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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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이 지난 98, 최고인민회의에서 동-서 대운하 건설을 전격 발표했다. 북한 핵무기의 운용이나 통제를 전적으로 자신의 권한 아래 두는 핵무력 법제화 결정을 하며 최고지도자로서의 위상을 한껏 과시하는 자리에서 동·서해 연결 대운하 건설이란 초대형 프로젝트의 청사진을 꺼내든 것이다. 이 공사가 완공될 경우 이는 북한의 지도를 바꾸는 대역사가 될 것임이 확실하다. 그리고 북한의 진로를 바꾸는 대변혁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북한의 대운하 건설 구상은 선대 수령이자 김정은 리더십의 롤모델이라 할 김일성 국가주석(199478일 사망)의 못다 이룬 꿈을 완성하는 것이 될 수 있다. 6.25전쟁을 치르면서 북한 해군력이 동서해로 갈라져 매우 취약하다는 점을 절감한 김일성은 휴전 직후인 1953년 김일성종합대학 지리학부에 동서 연결 대운하 건설 방안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 20여년의 검토 끝에 서해의 남포 지역 대동강과 동해의 함흥 용흥강(금야강)을 연결하는 라인이 유력하게 떠올랐고, 12개의 계획된 갑문 중 서해 쪽 남포·미림·봉화·성천·순천 등 5개의 갑문 건설이 완성됐다.

그러나 동해안 쪽에 높게 솟은 낭림산맥을 관통하는 게 문제였다. 북한이 제아무리 굴을 잘 뚫는다지만 많은 기계장비와 고도화된 측량기술이 필요한 낭림산맥을 관통하는 대공사를 해 낼 능력은 없었다. 결국 1970년대 들어서며 국력이 여지없이 쇠퇴하면서 동서해 연결 운하는 불가능한 일이 돼버렸다. 우리는 여기서 김정은의 동서 대운하 건설을 잠시 분석해 볼 필요가 있는데, 첫째는 북한에 대운하 건설 인력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군부대를 동원하면 그만이다. 전술핵 배치로 전선의 군부대 감축에 들어간 북한에게 인력 걱정은 없다. 둘째로, 그러나 북한에게 과연 1000리 대운하에 들어갈 원자재가 충분한지는 미지수로 공사 완공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심히 의심된다.

셋째로, 혹시 북한 정권이 안보 차원에서 수공능력을 구축하는 ‘1000리 대수로 장성을 만드는 건 아니냐는 것이다. 공군력이 모든 전쟁을 지배하는 현대전에서 수로가 막을 수 있는 것은 장갑무력 뿐이지만 김정은에게 대수로는 그 공격력을 지연시킨다는 측면에서 다소 안정감을 가져다줄 수 있는 건 사실이다. 그동안 북한은 3면의 바다를 활용하지 못하는 애로를 겪어 왔다. 서해의 대표적 항구인 남포·해주·신의주와 동해 청진·원산·흥남·나진항·원산항 등을 오가기 위해서는 한반도 남측 공해상을 거쳐야 하는 어려움은 물론 보안상으로도 취약한 문제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북한은 과거 남북 해운협력을 내세워 제주해협 통과를 우리 측에 요청해 오기도 했다.

동해 지역에 밀집한 지하자원이나 철강 등을 서해로 보내고, 서해 쪽 곡창지대의 식량 등을 반대편으로 보내는 데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1968년 북한에 나포돼 원산항에 정박시켜 뒀던 미 정보함 푸에블로호(AGER-2)30년 만에 서해 쪽으로 몰래 옮겨 평양 보통강변에 전시할 때도 북한은 미 첩보위성이나 해상검색을 우려해 가슴을 졸였다고 한다. 그때 북한은 두꺼운 철판으로 배의 상층부를 가려 미군의 레이다를 피하며 고생했다. 그만큼 북한은 동서해 연결 운하의 필요성을 느껴왔다는 것이다. 북한의 열악한 교통 인프라 실정을 고려한 결정이란 분석도 있다. 철도의 경우 극도로 노후화한데다 전기 공급마저 여의치 않아 시속 30~40이상 달리기 어려운데다, 잦은 정차로 북한 내 수송에 며칠씩 걸리기 일쑤다. 차량을 이용한 화물 수송의 경우는 북한에서 제대로 된 서비스를 기대하기 힘들다. 산악이 많은데다 원유가 절대부족하기 때문이다. 내륙 대운하를 이용할 수 있다면 동서해 지역의 물류 운송이 원활해지고, 철도·도로의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이와 같은 청사진은 많은 장애물과 함께하고 있다. 중국의 차관제공 등 지원이 없으면 어림없는 계획이다. 북한의 동-서 대운하가 순수한 경제적 목적으로 건설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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