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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말 안들을 때 ‘글씨 숙제’ 부여

아이 앞에서 다 쓴 종이 찢어

“아이 고통받아 정서학대 해당”

 

어린이집 “해결가능했던 문제”

“찢는 것 서로 약속했던 부분”

“바로 신고 않고 기회 줬다면”

해당 교사 2명 자진퇴사 의사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엄마 나는 말을 안 듣는 아이야. 말을 안 들으니까 맨날 ‘글씨’ 써야 해. 근데 글씨 쓰기 너무 힘들어.”

A어린이집에 다니는 6살배기 아이를 둔 엄마 이모씨는 지난 5월 초 아이가 잠들기 전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보고 단순한 아이들의 투정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이는 사흘이 되고 나흘이 돼도 웬일인지 똑같은 얘기만 되풀이했다.

천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유치원 교사이기도 했던 이씨는 처음엔 “선생님 말씀을 잘 들어야 한다”며 타이르기도 했으나 반복되는 아이의 말에 의아심을 가지게 됐다. 어느 날은 6살 아이가 자려고 누웠다가도 “내일 가면 또 글씨 써야 돼”라며 한숨을 쉬거나, 갑자기 자다가 일어나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아빠 다리를 한 채 허리를 쭉 펴고 “이렇게 앉았어야 했는데…”라고 되뇌기도 했다.

이씨는 아이가 3살 때부터 언어 지연으로 언어발달센터에 다녀왔기에 말을 꾸며 말할 정도의 어휘를 쓸 정도가 아니라는 판단이 들어 어린이집에 찾아가 CCTV를 확인하기로 했다. 다음날 어린이집을 찾아 CCTV 영상을 확인한 이씨는 화가 나 이성을 잃을 것만 같았다고 전했다. 영상에서는 아이가 B담임교사에게 붙들려 글씨를 쓰고 있었는데, 글씨를 다 써 선생에게 내밀자 아이가 보는 눈앞에서 그 종이를 수차례 찢어 쓰레기통에 버리는 모습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씨에 따르면 CCTV 확인결과 아이가 5장 분량의 빈 종이에 글을 적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아직 유아기에 불과한 어린이에겐 일명 ‘깜지’ ‘빽빽이’로도 느껴질 수 있는 과제이지만, 이같은 글씨 과제가 부과된 날은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이씨에 따르면 어떤 날에는 다른 오후교사 C선생이 종이를 들고 와 무언가를 얘기하자 아이가 강하게 몸을 흔들며 거부하는 모습도 담겼다. 다른 아이들이 자유롭게 노는 중에도 아이는 선생의 설득 속에 어쩔 수 없이 책상에 앉아 5장 쓰기 숙제를 40분간 해야 했다. 40분간 아이는 다른 아이의 놀이를 보다가 쓰다가를 반복하며 다 쓰고나서야 그 자리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한창 뛰어놀면서 학습하는 시기여서 ‘이야기 나누기 시간’ 등 아이들 수업시간이 20분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과도하게 긴 시간에 과중한 숙제’라는 게 학부모 설명이다.

보육 방식에 의구심이 들어 아이를 등원시키면서 A어린이집을 찾았던 날에도 B교사에게 아이의 반응을 전달하며 ‘혹시 아이가 잘못하는 게 있다면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씨 아이가 5살 때부터 같은 어린이집에 같은 담임교사 밑에서 배워왔던 터라 그간 ‘아이의 잘못된 행동이 있다면 가정에서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알려달라’고 당부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씨가 어린이집을 찾았던 당일 아이는 집에 돌아와 “글씨 얘기하지마. 선생님이 비밀이니까 엄마한테 말하지 말래. 안 그러면 글씨 5장 더 써야 해. 글씨 쓰기 너무 힘들어”라고 토로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아이 엄마는 담임교사에게 ‘정서적 학대’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아동 정서학대란 아동의 인성 발달에 손상을 입히는 행위로 언어적·정서적 위협, 감금이나 가학 행위 등을 아우른다. 특히 아동의 연령에 적절하지 않은 과도한 과업이나 행동 요구 등도 정서학대에 포함된다.

반면 어린이집 측은 사실과 다르게 왜곡된 부분이 많다고 반박하고 있다. 어린이집 원장은 “저희가 잘못하지 않았다고 하는 건 아니다. 저도 자식을 키우는 입장이여서 부모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면서도 “그러나 선생뿐 아니라 저도 부모 집을 찾아가 사과하려 해도 계속 자필로 쓴 사과문을 달라고 하면서 사과를 받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그 부분을 요구하고 서로 소통함으로써 교사에게 단 한번의 기회라도 줬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며 “이후 CCTV를 확인하고 바로 신고해 교사분들이 억울하게 퇴직을 하게 됐다”고 했다.

또 아이 앞에서 종이를 찢은 상황에 대해선 “이면지를 찢은 건 아이들도 ‘다 쓴 건 그냥 찢어버리자’라고 약속을 했던 터라 받아들이고 있던 부분”이라며 “CCTV 상에선 보이지 않지만 교사가 억지로 강요하지도 않았고 이러저러해서 쓰는 거니까 얼른 쓰고 놀자고 설명을 다 했다고 한다”고 해명했다.

원장에 따르면 B·C 두 선생은 이번 일로 스스로 그만두려 했다고 한다. 어린이집은 기회를 한번 더 주고자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열었으나 퇴사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면서 두 선생은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아울러 현재 이 일로 퇴직한 두 교사가 극심한 심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원장은 전했다.

이씨는 기회 없이 바로 신고했다는 부분에 대해 “사건을 안 날이 4월 25일이었고 신고한 날은 5월 13일이었다. 아이는 5월 12일까지 등원을 계속하고 있었고 사건을 안 날로부터 퇴소 전까지 두 선생님들의 얼굴을 뵌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일이 발생한 당시 이씨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아동학대 관련 문의를 했고, 아동학대 여부를 정확히 확인하려면 신고를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해 지난 5월 13일 신고하게 됐다. 이후 신고 의무자인 구청 공무원 담당자는 경찰과 함께 조사에 들어갔고, 조사를 마친 뒤 날짜를 지정해주며 CCTV 영상을 본 뒤 경찰신고 여부를 결정하라는 말을 전했다. CCTV 확인결과 이같은 일이 반복적으로 발생했다는 것을 확인한 이씨는 결국 경찰에 아동학대로 신고하게 됐다.

사건은 현재 인천 미추홀 경찰서에서 인천 경찰청으로 이관돼 4개월가량 아동학대 특별수사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CCTV 분석 중이라는 연락은 6월과 8월 등 여러차례 받았으나 아직 수사에 대해 이렇다 할 결과는 받지 못한 상태라고 이씨는 전했다. 이에 이씨는 구청 담당자 등 신고 의무자와 경찰이 아동학대 정황을 확인하고도 신속하게 조치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추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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