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 장관직에 내정됐다가 자진 사퇴한 김종훈 전 후보자가 미국에서 국내 언론에 이메일을 보낸 내용이 정가에 파문을 일으켰다. 김 전 후보자는 한국 정치와 사회에 관해 현재 아는 내용들을 후보자 지명 전에 미리 알았더라면 장관직을 수락하지 않을 거라 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정치 상황과 언론의 공격적인 스타일에 대해 못마땅하다는 입장을 폈는데, 특히 한국 정치풍토에 대해선 “한 쪽이 피를 봐야 하는 정치”로 몰아붙이면서 자신의 입장을 옹호했다.

그의 말마따나 한국 정치는 심각한 수준이다. 정치인들은 ‘위민(爲民)’을 내세우지만 국민으로부터 가장 불신 받는 집단으로 꼬리표를 달고 있다. 정치권이 문제라는 것은 한국 정치나 국내 상황을 잘 몰랐던 김 전 후보자가 밝힌 “정치권의 난맥상을 지켜보면서 조국을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마음을 지켜내기 어려웠다”는 사퇴 성명에서 잘 나타난다. 또한 여야가 지루한 공방전 끝에 20일 본회의 의결을 합의한 정부조직법이 불발된 그 사정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새 정부의 아이콘이 될 뻔 했던 김 전 내정자는 약 2주간 국내에 머문 동안 여야 간 대치상황 등 구태 정치의 단면을 잘 보았을 것이다. 그래서 현재 심경처럼 한국 정치의 모순을 탓하고 한층 성숙돼야 한다는 정치권에 관해 쓴소리를 한 것은 다 옳은 말이라 치자. 그렇다면 후보자 검증과정에서 불거진 그에 관한 부정적 내용인 서울시와 연구계약 후 수백억 원의 예산 지원을 받고도 국내 특허 등록을 단 1건도 하지 않은 점 등에 대해서도 사실을 밝혔어야 했다.

그가 미국 벨연구소 사장 시절인 2008년 서울시와 연구 협약을 맺을 당시 ‘미국의 승인 없이는 기술 이전을 할 수 없다’는 단서 조항을 단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는 미국의 이익을 위한 일이다. 야권에서는 “김 전 후보자가 벨연구소 이름으로 서울시 예산을 거저먹은 격”이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또한 미 국적을 포기하면 최소 1000억 원에 달하는 국적포기세에 대한 부담을 견디지 못해 사퇴했다는 여론에 대해서도 가타부타 해명이 없었다. 김 전 내정자가 아까운 인물임엔 틀림없으나 이번 이메일 건은 자기 입장만 변명한 것으로 아쉬운 면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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