥법 위반 등 혐의로 하원기 전 HDC현산 건설본부장 겸 대표이사와 권순호 전 대표이사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공사 현장 관계자 3명, 하청업체 관계자 1명, 법인 1곳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고 덧붙였다.

사고 후 붕괴된 모든 동은 철거 후 재건축이 확정됐고 화정 아이파크는 오는 2028년 완공 예정으로 기간이 늘어나 입주민들은 세 번이나 상경 집회를 열었다. 최근 9월 집회 때는 경찰추산 입주민 650여명이 모였다. 이들이 세 번이나 상경 집회를 연 이유는 입주 지연 배상금 등 주거지원 대책을 두고 HDC현산과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입주민의 문제는 아직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두 부실공사 이후

광주 일대 지역민들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아이파크의 브랜드 이미지가 매우 나빠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른 지역 아이파크 아파트단지 입주민들 사이에 ‘아파트 이름에서 아이파크를 빼자’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화성시 반정동 아이파크 캐슬 3~5단지는 화정 아이파크와 비슷한 2022년 하반기에 완공 및 입주가 예정됐던 곳이기에 거주 동을 짓는 건설사가 HDC현산인지 롯데건설인지를 두고 입주예정자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해당 단지는 HDC현산과 롯데건설의 컨소시엄이 시공사로 선정됐으나 정식 계약은 HDC 측에서 진행했기 때문에 공사 및 입주 기한 연기는 물론 향후 아파트 외관 도색과 단지 통합 브랜드명까지 동별 편 가르기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결국 관할 지자체인 화성시에서 관내 아이파크 공사장에 대해 특별 안전 점검을 시행하기도 했다.

image
[천지일보 광주=서영화 기자] 지난 6월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붕괴 참사 1주기 추모식에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끌어안고 있다. ⓒ천지일보DB

HDC현산의 ▲지속적인 사고 ▲안일한 대처 ▲부족한 사과 태도 ▲불투명한 감리 ▲사후 처리 등으로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으면서 사고 후 시가총액이 나흘 동안 4580억원이 증발했다.

또 브랜드 평판지수는 ‘I-PARK’ 기준 업계 3~4위에서 1년도 채 안 돼 꼴찌인 24위까지 추락했다. 주가도 연일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고 당일인 지난 1월 11일만 2만 5000원 선이던 주가는 2주도 안 된 사이 40%가량 하락한 1만 5000원대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지난 4월 서울시는 HDC현산 본사에 대해 영업정지 8개월(부실시공 관련), 과징금 4억원(불법하도급 관련)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 중 부실시공 관련 영업정지를 놓고 법적 다툼이 현재 진행 중이다. HDC현산은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법원은 이를 인용해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

불똥은 같은 범현대가인 현대건설까지 엉뚱하게 튀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은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세영 명예회장 간의 현대차와 현대산업개발 맞교환 이후 전혀 관계없는 남남이 됐지만 대부분 일반인은 잘 모르고 같은 현대로 묶어 보는 경우가 많다.

이미 단순한 브랜드나 회사 수익의 하락이 아닌 HDC현산 자체가 존폐 위기에 몰렸다는 전문가들의 냉혹한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오는 7일 정몽규 회장의 국감 발언에 회사의 사활이 달려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편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국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이달 4∼18일 동안 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유치 활동을 위해 해외 출장을 나선다는 이유에서다.

#HDC현산 #정몽규 #국감 #참사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키워드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