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와 그리스도인 숫자가 각기 1400만, 거의 동수인 나라는 세계에서 오직 한국뿐이다. 그러나 양 교단은 물과 기름마냥 따로따로 놀고 도무지 섞이지 못했다.’
                                                                                         - ‘종교 간의 대화-불교와 그리스도교의 만남’ 中 -


종교 간의 대화와 화합의 장을 위해 종교학자들이 나섰다.

종교와 교파가 달라도 서로 배우려는 학자들이 힘을 합쳐 ‘종교신학연구소’를 만들고, 2003년부터 2006년까지 매월 한 차례씩 신학과 종교학의 여러 가지 주제들을 함께 공부한 내용을 담아낸 책이 발간됐다.

이 책은 종교사의 양대 산맥인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리스도교와 불교의 접점을 찾으려는 이 책의 노력은 학문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이루어진다. 학자들의 깊이 있는 학문적 성찰을 통해 두 종교를 성찰해 보고자 한 흔적이 엿보인다.

불교와 그리스도교는 각기 동서양을 대표하는 세계 양대 종교로 발전해 왔다. 이 책은 이 같은 점에 주목하며 ‘세계종교인 불교와 그리스도교는 얼핏 보면 전혀 다른 사유와 언어로 이루어진 것처럼 생각되지만 결국은 같은 진리를 토대로 세워진 종교가 아닐까’란 질문을 던진다.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서로 다른 언어와 사유의 기저에는 같은 진리가 있으리라는 기대가 담겨있는 것이다.

책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1장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만남’에서는 불교와 그리스도교가 접촉하는 지점과 상통할 수 있는 내용을 다루는 한편, 어떤 측면에서 서로 다른 길을 가고 독특성을 뿜어내는지를 한국적 상황은 물론 세계적 지평에서 살펴보고 있다.

2장 ‘불교의 이해’에서는 특별히 초기경전과 초기 불교에 나타난 역사적 부처와 자비사상에 대해 알아보고 한국인의 심성에 와 닿도록 풀어 해설했다.

3장 ‘성서주석학’에서는 구약성서의 ‘요셉이야기’를 설화적 본문으로 바라보고, 하느님이 인간 세계에 현존하시는가에 대하여 성서작가가 얼마나 정교한 짜임새로 서술했는지를 알아봤다. 또한 신약성서의 네 복음서에 두루 중요하게 나오는 ‘첫째가는 계명’과 사도 바울로가 피력한 ‘예언과 영언’의 의미를 되짚어 알아본다.

4장 ‘한국적 그리스도교의 제문제’에서는 한국 천주교회가 개신교의 세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고대 교부들의 시선과 입장에서 논증하여 교파 간 대화와 소통의 길을 열어놓고 있다. 또한 다석 유영모가 제창한 한국 고유의 신학적 세계상을 통해 한국 고유의 사상과 그리스도교의 창조적인 만남을 모색한다.

마지막으로 5장 ‘현대신학의 제문제’에서는 21세기에 들어서 제국주의적 세계화와 탈식민주의적 노선이 팽팽하게 공존하는 세계신학 판이 어떻게 각기 다양한 신학적 관점을 쏟아내어 토론하고 아우르며 현실 문제를 해석하는지 예언신학, 지혜신학, 세계화신학, 여성신학의 입장에서 펼쳐 보이고 있다.

이 책은 그리스도인으로서 불교를 연구하는 비교종교학자인 길희성(서강대 종교학과 명예교수) 박사와 윤영해(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불교학) 교수, 종교문화연구원장으로 활동 중인 이찬수(강남대) 교수, 가톨릭대에서 철학 석사학위를 받고 동국대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은 곽상훈 박사, 유충희(천주교 원주교구 소속 사제) 신부 등 13명의 종교학자들의 글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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