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이 자전거로 내리막길을 내려가다가 속도를 줄이지 못해 시내버스와 충돌, 부상을 입은 경우 운전자에게 업무상 과실이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확정됐다.

대구고법 민사3부(김찬돈 부장판사)는 친구가 운전하는 자전거 뒷자리에 탔다가 교차로에 진입한 버스 뒷바퀴에 발목이 끼여 부상을 입은 문모(11, 여) 양의 가족이 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한 1심 판결을 깨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최근 밝혔다.

앞서 1심 판결에서는 사고의 발생에 있어서 피고 버스 운전자에게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피해 자전거가 중앙선까지 가로질러 피고버스를 충격할 것이라고 예측하기 어려웠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그러나 항소심은 사고현장의 피고버스를 이용해 사고 당시의 도로상황 등을 직접 체험·확인하는 현장검증을 실시한 결과, 피고버스 운전자에게 어린이 보호구역 안전운전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됐다.

이에 피고 책임비율을 80%로 하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고, 최근 대법원의 피고 상고기각판결로 확정됐다.

재판부는 “사건 사고 장소는 초등학교 앞 삼거리 교차로로서 주택과 상가가 밀집되어 있고, 교차로 양쪽에 정지선이 설치되어 있으며, 피고버스의 진행 방향 좌측 건너편으로 내리막길이 연결되어 있었다”며 현장검증 확인 결과를 밝혔다.

이어 “피고버스 운전자는 교차로를 진행함에 있어 자기 차로를 따라 제한속도의 범위 내에서 진행하였다고 하더라도 어린이들이 자전거를 탄 상태로 위 내리막길에서 교차로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전방 및 좌우를 잘 살펴 어린이가 탄 자전거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 후 교차로를 통행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핵심 쟁점사항을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버스의 운전석에서 좌측 내리막길을 바라보면, 내리막길 아래편에 1톤 화물차가 주차되어 있다 하더라도 내리막길의 상단과 하단 부분을 모두 잘 볼 수 있어 버스 운전자의 시야 확보에는 아무런 장해가 없었다”며 첫 번째 판단 근거를 제시했다.

또한 “이 사건 사고 지점 정지선 후방 약 20m 부근 우측에 초등학교가 있고, 어린이보호구역 등 안전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으므로, 그곳을 통행하는 버스 운전자는 어린이들이 탄 자전거가 교차로에 진입할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두 번째 판단 근거를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버스운전자에게 어린이들의 출현이 예상되는 곳에서 전방 및 좌측 내리막길을 주시하는 등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안전하게 운전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한 과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결론을 지으며 판결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초등학교 부근의 어린이보호구역을 진행하는 차량운전자들에게 매우 세심한 주의의무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재판부가 ‘직접’ 사고버스를 이용해 사고 당시의 상황을 체험함으로써 피해자의 권리를 구제하였다는 데 상당한 본보기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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