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서귀포시 성산항 가두리에 방류된 제돌이. (사진제공: 서울시)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제돌아 안녕.”

11일 ‘이별은 또 다른 시작이다’라는 말은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제돌이는 서울동물원에서 수년간 함께하던 동료 돌고래들과 헤어졌으나 제주 바다를 함께 누빌 ‘D-38(12세)’과 ‘춘삼이(13세)’라는 친구를 얻었다.

◆무진동차량·특별항공기 타고 제주로

이날 수송 작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돌이가 이동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도와주는 것.

이에 무진동 차량과 특별 항공기가 동원됐다. 우선 오전 5시 30분 이동과정에서의 스트레스 검사를 위한 사전 혈액샘플 채취가 이뤄졌다. 인천공항까지는 5t급 무진동차량을 타고 이동했다.

사육사들은 이동 내내 몸에 물을 뿌려주는 등 낯선 환경에 불안해할 제돌이 곁을 지켰다. 한동안은 언론사 차량들도 제돌이가 탄 무진동차량을 뒤따라 진풍경이 펼쳐졌다. 동물병원 전담 수의사도 동행해 제돌이의 건강을 수시로 체크했다.

오전 7시에 서울동물원을 떠난 제돌이는 인천공항에서 특별 항공기에 실려 오전 11시 40분께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3200만 원에 달하는 항공료는 시민환경단체가 전액 공동 분담키로 했다. 오후 2시 50분경 위성추적장치를 부착한 제돌이는 먼저 야생적응훈련에 들어간 ‘D-38(12세)’과 ‘춘삼이(13세)’가 있는 서귀포시 성산항 가두리에 합류하는 것으로 일정을 마쳤다.

◆시민단체·대중의 관심이 귀향 도와

제돌이는 4년 전 서울동물원에 왔다. 그러나 2011년 7월 제주 중문단지 내 한 돌고래 공연업체가 불법 포획한 멸종위기종 남방큰돌고래에 제돌이도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촉구가 이어졌다. 또 돌고래쇼를 놓고 ‘교육적 효과’와 ‘동물학대’라는 상반된 반응이 나오면서 대중의 관심도 커졌다. 급기야 서울시에서는 돌고래쇼 존폐를 놓고 시민대토론회 가 열리기도 했다.

이번 제돌이 방사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 핫핑크돌핀스 황현진 대표는 “멸종위기종인 남방큰돌고래가 불법적으로 잡혀 돈벌이 수단에 이용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공연장 매표소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처음에는 사람들의 무관심에 속상했지만 차츰 관심을 갖고 함께 해주는 사람들이 생겼다”고 회상했다.

황 대표는 “이후 남방큰돌고래가 보호대상해양생물로 등록되는 등 ‘제돌이 효과’도 생겼다. 제돌이가 바다에서도 잘 적응해 제2, 제3의 제돌이가 나올 수 있는 길을 열어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서서히 준비된 이별연습… 처음엔 힘들어해
2012년 3월 12일 박원순 시장은 제돌이의 귀향 결정을 내렸고 성공적인 방류를 위해 학계와 돌고래 전문가, 지방자치단체, 시의회, 시민대표 등 14명으로 구성된 시민위원회를 꾸렸다.

서울동물원에서는 작년 5~6월께부터 제돌이와의 이별연습에 들어갔다. 제돌이가 먹이를 사냥할 수 있도록 돕고 동료들과 헤어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기 시작한 것.

제돌이의 먹이사냥을 위해 제공된 활어는 고등어, 오징어, 광어, 놀래미, 숭어 등 총 5종, 440마리다. 제돌이는 35회에 걸쳐 먹이사냥 훈련을 했다. 1회 훈련 시 제돌이에게 제공되는 활어는 고등어 10마리, 오징어 10마리, 광어 4㎏이다. 제돌이가 가장 선호한 어종은 고등어와 광어다. 사육사들은 고등어와 광어가 제주에서 잘 잡히는 어종인 만큼 제돌이가 고향에서도 먹이 사냥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돌이가 가장 힘겨워 한 것은 먹이사냥 훈련이 아니다. 바로 동료와 사육사, 관중과의 이별연습이다. 이별연습은 생태설명회장에서 이뤄졌다. 30분 중 제돌이가 관람객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은 5분 안팎이다. 제돌이는 이 훈련을 시작한 처음 한 달간은 퇴장하는 척만 하다가 되돌아오는 등 이별 연습에 힘들어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제돌이는 다행히 이별연습을 잘 받아들였고 제주로 이송된 11일에는 새롭게 만난 두 친구와 어울려 가두리 안에서 헤엄쳤다. 그제서야 사육사를 비롯해 이송작전에 참여한 사람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박상미 사육사는 “제돌이가 워낙 긍정적”이라면서 “바다에서 다치지 않고 잘 지냈으면 좋겠다. 성공적인 방류가 이뤄지도록 곁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돌이는 제주 바다를 누비기에 앞서 두 친구와 야생훈련을 거친다. 이화여대 행동생태연구팀은 제돌이의 행동패턴, 건강상태, 음향신호 모니터링 등을 하면서 적절한 방류시기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제돌이가 제주 바다로 돌아가 는 것은 아시아 최초 야생 방류다. 이때문에 해외 동물전문가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5월 9일에는 세계적 해양 포유류 전문가인 미국의 ‘릭 오베리’가 돌고래 생태학자 ‘사무엘’과 서울대공원을 방문해 “제돌이 방류결정은 서울이 자연을 존중한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베리는 1960년대 명성을 떨치던 돌고래 전문조련사였다가 40년간 돌고래방사운동에 앞장서 온 인물로, 일본 다이지 고래잡이를 중단시키기 위한 그의 노력이 다큐멘터리 영화 ‘더 코브’로도 만들어진 바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