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길상 객원기자] 제194회 중앙종회 임시회의에서 비구니스님의 호계위원 참여를 요구하는 개정안이 부결됐다. 이에 종회의원 81명 중 10명으로 제한된 비구니스님 전원이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이와 관련해 나무여성인권상담소, 불교여성개발원, 불교여성연구소, 종교와젠더연구소 등 재가여성단체들은 “개정안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비구니차별은 당연하다는 비구스님들의 발언이 이어졌고 의견을 내려는 비구니스님의 발언권이 계속 무시되는 일이 벌어졌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을 26일 발표하고 이번 사태에 대해 중앙종회 차원의 사과와 재검토를 요청했다.

재가여성단체들은 성명에서 “현재 종헌 종법은 각종 종무 직을 비구로 규정하여 비구니스님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있으며 중앙종회 의원도 단 10명으로 제한하고 있어 부처님의 평등법에 어긋나는 성차별법”이라면서 “그럼에도 그동안 비구니스님들은 종단의 화합을 깨지 않는다는 대의 하에 최소한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조금씩이라도 부처님의 평등법을 실현하고자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호계위원에 대한 개정안은 비구니스님과 관련한 사안에 대하여 비구니스님이 조사할 수 있도록 하고 초심 호계위원으로만 참여하도록 제한하여 개정한 그야말로 최소한의 요구인 것”이라며 “율장에 기초한다며 이를 반대하고 비구니스님의 종단 참여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면 종단이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하는 근원적인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덧붙여 “성차별 종법을 고집하는 이번 중앙종회의 행태는 승가의 절반으로서 수행과 교화를 해 오신 모든 비구니스님의 기여를 철저히 부정하는 일로써 스님들을 믿고 따르던 재가여성 불자들이 느끼는 참담한 심정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면서 “여성과 남성이 함께 협력하여 국가 발전을 이루어 나가고자 하는 것이 시대정신이며 여법한 수행력과 능력을 갖춘 비구니 승가의 종단 참여는 조계종단은 물론 불교계의 큰 자산”이라고 주장했다.

재가여성단체들은 “차별적 종헌 종법을 개정하고 승가의 절반을 차지하는 비구니 승가의 역량을 적극 활용해야 함에도 기득권에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있는 이번 제194회 중앙종회에 대해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더구나 그동안의 성차별을 화합이라는 대의 앞에 묵묵히 참아왔던 비구니스님과 재가불자들이기에 이번 실망감이 비단 종회에 국한되지 않고 비구 중심의 종단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나아가지 않으리라 누가 보장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만약 중앙종회가 성차별적인 제도와 관행을 고집하고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지 않는다면 우리 재가여성 불자들은 차별적 종헌 종법을 포함한 교단 평등운동을 전면적으로 벌여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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