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차 발견 시 ‘수신호’보다 ‘신고’를

지난 9일 새벽 서해안고속도로에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사고차를 돕기 위해 수신호를 하던 중 후행차량에 치여 숨진 여대생 2명을 의사자로 선정하자는 여론이 점점 힘을 얻어가고 있다.

김제시는 11일 꽃다운 나이에 하기 힘든 선행을 하다가 변을 당한 황지영(21)·금나래(21) 씨를 의사자로 선정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여론을 충분히 수렴한 만큼 정부에 의사자 지정 건의를 할 예정”이라며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는 중이며 정부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제시의 바람대로 여대생 2명이 의사자로 선정되면 국가유공자에 준하는 예우를 받는다.

의사자의 유족은 2억여 원의 보상금과 함께 생활안정을 도모할 수 있도록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취업보호를 받을 수 있는 등 혜택이 주어지며, 의사자의 유해는 국립묘지에 안장된다.

한편, 교통사고 발생 시 적절한 대응 수칙을 준수했다면 두 생명을 잃지 않았을 것이라는 안타까움 섞인 지적도 나오고 있다.
 
2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야간에 휴대전화 불빛을 비추며 우회신호를 보낸 것이 화근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말에도 법원으로부터 유사한 사건의 판례가 나와 막연한 수신호를 자제해 달라는 무언의 기류가 확산된 바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사고 당시 아들이 운전하고 있던 차가 전복되자 조수석에 타고 있던 유모 씨는 차로 위에서 수신호를 하게 됐다. 그러나 뒤따라오던 차량이 유 씨를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충돌해 사망하고 말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해 “시야가 극히 한정되는 한밤중이고 차량이 상당히 속력을 내는 고속도로였다는 점, 막연히 손만 흔들다가 사고를 당한 점 등의 사실이 인정돼 피해자에게도 50%의 과실이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까? 고속도로 사고 전문가들은 사고현장에서의 ‘회피 및 신고’를 1순위로 꼽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제1지구대 관계자는 “수신호를 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기 때문에 일단은 안전지대로 피한 후 신고를 해야 한다”며 “지나가는 사람들도 자기들이 도움을 주려고 하지 말고 일단 신고를 해야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야간에는 특히 졸음운전을 하는 화물차량이 많고 갓길도 수시로 침범할 수 있다”면서 “국도라면 조금은 덜 위험하고 서행도 유도할 수 있겠지만 고속도로에서는 상황자체가 극히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여대생들 사고 같은 경우에는 여대생들이 직접 돕는다는 것 자체가 더 위험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대책이 없는 경우로 도로공사나 경찰에 연락하는 방법이 가장 현명했을 것”이라며 “특히 야간에는 차량 전조등으로도 사고현장 확인이 힘들기 때문에 핸드폰 불빛으로 수신호를 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처럼 교통사고를 당한 타인을 돕다가 피해를 입은 경우에는 법원에서 그 선의를 참작해 과실비율을 책정해 왔다.

메트로 손해사정 손시중 대표는 “기존 판례의 경우 선의의 조력자에 대해서는 20~30% 정도의 과실을 묻고 있다”며 “주간·야간, 운전자의 상태 등 제반사항을 고려해야겠지만 실제적으로 다른 2차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행위에 대해서는 과실을 감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손 대표는 “지난달 나온 판례와 같은 변수가 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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