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일본에서 '왕세자 퇴위론'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왕세자 퇴위론이란 아키히토(明仁.79) 일왕의 장남인 나루히토(德仁.53) 왕세자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럴 경우 나루히토 왕세자가 갖고 있는 '왕위 계승 1순위'는 동생 후미히토(文仁.47) 왕자에게 넘어간다.

일본의 종교학자 야마오리 데쓰오(山折哲雄.81)씨가 월간지 '신초(新潮) 45' 3월호에 실은 '황태자(왕세자) 전하, 퇴위하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처럼 도발적인 주장을 폈다.

야마오리씨는 이 글에서 마사코(雅子.49) 왕세자빈이 '적응 장애'라는 병으로 10년째 요양 중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황태자가 마사코빈과 (딸인) 아이코 공주와 함께 제2의 인생을 선택해도 좋은 시기가 됐다"고 주장했다. 결혼 때문에 왕위를 버리고 프랑스로 이주한 영국 윈저공의 예를 들기도 했다.

이후 '주간 분�'(週刊文春)에 나루히토 왕세자의 친구라는 이가 등장해 "천황(일왕) 폐하에게 정년이 없는데 황태자 전하가 '그만두겠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반론을 제기했고, 다른 잡지에는 "퇴위가 현실적"이라는 글이 실리는 등 논란이 이어졌다. 25일에는 유력 일간지인 아사히신문이 야마오리씨와의 인터뷰를 싣고 논란을 소개했다.

야마오리씨는 '왕세자 퇴위론'을 제기한 배경에 대해 "(일본) 국민이나 언론이 (왕세자) 일가에 대해 '다소간의 불안과 과도한 기대의 눈길'을 쏟고 있고, 그 눈길이 언제 차가운 시선으로 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왕세자를 위해서 퇴위론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야마오리씨가 지적한 것처럼 이번 논란의 배경에는 일본 국민의 왕실에 대한 불안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고령인 아키히토 일왕의 건강에 대한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나루히토 왕세자나 후미히토 왕자 이후에 왕위를 이을 만한 남자 왕족이라곤 후미히토 왕자의 아들 히사히토(悠仁·6) 왕자밖에 없는 등 왕실의 유지 자체가 불안시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마사코 왕세자빈의 투병 생활이 장기화하자 오는 6월 나루히토 왕세자-마사코 왕세자빈의 결혼 20주년을 앞두고 이들 부부에게 눈길이 쏠리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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