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란 박사
인도 델리대학교 객원교수
국제불교연맹(IBC India) 운영위원
WFB 태국본부 집행위원
한국불교는 지금 크게 보면 율장(律藏, Vinaya Piṭaka) 문제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율장에 의한 논란은 적주 비구와 도박의 문제로 시끄럽다. 사실이라면 파계행위임에 틀림없으며, 산문을 떠나야 하고 구족계(우빠삼빠다, Upasampadā)를 새로 받아야 한다.

불교가 발생한 이래 6차의 결집이 있었다. 1,2,3차는 인도에서 4차는 스리랑카에서 5,6차는 미얀마에서다. 카시미르에서도 제4차 결집이 있었지만, 상좌부에서는 이 4차를 인정하지 않는다. 불교결집은 삼장(경.율.론)의 내용이 주가 된다.

하지만, 제2차 결집시의 가장 중요한 이슈는 율장이었다. 부처님 열반 100년경에 바이샬리 지역의 밧지족 비구들의 10가지 율장에 어긋나는 문제로 인하여, 청정비구 율사 야사(Yasa)의 절규로 제2차 결집이 소집된 것이다. 지금의 안목으로 보면 사실 아무것도 아닌 내용이지만,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한 사건이었다.

뿔 속에 소금을 저장하는 것, 오후에 먹는 문제, 한번 먹고 또 마을에 가서 걸식하는 것, 오후에 신맛이 나는 우유를 마시는 문제, 적당한 사이즈가 아닌 깔개 사용문제, 금은의 사용 등등 열 가지이다. 이것이 발단이 되어서 상좌부와 대중부로 갈라져서 18부파로 갈리게 된 분수령이 되었다.

당시 왕의 여동생이 비구니여서 왕이 자문을 받았는데, 비구 야사의 손을 들어주고 정통성을 인정해 주었다. 하지만 밧지족 중심의 대중부는 따로 결집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대중부 진보파의 효시가 된다. 제2차 결집으로부터 100년 후에는 아소카 대왕의 후원으로 3차 결집이 이뤄졌고, 삼장이 확고하게 정립됐다.

이후 상좌부는 남방불교권인 스리랑카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승가의 전통이 되었고, 중국 한국 일본은 상좌부의 분파인 화지부에서 갈라진 북인도와 중앙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법장부의 율장인 사분율을 따르게 되었다. 티베트 불교 역시 상좌부에서 갈라진 근본 설일체유부의 율장을 따르고 있다. 교리 상으로는 소승 대승 밀교(금강승)로 나눠지지만, 율장 면에서는 세계의 모든 불교가 부처님 당시 승가의 정통성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불교는 율장의 입장에서 다행하게도 불교의 정통성을 인정받는 상좌부의 분파인 법장부의 율장을 소의로 하게 되고, 면면히 계승해오고 있다. 한국불교에서 대승계 운운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한국불교는 비구 승가가 원칙이다. 단 한 명의 정통 비구가 존재하더라도 이 원칙은 변할 수가 없다. 한국불교는 율장 면에서 대중부를 계승한 것이 아니다. 대승불교 교리나 사상은 받아들였지만, 율장은 상좌부를 계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불교사가 곡절이 많아서 율맥 계승의 정통성은 담보하기가 어려운 면이 없지 않다. 그렇다보니 대중들은 율장에 대해서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데, 이것은 근세에 일본불교의 영향 때문이다.

일본불교는 에도 막부가 승려들의 결혼을 강권하여 대처화시켰다. 일본에서는 승려가 결혼하는 것을 하나도 이상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정부에서 그리고 국민이 수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티베트 불교에서도 샤카파에서는 결혼을 한다. 그리고 몽골 러시아 불교라마도 결혼을 한다. 정부의 정책 때문이었다. 하지만 티베트 불교의 주류는 빅슈(비구)불교이다. 중국 대만 베트남도 역시 빅슈(비구)불교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 불교는 비구(빅슈) 대처 재가승 등 혼란의 극치이다.

율장은 불변이다. 율장은 승가의 윤리 도덕의 문제이며, 개정의 대상이 아니다. 사실, 율장은 승가의 자율적인 지계이며 의무사항이다. 우리나라 불교는 이 원칙이 무너지고 있으며, 저 인도의 밧지족 비구들처럼 제 멋대로 해석하여 오도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 불교는 비구 야사와 같은 청정비구의 절규가 필요하고 결집이 있어야 한다. 종권을 잡기 위한 무슨 광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율장을 다시 점검하는 율장결집이 필요한 시점이다. 같이 도박을 했다는 어느 한 스님의 고백은 율장에 따르면 참회에 해당한다. 자신이 참회했으면 율장 정신에 투철한 것이며, 다른 승려들에 대한 처벌은 승가 전체의 몫이다. 한 원로 스님은 원로의원 가운데 적주 비구가 있고, 부적격자가 있다고 고발했는데, 이 문제도 결국 승가 전체의 몫이다.

문제는 승가에서 이런 문제를 다루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승가 자체 내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세속 법에 의지하여 판단을 구하는 것은 율장정신에 위배되는 일이다. 가슴 아픈 일은 승가 자체에서 자율적으로 율장에 의한 해결이 안 되는 상황에까지 이를 정도로 승가가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이다. 한국불교는 지금 분명 위기이다. 무슨 광장이라는 이름아래 동조자를 규합하는 정치력이 아니라, 율장정신을 회복하는 데에 앞장설 비구 야사의 절규가 더 필요한 시점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