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고교생 학교도 41만 화소

[천지일보=이솜 기자] “경찰 아저씨들 학교폭력은 지금처럼 해도 백퍼센트 못 잡아내요. 반에서도 화장실에서도 여러 가지 시설들이 CCTV가 안 달려 있거나 사각지대가 있습니다… 이 학교폭력을 없애려고 하면 CCTV를 더 좋은 걸로 설치하거나 사각지대 혹은 설치 안 돼있는 부분에도 판별이 될 수 있을 정도의 CCTV를 설치해야 합니다.”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지난 11일 경북 경산의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진 고교생 최모(15) 군의 유서 중 한 부분이다.

최 군의 말대로 학교 내 CCTV 실태가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형태 서울시 교육의원이 서울시 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서울 시내 학교 CCTV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초·중·고등학교 1321개교에 설치된 CCTV 1만 8179대 중 94%가 50만 화소 이하로 얼굴조차 알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40만 화소 미만은 3958대(21.8%), 40만 이상 50만 미만 1만 3055대(71.8%), 50만 이상 100만 미만 704대(3.9%), 100만 이상 462대(2.5%)였다.

김 교육의원에 따르면 40만 화소 미만의 저해상도 CCTV는 실시간으로 확대 줌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10m 이상 거리의 사람 얼굴과 차량번호를 식별할 수 없다. 50만 화소도 이보다 화질이 조금 더 좋을 뿐이다.

최 군의 폭행 피해 사실을 입증해 줄 물증으로 꼽히는 CCTV도 41만화소로, 저화질에 저장기간도 짧아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CCTV를 보면 화면 속 인물이 누군지 명확하게 가려내기 쉽지 않을뿐더러 CCTV 용량의 한계로 화면 저장 기간이 한 달 가량에 불과하다.

김 교육의원은 “시민들의 혈세로 CCTV를 설치했지만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에 실망과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며 “앞으로 실질적인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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