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성공도 인정해주는 ICT 창업문화 만들어야”

▲ 이석채 KT 회장.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사이버 스페이스(Cyber Space, 가상 공간)에서 젊은이들이 도전할 수 있게 길을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국가의 번영을 확보하고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길이 될 것이다.”

날로 심각해지는 노인층의 가난, 부모에게 돌봄을 받지 못하고 방황하는 자녀들. 이런 문제들의 근본 원인이라 할 수 있는 ‘청년 실업’. 이석채 KT 회장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사이버스페이스 시장에서의 창업’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22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세계미래포럼(WFF)에서 ‘정보통신기술(ICT)과 창조경제’라는 주제의 강연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청년 실업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대기업 일자리 창출이 아닌 ‘창업’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업도 쉬운 일은 아니다. 성공보다는 실패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ICT가 만들어내는 사이버스페이스에서의 창업이라면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사이버스페이스 시장에서의 창업은 진입이 용이할 뿐 아니라, 실패하면 빠져나오기가 비교적 쉽기 때문이다.

그는 이를 뒷받침할 근거로 인터넷 혁명이 일어났던 1990년대를 예로 들었다. 90년대 통신사들이 도입한 DSL(디지털가입자회선)이라는 기술로 동영상 전송이나 인터넷 등이 가능해지게 되자 새로운 관련 산업들이 일어났다. 통신사들이 줄(네트워크)을 연결하자, 이를 통해 만들어진 사이버스페이스 시장에서 인터넷 웹브라우저 서비스를 하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이 생겨난 것이다.

처음에 이들의 힘은 통신사보다 미약했다. 하지만 현재는 통신사와 달리 어느 나라에서든 국가원수 대접을 받을 정도로 성장했다. 이것이 사이버스페이스의 힘과 가능성이라는 설명이다.

글로벌 게임회사로 성장한 ‘컴투스’의 성공 사례도 사이버스페이스의 위력을 가늠케 한다. 컴투스는 글로벌 진출을 위해 해외 지사를 세우는 등 10년간의 노력에도 불구 단 한 건의 계약도 수주하지 못했다.

하지만 애플의 아이폰을 통해 네트워크가 연결된 세상이 열렸고, 이를 통해 만들어진 사이버스페이스(앱스토어)에서 게임을 팔자 전 세계에서 구매가 이뤄지면서 컴투스는 그해 20억 원, 다음 해 100억 원 이상의 수입을 기록했다.

이 회장은 “이것이 사이버스페이스의 위력”이라며 “가상공간에서는 관세도 없고 특별한 제재도 없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PC 간 네트워크 연결로 일어난 이 같은 IT혁명은 시작에 불과하다. 모든 컴퓨터나 IT 기기가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미래에는 더 큰 사이버스페이스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이 공간에서 이제는 게임뿐 아니라 영업, 스포츠, 심지어 제조 산업도 가능해 질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이 시장에서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창업에 성공할 수 있게끔 정부와 기업의 뒷받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기존처럼 젊은이들의 훌륭한 아이디어를 빼앗아 가는 게 아니라 사이버스페이스를 바탕으로 제안하는 아이디어를 훌륭한 값으로 사줘야 한다”며 “절반의 성공만 거둬도 가치를 보고 창업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실리콘밸리 같은 문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불가능한 현 시점에서 청년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이버스페이스에 많은 젊은이가 도전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사이버 스페이스(Cyber Space, 가상 공간):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이용 가능한 정보 자원 전체를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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