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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도용 피해 20~30억 원씩 떠넘겨
“어떻게 살라는 건지” 대리점주들 목맨 호소

[천지일보=김지연 기자] 이번엔 경상도 서대구 지역에서 LG유플러스 본사의 대리점주들에 대한 횡포가 곪아터져 법정 싸움으로 번졌다.

한편 이런 가운데 윤후덕 의원 등 ‘을 살리기’에 전력을 쏟고 있는 민주당이 전국에서 불거져 나오고 있는 LG유플러스 대리점 문제를 경청하고 있어 실질적인 해결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서대구 대리점들의 LG유플러스 고소 사태는 이 지역에서 발생한 ‘명의도용’ 건을 둘러싸고 벌어졌다. 명의도용으로 인해 발생한 금전적 피해를 본사가 대리점주들에 모두 떠넘기면서 한 사람당 많게는 20억 원이 넘는 빚더미에 앉는 결과가 발생했고, 이에 대리점주들이 견디다 못해 본사를 고소하게 된 것.

명의도용 범행 당사자인 정모 씨는 구속됐고 대구지검특수부에서 조사가 계속되고 있다. 한때 LG유플러스 대리점주이기도 했던 정모 씨는 ‘매집책’으로서 이 지역 대리점들에게 핸드폰 개통자 대기 명단을 거래했다. 인터넷으로 저렴하게 개통 신청한 고객을 대리점에 넘겨주고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이 같은 ‘매집’은 개통 건수(목표 할당량)를 채워야 하는 통신업계에서 공공연히 이뤄져 온 일이다.

문제는 정모 씨가 가짜 고객 정보를 대리점들에 넘기고 실제 개통이 이뤄지면서 시작됐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이름이 도용된 고객들로부터 ‘명의도용’ 신고가 속속 접수됐다. 작년 9월경의 일이다.

사기사건에 의한 사고가 발생한 것이지만, 금전적 손해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대리점주들이 ‘을’의 입장으로 철저히 부담을 떠안기 시작했다.

D업체로부터 가짜 고객정보를 개통해 피해를 입은 서대구 대리점은 7곳. 이 중 3개 업체가 올 4월 본사를 상대로 고소장을 접수했고, 또 다른 한곳도 피해 규모는 다른 곳에 미치지 않지만 본사의 횡포를 참을 수 없다며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

해당 대리점주들은 “20억은 내가 어떻게 감당해볼 수 있는 액수가 아니다. 도대체 무슨 해결방법이 있는가”라며 심각한 심적 고통을 호소했다.

패널티만 12억 “감당할 길 없어”

이번 사건에서 1200건이 명의도용 개통되면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케이스는 A대리점 김모(남, 40) 사장이다. 그는 작년 6월 본사가 실적 압박을 가해오자 매집업체를 찾게 됐다.

LG유플러스 매장은 일반매장, C3, C4로 구분되는데 이 중 C4는 회사가 투자한 매장에 대리점주가 들어가서 영업만 하는 형태다. 투자금이 들어가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목표 건수가 과도하고, 이를 채우지 못하면 미달성에 대해 건당 10만 원 정도 차감을 당한다.

김모 씨는 “매집으로 한 달에 8000만 원을 하기도 했다. (매집업체 수수료로) 오히려 2000만 원 손해가 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매집으로라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바로 ‘매장을 빼라’는 본사의 협박에 직면하게 된다.

하지만 매집은 본사와의 ‘공조’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인터넷에서 낮게 책정된 핸드폰 가격 차액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본사가 37만 원을 보조하면 대리점주가 3만 원을 채워 차액 40만 원을 메꾸는 식이다.

그런데 매집 건 중 명의도용 개통이 발생하자, 본사는 단말기값과 요금을 비롯해 패널티 100만 원 등 한 건당 230여만 원에 이르는 손해를 김 씨에 부과했다. 김 씨는 문제의 D업체로부터 도용된 개인정보를 받아 1200건을 개통한 경우다. “1200대면 패널티만 계산해도 12억 원이다. 이게 대기업의 횡포가 아니고 무엇인가”라며 김 씨는 억울하고 황당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본사도 못한 개인정보 확인이 ‘빌미’

명의도용 사기가 일어날 줄은 대리점주도, 본사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본사는 이에 “개인정보 확인을 철저히 하지 않은 책임은 전적으로 대리점주에 있다”며 모든 책임을 떠넘겼다. 본사 관계자는 “개통이 취소되면서 회사도 수수료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지만 해당 수수료조차 회수해가고 있다는 게 대리점주들의 말이다.

대리점주들은 “본사가 운영하는 직영점에서조차 이번 명의도용 개통이 몇 백건씩 이뤄졌다”며 허술한 개인정보 확인을 빌미로 일방적인 책임 떠넘기기를 하는 본사에 항변하고 있다. 본사의 직영점조차 개인정보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고 피해를 당할 만큼 허술한 시스템이 문제라면, 이를 신속히 개선하고 상생할 방법을 찾는 것이 먼저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대리점주 김 씨와 함께 소송을 제기한 최혁수(가명) 씨는 970건의 개통 피해액을 떠안았다. 최 씨는 지점 담당자가 찾아와 문제의 D사를 매집책으로 직접 소개시켜 준 경우다.

970건 명의도용으로 20여억 원의 피해가 발생하는데, 본사 측은 최 씨에 지급할 각종 비용 4억 원을 지급보류하고 추가로 16억 원을 물어내라고 요구했다.

최 씨는 이 상황에 대해 “본사가 당시 D사를 소개시켜주면서 개통 물량이 늘어나니 담보를 2억 원 늘리라고 요구했다. 압박이 심해져서 결국 아버지와 장인어른 연대보증으로 2억 원을 추가했다. 잠이 안 온다. 보증보험 청구가 들어오면 내가 아버지와 장인어른까지 길거리에 내몰게 된다”며 막막하고 기가 막힌 심정을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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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는 없어… “무조건 법대로”

대리점주들은 올 1월에도 명의도용 접수가 밀려들고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본사에 협의를 요청하고 적정한 선에서 탕감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본사 유통관리팀은 대구에 몇 번 내려와 상황을 조사한 후 ‘법대로 하라’는 태도만을 취했다. 3개월여를 더 기다리던 대리점주들은 결국 4월 소송을 하기에 이르렀다.

A업체 김 사장은 “서대구 지점장한테 장사를 계속할 수 있게 해달라고 사정했다. 내가 2억 정도는 나눠 갚을 테니 나머지를 도와달라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결국 매장을 뺏긴 상태다.

새누리당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자, 피해자들은 민주당에 이 문제를 접수하고 도움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윤후덕 의원은 지난 4일 대구를 비롯한 여러 지역의 LG유플러스 대리점주 사례를 듣고, 5일에는 LG유플러스 유통관리담당 임모 상무와의 미팅을 진행했다.

대리점주들은 꼭 이번 명의도용 건이 아니라도 LG유플러스의 운영정책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50건의 피해를 입은 박성우(가명) 씨는 7000~8000만 원가량의 피해액에 대해 ‘책임지고 묻으라’는 본사의 요구를 받았다. 그러나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며 본사와 공방을 벌였고, 수수료 지급보류는 물론 개통정지를 당해 영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매장에서 철수하라며 집기를 빼가는 횡포도 당했다. 그는 “5년 동안 대리점을 운영하면서 회사의 차감정책이나 ‘매장 뺏기’에 회의감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한편 LG유플러스 측은 매집을 하게 된 원인이나 본사의 소개 여부와 관계없이, 명의도용에 대한 책임은 대리점주에게 있다는 입장이다. 본사 관계자는 “명의도용 건에 대해 현재 100% 대리점주 책임으로 패널티가 청구된 것은 맞다”면서 “소송이 제기된 만큼 법원의 판단에 따라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대리점주들이 소송조차 진행하지 않으면 예외 없이 모든 책임을 지게 된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언론에 문제가 연일 보도되면서 대리점주들의 요구사항 수위가 높아지는 점이 문제”라며 오히려 책임을 대리점주들에게 돌렸다. 이어 “모두 함께 잘사는 게 회사의 철학이다. 유통관리팀이 매일 대리점주들과 전화하고 협의하며 문제해결에 힘쓰고 있다”고 대리점주들과는 상반된 주장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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