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한을 두고 각계의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우리 정부가 뾰족한 수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정체현상이 반 사무총장의 방한을 앞당겼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초 북한이 핵실험에 이어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자 반 사무총장은 “북한이 모든 대화 및 소통의 통로를 닫고 있어 심히 우려스럽다”는 의사를 밝힌바 있다. 이어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핵 제재 조치를 따라야 할 것”이라며 대북 강경 기조를 유지하는 모양새를 강하게 내비쳤다.

이와 같은 반 사무총장의 어조는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유도하는 셈법이 반영된 것으로 실제 북한이 6자회담 대신 북미 양자회담을 제시하고 나서자 반 사무총장은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따라서 이번 방문은 비록 양자회담이기는 하지만 돌연 ‘대화모드’로 돌아선 북한의 흐름을 이어나가겠다는 의도가 깔려있을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앞서 반 사무총장이 “필요하다면 북한에 직접 방문하겠다”는 파격적인 카드를 제시함으로써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겠다는 의도를 강하게 내비쳤고 이번 방한을 통해 구체적인 시일을 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편 정치권 역시 반 사무총장의 방한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지난 6일 “반 사무총장이 북미 직접 대화를 지지하고 있는 점을 환영한다”면서 “조만간 핵문제와 억류돼 있는 개성공단 근로자 문제 및 연안호 사태 해결을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이러한 환영의사는 상대적으로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행보에 ‘뜨거운 불’을 지피겠다는 포석이다. 대화에 적극적인 반 사무총장이 나설 경우 분위기가 역전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한나라당은 다른 측면에서 예민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인터넷상에서 이뤄진 차기 대권 후보 선호도 조사 시 반 사무총장의 지지율이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 막상막하를 이루자 경계에 나선 것이다.

최근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반 사무총장의 대선출마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한 것도 한나라당에 큰 충격이었다. 민간 채널에서도 유사한 시그널이 속속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한나라당이 앞으로 어떤 항로점검을 감행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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