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대형마트에서 시판되고 있는 콩나물·배추·두부·계란 등 51개 품목에 대해 판매제한정책을 사실상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서울시의 판매제한정책이 공개되자 불이익을 받는 대형마트업계의 반발은 당연하고, 많은 소비자들마저 탁상행정 정책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당초 서울시 안대로 된다면 직장주부들이나 서민들이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저가 상품이나 생활용품을 구입할 수 없는 등 문제점들이 충분히 예상돼왔다.

물론 동네상권과 전통시장을 활성화하는 정책도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정책의 하나이기는 하다. 그러나 전통시장 등에 대한 특색 있는 지원책이나 뚜렷한 자구책 없이 소비자들의 실생활과 관련 깊은 대형마트의 영업 규제를 통해 반사적이익(反射的利益)으로 전통시장이 소생될 수 없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가 추진하는 정책이 과연 영세 농어민과 소비자들을 위한 것인지 확실하지 않는 실정에서 공권력을 앞세워 마냥 밀어붙이는 것도 무리수가 뒤따른다.

그런 실상에서 본지는 3월 15일자 ‘서울시, 대형마트 판매제한 능사 아니다’는 제하의 사설을 내고, 서울시의 잘못된 정책에 대해 지적한바 있다. 사실 규제정책은 개인·집단·산업체 등 대상자들에 대해 행위를 강요하거나 금지함으로써 자유와 권리를 빼앗는 것이므로 매우 신중해야 하건만 서울시는 그렇지 못했다. 현재와 같은 대형마트의 상품판매는 규제대상인 독·과점이나 불공정한 거래에 해당되지 않고, 공급자·소비자 모두에게 불공정한 거래도 아닌 것이다.

서울시로부터 용역을 의뢰받은 한국중소기업학회 측에서 ‘사전에 품목 선정에 대해 사전 지침이 있었다’는 내용이 불거져 객관성, 공정성 문제도 야기됐다. 사실관계를 떠나서 지자체가 연구용역을 의뢰하면서 지자체의 입장을 유리하게 반영해주도록 주문하여 결과를 왜곡시키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다. 서울시가 이번에 추진한 51개 품목 ‘대형마트 판매 제한’ 정책은 규제이론에도 적합하지 않고 특히 소비자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킨 설익은 정책이라 아니할 수 없다. 서울시가 전형적인 탁상행정으로 말썽을 일으킨 규제정책의 철회는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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