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김지연 기자] 유업체들의 우윳값 인상 계획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반대 측과 합리적인 조율점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해 우윳값 인상은 지난 8일 업계 처음으로 매일유업이 250원을 올렸다가 하루도 못되는 새 가격을 되돌리는 소동을 빚었다. 농협 하나로마트가 인상안을 거부하면서 대형마트들이 잇따라 가격을 환원시킨 탓이다. 매일유업에 이어 가격을 올리려던 업체들도 다 같이 주춤하는 상황이다.

이미 이달 1일부터 원유가격은 ℓ당 106원이 올랐다. 유업체들은 하루 1~2억 원의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며 울상을 넘어 비상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250원의 오름폭이 과도하다는 주장을 강력히 제기하면서 유업체에 가격인상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이 납득할 만한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면 가격인상은 ‘어불성설’이라는 것. 이에 대해 업체들은 대외비라서 공개할 수 없다고 맞서며 인상안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가격을 되돌린 대형마트들의 태도도 난감하지만 유업체로서는 ‘흰우유가 전 국민의 영양공급원’이라는 명분으로 나선 시민단체의 반대가 더욱 만만찮은 상황이다.

사실 양측의 주장은 초점부터 다른 면이 있다. 시민단체 주장의 핵심에는 ‘원유가격연동제’가 있다. 원유가격연동제 시행에 있어 ‘원윳값 인상과 제조·유통사 마진은 별개’라는 논리다.

지난 16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한국소비자연맹, 녹색소비자연대 등 10개 시민단체와 함께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이번 가격 인상을 통해 원유가격연동제가 제조업체와 유통업체의 마진을 암암리에 높여주는 구실로 전락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원유가격연동제의 취지는 사료값이나 환율 변동에 따른 인상 요인을 매년 합리적으로 반영하자는 것이지, 제조업체나 유통업체들이 부당한 이윤을 챙기는 명분으로 작용해서는 안된다는 우려다.

협의회가 제시한 ‘유통단계별 유통마진 분석’에 따르면 소비자가격이 2000원일 때 원유값은 800원, 제조업체 몫은 500원이고 유통업체는 700원을 가져간다. 사료값 상승 등을 이유로 원윳값이 100원 정도 뛰면,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각각 50~100원씩의 마진을 자동적으로 붙이면서 실제적인 소비자가격은 250~300원이 오르는 구조다.

그런데 원유가격연동제는 올해부터 매년 시행되는 제도다. 따라서 제조·유통업체가 가격을 해마다 부당하게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구실이 될 수 있다는 게 이번 인상을 강력히 반대하는 이유다.

그러나 유업체들은 올해 가격을 반드시 올려야 할 나름의 요인이 있다고 강조한다. 최근 5년간 우윳값은 2008년, 2011년에 인상이 이뤄졌다. 이 중 2011년은 원윳값 138원 인상을 출고가에 그대로 반영했다. 제조사는 실질적으로 마진을 전혀 남기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사실상 5년 만의 인상인데, 실질적으로 제조사에 돌아오는 몫은 250원 중 50원 수준이다. 이를 고려하면 ‘과하다’는 지적은 너무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우윳값 전체 구조를 볼 때 제조사보다 유통업체 마진이 너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협의회 측 관계자는 “유통마진 비중이 크다는 부분도 문제를 삼을 부분이다. 그러나 우선은 인상내역 근거를 공개함으로써 향후 1년마다 소비자에게 부당한 부담이 전가되는 일을 막는 것이 시급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한편 협의회는 10개 회원단체와 함께 오는 20일 농림축산식품부와 기획재정부를 방문하고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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