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여수국가산업단지(여수산단) 대림산업 공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에 대한 경찰의 2차 브리핑이 진행됐다. 3가지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집중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내용이다. 3가지 가능성은 ▲분진에 의한 폭발 ▲잔류 가스에 의한 폭발 ▲열원 접촉에 의한 가연성 가스 폭발이다.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 사이 회사와 피해자 간에는 원인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분진에 의한 사고였다는 주장과 가스에 의한 사고였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것. 정확한 원인은 국과수의 감정 결과가 나오는 보름 후에야 확인된다.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벌어지는 풍경이다.

원인 규명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 사고로 6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고 11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 사실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이유는 이번 사고 또한 막을 수 있는 인재였기 때문이다. 탱크 보수를 위한 용접 작업 중 발생한 이번 폭발은 탱크 속에 탄화수소를 다 뺐는지만 확인했어도 막을 수 있었다. 더군다나 이 공장은 지난해 6월에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던 곳이다. 불과 1년도 안 돼 동일한 사고가 또 발생한 것이다.

1967년 조성된 여수산단은 1970년대 입주한 업체가 대부분이다. 대림산업 역시 이 시기 입주한 기업이다. 즉 대부분 기업들의 시설이 노후화됐다는 얘기다. 여기에 안전 투자를 게을리하는 것은 물론 안전불감증까지 팽배하다.

지금까지 이곳에서 발생한 각종 화재, 가스누출, 폭발 사고로 희생된 사람의 수는 1000명이 넘을 정도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이곳을 ‘화약고’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럼에도 사고가 발생한 기업들은 하나같이 ‘최선을 다했다’ ‘어쩔 수 없었다’는 핑계만 늘어놓고 있다. 마치 앵무새처럼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안전에 최선을 기울이겠다는 동일한 대응책만 쏟아낸다. 그런데 왜 사고는 계속 일어나는 것인가.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희생돼야 이런 형식적인 말을 그만할까. 앵무새처럼 형식적인 사과와 대응책만 쏟아내지 말고 노후된 장비부터 빨리 교체하라. 돈보다 더 귀한 것이 사람의 목숨이다.

먼저 철저한 점검을 진행하고 보유하고 있는 화학물질의 현황, 갖추고 있는 안전장치, 화학물질의 위험성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자. 더 이상 인재로 무고한 생명을 떠나보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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