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유산 ‘창덕궁’서 달빛기행

▲ 창덕궁 달빛기행 행사가 오는 8~10월 열린다. 창덕궁 낙선재 야간 모습 (사진제공: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일곱 개 필수 코스 관람, 또 다른 매력
사전 예약 필수… 6일부터 티켓예매 시작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과학적 설계로 뛰어난 산수(山水)를 자랑하는 궁궐. 추운 겨울에는 따뜻하고,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유산이다. 장마가 가시고 무더위가 한창인 요즈음, 선조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고궁의 밤길을 산책하며 더위를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

지난 2010년 시작해 꾸준히 인기를 누리고 있는 ‘창덕궁 달빛기행’ 행사가 8월 20일부터 10월 20일까지 15차례 진행된다. 행사는 창덕궁을 거닐며 전문가의 해설로 다채로운 왕실 이야기와 함께하는 달빛 산책코스, 전통 다과를 곁들인 전통예술 공연으로 구성된다.

청사초롱을 들고 은은한 달빛 아래서 만나는 궁궐의 고즈넉함과 주위를 둘러싼 자연의 풍광은 한 폭의 동양화 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착각과 함께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창덕궁 달빛기행의 첫걸음은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敦化門)에서부터다. 20명으로 구성된 참가자들은 손에 청사초롱을 들고 어둠에 잠겨있는 궁궐의 고요한 침묵 속을 헤쳐나간다. 현재 남아있는 돈화문은 광해군 원년(1609)에 새로 지은 것으로 현재 창덕궁에 남아있는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두 번째 장소인 금천교는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이다. 현존하는 궁궐 안 돌다리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조선 태종 때 건축됐다. 참가자들은 금천에 비친 달을 벗 삼아 창덕궁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세 번째 코스는 창덕궁의 정전인 인정전이다. 왕의 즉위식, 조회, 외국사신의 접견 등이 이뤄지던 창덕궁을 대표하는 정무 공간이다. 조선조 때는 8명의 왕이 이곳에서 즉위식을 올렸다. 대한제국의 상징인 오얏꽃 상징이 용마루 부분에 장식된 것을 볼 수 있다.

▲ 창덕궁 달빛기행 행사 모습 (사진제공: 한국문화재보호재단)

네 번째로 낙선재는 헌종 13년(1847) 후궁 김씨의 처소로 지어진 뒤 덕혜옹주(고종의 고명딸)와 이방자 여사(고종의 아들 영친왕 비)가 거처하는 등 주로 왕실여성의 거주공간으로 활용됐다. 조선왕실의 몰락과 궁중 여성의 한을 더듬어 볼 수 있는 아름답지만 슬픈 공간이다.

다섯 번째 장소인 함양문을 지나면 창덕궁 후원으로 들어간다. 후원은 왕의 휴식처로 사용됐다. 전체 창덕궁 면적의 60%를 차지할 만큼 규모가 크다.

함양문 다음 장소인 부용지는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천원지방)’의 우주사상에 따라 조성된 왕실 연못이다. 후원에 있어 경복궁의 경회루와는 달리 왕의 사적인 용도로 사용됐다. 이 부용지에는 보물 제1763호인 ‘부용정’이라는 亞(아)자 모양의 정자가 반쯤 물에 떠 있듯 축조돼 있는데 한국 정자 건물의 대표적인 건축물로 꼽힌다.

일곱 번째 코스는 불로문~연경당 일대다. 불로문은 하나의 통돌을 깎아 세운 것으로 ‘늙지 않는 문’이라는 이름처럼 왕의 무병장수를 축원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불로문을 지나면 애련지를 지나 연경당으로 들어가게 된다. 연경당은 효명세자가 일반 양반가의 집을 모방해 궁궐 안에 지은 120여 칸의 집이다. 고종과 순종 시절에 연회 공간으로 자주 사용됐다는 점에 착안해 창덕궁 달빛기행에서는 이곳에서 다과를 제공하고 전통예술 공연을 선보인다.

임진왜란 때 경복궁이 불타버린 이후 사실상 정궁(正宮) 역할을 해왔던 조선의 ‘창덕궁’은 1997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우리의 유산이 됐다. 특히 대표적인 야간 고궁 행사로 자리매김한 ‘창덕궁 달빛기행’은 궁궐의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느낄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한국의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통한 관광 상품의 창조 가능성을 열고 있다.

행사는 문화재청(청장 변영섭)과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사장 이세섭)이 주관하며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진룡)가 후원하는 ‘창덕궁 달빛기행’ 행사는 사전예매를 통해서만 관람이 가능하다. 이에 오는 8월 6일 화요일 14시부터 인터파크를 통해 티켓 예매가 시작된다. 참가비는 3만 원.

특히 창덕궁 달빛기행은 보름달이 뜨는 무렵에만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특성상 한 달에 5차례만 열리며, 내국인과 외국인으로 나눠 운영된다.

행사 시작 전에 전통 복식을 입은 직원들이 접수를 도우며, 돈화문을 파수하는 수문장과 함께 사진촬영도 할 수 있는 포토타임도 진행된다.

한편 하반기 ‘창덕궁 달빛기행’은 많은 외국인 참여가 이어지는 가운데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인터파크 외국인 페이지를 별도로 운영하며 외국인 전용 안내 창구도 개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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