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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5원짜리였던 안흥찐빵은 소박한 한 끼 식사로 배고픈 서민에게는 따뜻한 마음이었다. 사진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안흥찐빵. (제공: 강원도 횡성군) ⓒ천지일보 2022.10.04

강원도 횡성군 안흥찐빵

 

길손들의 소박한 한 끼 식사

남녀노소 즐기던 추억 간식

전통 제조방식 어머니 손맛

 

서울서 강릉 가는 중간 지점

주천강 알맞은 습도 제공해

[천지일보 횡성=이현복 기자] 한결 부드러워진 햇살과 제법 차가워진 바람, 높아진 하늘은 어느덧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려준다. 아침저녁 쌀쌀한 날씨엔 입안 가득 따뜻하고 달콤함을 채워주는 찐빵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1960년대 5원짜리였던 안흥찐빵은 길손들의 소박한 한 끼 식사였고 배고픈 서민들에게는 따뜻한 마음이었다. 모락모락 말랑말랑, 달큰하고 쫄깃한 찐빵의 진수 안흥찐빵을 먹기에 딱 좋은 10월 달콤한 추억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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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찐빵 빚고 있는 장인의 손. (제공: 강원도 횡성군) ⓒ천지일보 2022.10.04

◆시간 흘러 추억담은 국민 간식

안흥찐빵마을은 서울과 강릉을 잇는 국도 42호선이 지나는 마을이다. 예로부터 대관령을 넘어 서울로 가는 영동지방의 길손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들르는 중간 기착점이었다.

배고픈 길손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던 안흥찐빵은 흐르는 시간 속에 옛 시절 추억을 담뿍 담은 국민 간식으로 성장했다.

태기산에서 발원해 강림, 영월로 흐르는 주천강은 안흥찐빵의 숙성에 알맞은 습도를 제공해 현재 17개의 찐빵 업소가 성업 중이다.

1990년대 초부터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된 안흥찐빵. 찐빵마을을 찾으면 찐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질 좋은 팥을 사용해 전통 제조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안흥찐빵은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어진 현대인들에게 쉽게 물리지 않는 어머니의 손맛을 기억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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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흥찐빵. (제공: 강원도 횡성군) ⓒ천지일보 2022.10.04

◆안흥찐빵과 도깨비 삼형제 이야기

횡성군에 따르면 본래 안흥의 이름은 실미(實美)라 불렸다. 이곳에는 안흥찐빵과 도깨비 삼형제의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실미에서 강림을 넘어가는 길목에 장난꾸러기 도깨비 삼형제가 살았는데 지나가는 길손들의 먹을 것을 빼앗아 먹는가 하면 밤에는 도깨비불로 정신없게 해 길을 헤매게 하기 일쑤였다. 하루는 이 고을을 다스리는 현감이 아들의 병을 고칠 약을 치악산에 기거하는 명의로부터 구해 돌아오는 길에 도깨비 삼형제를 만나 약을 빼앗기는 일이 벌어졌다. 현감은 이들을 그냥 둬서는 안 되겠다 결심하고 신선이 산다는 매화산 신선봉을 찾아가 신선에게 도깨비를 혼내줄 방법을 물었다. 바둑을 두고 있던 신선은 “본래 붉은 팥은 사람의 몸에는 이롭고 귀신에게는 해로운 것이니 도깨비에게 팥을 먹이면 다시는 사람을 괴롭히지 못할 것이네”라고 답을 줬다. 현감은 도깨비에게 어찌하면 팥을 먹일까 궁리하다 도깨비가 좋아하는 술떡을 만드는 노파에게 술떡 안에 팥을 넣어 빵을 만들도록 했고 모든 길손이 이 빵을 지니고 다니게 했다. 평소처럼 길손들의 먹을 것을 빼앗아 먹던 도깨비는 팥이 든 빵을 먹자 바위로 변했다. 이후 장난꾸러기 도깨비가 없어진 후 이 고장의 이름은 ‘편안함이 절로 인다’라는 뜻으로 안흥(安興)이라 불리게 됐고 도깨비가 변한 세 개의 바위는 삼형제 바위라 불린다. 후대 사람들은 도깨비를 물리친 현감의 덕과 애민 선정을 기리기 위해 소사비를 세웠으며 안흥찐빵은 모든 길손의 간식거리로 지니고 다니는 필수품이 됐다. 지금도 도깨비들이 장난치던 그곳에는 도깨비 도로가 있어 지나는 관광객들에게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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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안흥찐빵축제 모습. (제공: 강원도 횡성군) ⓒ천지일보 2022.10.04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안흥찐빵축제’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안흥찐빵모락모락마을 일원에서는 오는 7일부터 9일까지 ‘제14회 안흥찐빵축제’가 열린다. 안흥찐빵모락모락마을은 안흥찐빵을 테마로 전시·체험·홍보 기능이 복합된 문화공간으로 올해 개관했다. 옛날 향수와 추억에 별미와 재미를 더해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체험과 볼거리, 먹을거리로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기다리고 있다.

2019년 이후 3년 만에 열리는 안흥찐빵축제는 국민 간식 찐빵의 전통적 명맥을 이어가는 지역 대표 먹거리 축제다.

이번 축제는 ‘빵빵 터지는 신바람 나는 안흥찐빵축제’를 주제로 찐빵의 유래와 역사를 알 수 있는 찐빵홍보관, 가을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플라워 포토존, 고향의 향수를 자극하는 섶다리, 도깨비 이벤트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찐빵도 사고 황금 반지의 행운도 잡을 수 있는 복권 이벤트, 찐빵 빨리 먹기, 높이 쌓기, O·X 퀴즈 이벤트가 매일 펼쳐져 즐거움을 더할 계획이다. 

이상규 안흥찐빵축제위원장은 “3년 만에 개최되는 안흥찐빵축제를 위해 안흥 주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축제 준비에 여념이 없다”며 “부담 없이 따스하게 즐길 수 있는 찐빵처럼 찐빵축제를 찾는 방문객 모두 소소하지만 확실한 즐거움과 추억을 남기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팥을 뭉근히 삶아 어머니의 손맛이 가득 담긴 안흥찐빵을 맛보며 옛 추억과 포근한 정을 느껴보길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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