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 생긴 하논성당 순례길 약 10㎞ 코스… 경관 화려해

▲ 오는 20일 개장 예정인 천주교 순례길 ‘하논성당길’의 출발점이자 도착점인 서귀포 성당.(사진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초기 천주교 역사를 간직한 제주도에 ‘성지 순례길’이 열린다. 지난해 9월 개장한 ‘김대건길’에 이어 천주교 제주교구가 제주도, 제주관광공사와 함께 두 번째로 ‘하논성당길’을 마련하고 오는 20일 문을 연다.

하논성당은 1900년 6월 세워진 서귀포 최초의 성당이다. 서귀포성당에서 시작하는 하논성당길은 천지연 산책로, 하논성당터, 솜반내, 흙담소나무길, 후박나무 가로수길, 지장샘, 면형의 집, 서귀복자성당 등을 돌아 다시 서귀포성당으로 오는 총 10.6㎞ 코스다.

하논성당길은 무엇보다 서귀포의 수려한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순례길이다.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천지연 산책로는 아열대성과 난대성 상록수, 천지연 폭포 소리로 관광객의 발길을 잡는다.

순례길의 핵심인 하논성당터는 현재 공터로 남아있다. 1901년 천주교인과 원주민 간 충돌로 ‘신축교안(辛丑敎案)’ 사건이 일어난다. 이 사건은 ‘이재수의 난’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때 천주교 신자 수가 137명에서 35명으로 줄었고, 결국 신축교안 1년 뒤인 1902년 부임한 타케 신부가 홍로본당으로 성당을 이전하면서 하논성당은 역사의 한 장면으로 사라지고 터만 남게 됐다.

인근에 있는 하논분화구는 살아있는 자연사박물관으로 불린다. 또한 기후변동 예측 연구 등의 최적지로 알려진 곳이다. 이곳은 3만~4만 년 전에 일어난 화산활동으로 생긴 분화구다. 하논은 제주 말로 ‘큰 논’이라는 뜻의 ‘한 논’이 변형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주도에는 한국인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의 유골을 모신 ‘면형의 집’마당에는 타케 신부가 1911년 일본에서 처음 들여온 온주밀감나무 14그루 중 유일하게 현재까지 남은 한 그루가 순례객을 맞이하고 있다.

천지연폭포의 젖줄인 솜반내와 100년 수령의 소나무 100여 그루가 줄지어 선 흙담소나무길, 후박나무 가로수길은 제주도의 경관을 색다르게 체험하는 또 다른 절경이다.

천주교는 한국인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의 생가가 있는 솔뫼성지를 중심으로 한 순례길, 천진암과 미리내 성지를 연결하는 수원교구 순례길 등이 있다. 제주교구는 현재 복자품을 신청해놓은 제주 첫 천주교 신자인 김기량 순교자를 기리는 ‘김기량길(8.7㎞)’, 신축교안으로 희생된 이들을 묵상하는 ‘신축화해길(10.8㎞)’ 등 4개 코스도 순차적으로 개장할 계획이다.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는 하논성당길에 대해 “제주도에 정착한 천주교 초기 역사를 되짚어보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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