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 목소리만 커져… “종교계 자율에 맡겨야”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 21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종교인 및 종교법인 과세의 쟁점과 개선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사진제공: 경실련)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새 정부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종교인 과세에 관한 토론회를 연 가운데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지난 21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종교인 및 종교법인 과세의 쟁점과 개선방안’ 토론회는 국민개세주의의 원칙에 따라 예외를 둘 수 없다는 찬성파와 사실상 관습법이 돼버린 이상 종교계의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대파로 갈렸다.

지난 4일 납세자의 날 행사에 참석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종교인에 대한 소득세 과세를 충분한 협의를 거쳐 빠른 시일 내에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쳐 또다시 논쟁의 불씨를 지폈다. 박 장관은 당시 “그동안 과세하지 않던 소득을 찾아내 과세 사각지대를 줄이겠다”고 말해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경실련은 최근 종교인 과세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음에도 종교계 일부에서의 반대여론 때문에 정부가 추진하려던 계획을 유보한 상태라면서 종교인 과세의 쟁점과 개선 방안을 찾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날 토론 패널로는 김광윤 아주대 경영학부 교수, 이만우 고려대 경영대 교수,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 교수, 문병호 총신대 신학대학원 교수, 이병대 한국교회언론회 사무총장이 참여했다.

첫 토론자로 나선 김광윤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민개세주의의 원칙을 들어 국민이라면 세금 납부는 당연할 의무임을 주장했다. 김 교수는 “종교인도 국민이므로 세금부담에 예외가 없어야 하며 사회의 목탁으로서 다른 국민에 비해 더욱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종교인 과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그는 “특히 종교인의 탈세는 지하경제 양성화에 역행하는 것으로 과세당국이 직무유기를 하지 말고 엄정히 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를 향해 “소득의 구분을 근로소득으로 할 것인지 기타소득으로 할 것인지를 시행령이나 관련 통칙에 명기해야 한다”며 “소득세 신고·납부절차를 종교현장에 적용하기 쉽도록 안내 책자를 제작 배포하고 세무 공무원들로 하여금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문병호 총신대 신학대학원 교수는 종교인 과세가 사실상 관습법이 돼버렸다면서 강제성을 띄기보다는 종교계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고 실효성을 따져 추진해야 한다고 정부의 반강제적인 입법추진을 반대했다.

문 교수는 “교회와 목회자에 대한 비과세는 대한민국 정부수립 때부터 정립된 일종의 불문법이자 관습법으로 이에 반하는 입법을 하려면 신학적·법적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면서 “정부당국자가 일방적으로 8월이라고 기한을 두는 것은 문제가 있다. 현재로서는 반기독교적 정서가 팽배한 몇몇 단체의 여론몰이에 떠밀리거나 오히려 이를 부추기는 감을 지워버릴 수 없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어 문 교수는 “현실적으로 교회의 80% 이상이 미자립 상태이다. 또한 목회자 12만 명 중 과세 대상자는 2만 명에 불과해 실효성이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교회 세수 추정액 약 200억 원으로 자립이 불가능한 4만 5천여 교회의 복지요구를 충당할 수 있는가”라면서 정부에 반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종교인 과세가 이루어질 경우 종교법인과 관련한 법률의 제정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통해 종교단체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성한 종교 활동을 돈벌이 영리사업 활동으로 볼 수는 없고 교인의 헌금을 사업상 수입금액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이에 소득구분상 근로소득에 포함시키는 것이 가장 적절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명한 종교단체 관리를 위한 종교법인 법률의 제정도 검토돼야 한다”면서 “세금혜택이 부여된 기부금 사용에 대해서는 학교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 수준의 투명성이 유지되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교회언론회 사무총장인 이병대 목사는 종교계의 자율에 맡겨 과세문제를 해결하는 게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중재안을 내놓았다.

이 목사는 “종교인의 소득에 대한 비과세가 정부의 용인 아래 이뤄지기는 했지만 국민은 종교인을 탈세자로 여기는 게 사실”이라며 “종교인 소득세 납부가 성경적·신학적 판단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라면 자율적 납부운동을 펼치는 것이 교회와 목회자의 좋은 영향력을 나타내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또 “국민 다수가 목회자의 사역을 노동으로 보고 근로소득세를 부과하면 된다고 하지만 목회자 입장에서 이는 목회자의 특수성과 정체성이 훼손되는 것”이라면서 “소득세를 내게 된다 하더라도 세법 개정을 통해 종교인의 소득에 대한 부과 세목과 세율, 공제 항목을 별도로 정할 필요가 있다”고 정부의 보다 세밀한 과세정책 방안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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