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성전환자가 성기성형 수술을 받지 않았더라도 법적으로 성별을 변경할 수 있다는 법원 결정이 처음으로 나왔다.

16일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은 유방, 자궁 절제 등 기존 성 제거 수술은 받았지만, 성기 성형수술을 받지 못한 성전환남성 A(49)씨 등 5명이 성별란을 ‘여’에서 ‘남’으로 바꿔달라며 제기한 가족관계등록부 정정신청을 지난 15일 받아들였다.

지난해 12월 A씨 등은 “전환된 성에 부합하는 성기성형을 요구하는 것은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에 있어 가장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과도한 의료적 개입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헌법상 기본권을 보장한다는 성별정정 허가 취지에 반한다”며 성별 정정 신청을 냈다.

A씨는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1990년대 유방·자궁 절제수술을 받고 남성호르몬 요법 등을 통해 덥수룩한 수염과 굵은 목소리를 가지게 됐다. 그는 아내와 23년째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성전환 수술의 마지막 단계인 남성 성기 성형수술을 받지 못해 법적 성별을 바꾸지 못했다. 이로 인해 A씨는 아내와 혼인신고를 하지 못한 상태다.

대법원은 2006년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을 허용할 수 있도록 결정했지만, 허가요건으로 ‘(생물학적 성별과) 반대 성으로서의 외부성기’를 갖출 것을 명시해 A씨 같은 이들은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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