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코미술관 대표작가전 ‘이병복, 3막 3장’ 개최

▲ 자신을 ‘뒷광대’라고 자처하던 한국 1세대 무대미술가 이병복의 삶과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전시가 3일부터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다. 사진은 예술가 이병복의 작품 ‘어머니의 숲(2013)’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김성희 기자] 무대 위 화려함을 위해 보이지 않는 뒤편에서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이들이 있다. 바로 무대미술가다.

한국 1세대 무대미술가 이병복(87)은 자신을 ‘뒷광대’로 불러달라고 말했다. 자신에게 무대미술가라는 거대한 호칭은 부담스럽다는 겸손에서 나온 표현이다.

그가 연극과 첫 인연을 맺은 것은 이화여대 재학 시절이다. 졸업 후 이병복은 박노경 부부가 창단한 여인소극장 창단 멤버로 연극계에 몸담았다. 어린 시절을 대한민국 최초의 양정국장과 식량공사 이사장을 지낸 아버지 덕분에 부유하게 자란 그지만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치르며 많은 시련을 겪기도 했다.

6.25 전쟁으로 극단이 해체되면서 떠난 피난길, 이병복은 1953년 부산 피난지에서 남편인 화가 故 권옥연(1923~2011) 선생을 만나 프랑스 유학길에 오른다. 그는 파리에서 프랑스 아카데미 드 꾸뿌드 파리와 드페에서 의상과 조각을 배웠다.

잠시 패션계에 눈을 돌린 이병복은 1961년 한국에 돌아와 의상실 ‘네오’를 오픈하고 패션쇼도 열었다. 그러나 연출가 김정옥을 만난 그는 극단 ‘자유’를 설립하며 연극인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창단 기념극 ‘따라지의 향연’을 시작으로 2006년까지 약 40년간 극단 대표로, 무대미술가로 활발한 행보를 선보였다. 남편인 권옥연과는 1969년 카페 떼아뜨르를 설립하고 약 6년간 실험적 예술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 전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인사하는 예술가 이병복 ⓒ천지일보(뉴스천지)

예술가 이병복은 한국 연극계 최초로 ‘무대의상’과 ‘무대미술’이라는 개념을 정립시키며 현대 연극사 발전과정에 중요한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60년대 이후 200여 편의 연극 무대의상과 미술 전반을 책임지는 ‘시노그래퍼’로 자신만의 탄탄한 작업세계도 구축해왔다.

이병복의 작품은 한지, 삼베 등 전통적 재료를 여러 모양으로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종이는 요기(妖氣)가 있다. 종이옷을 입은 배우들이 움직일 때 스치며 만들어내는 소리가 참 요사스럽고 오묘한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병복은 탈과 인형, 천 등과 같은 소도구를 적극 활용한다. 텅 빈 세트에 최소한의 소도구와 조명을 사용해 극의 분위기를 창출해낸다. 여기에 배우들의 움직임에 따라 삼베나 무명천이 흔들리고 펄럭이는 느낌을 자연스럽게 연출해 상징적 의미를 돋보이게 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권영빈) 아르코미술관은 예술가 이병복의 삶과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전시를 마련했다. 전시에서는 1966년부터 2006년까지 이병복이 걸어온 40년 연극 인생을 다양한 아카이브 자료를 통해 살펴보고 작품과 작가의 아틀리에를 대중에게 선보인다.

전시장에는 이병복이 남편인 고 권옥연 선생과 함께 서울 명동에서 운영했던 카페 떼아뜨르 입구와 무대 일부를 재현했다. 또 당시 신문과 대본, 직접 손으로 그린 공연 포스터와 리플렛 등 이병복이 소장하고 있던 다양한 종류의 아카이브 자료가 최초로 공개된다.

한지를 풀로 붙여 작업한 108개의 부처를 모은 ‘초심’, 연극 속 어머니들의 모습과 어머니인 자신을 투영한 작품 ‘어머니의 삶’ 등의 작품도 전시된다.

아르코미술관 대표작가전 ‘이병복, 3막 3장’은 3일 오픈해 오는 6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혜화동 아르코미술관 제1, 2전시장에서 이어진다.

▲ ‘노을을 날아가는 새들’ 의상 에스키스(1997) (사진제공: 아르코미술관)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