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 우리농 ‘가족농 사랑기금’ 발 벗고 나서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농가 및 어가 경제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업소득은 965만 원으로 2007년에 비해 7.2% 감소했다. 매월 순수 농가소득이 80만 원 꼴이라는 얘기다. 반면 1년 사이 전체 농가부채는 2579만 원으로 7.8%나 증가했다.

우리네 농촌 현실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농민들의 안정적인 생산기반과 지속가능한 농업을 이어갈 수 있는 체계 마련을 위한 고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본부장 조대현 신부, 이하 서울 우리농)는 가족농을 위한 사랑기금 마련에 발 벗고 나섰다.

서울 우리농은 “농부는 이 시대의 성직(聖職)”임을 강조하며 “생명과 땅을 살리는 성직자, 농부들의 버팀목이 되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생산자 자조기금인 ‘가족농 사랑기금’은 농사가 시작되는 파종시기에 미리 가족농가에 가구당 500만원씩 영농자금을 지원하고 수확기에 추수한 농산물로 농사자금을 상환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가족농은 자기 소유의 경작지 또는 대여한 경작지에서 가족의 노동력으로 영농하는 것을 말한다. 농가당 밭 3천 평 또는 논 7천 평 이내 경작을 기준으로 한다.

지원 대상은 서울 우리농에 농산물 또는 가공품을 생산·공급하는 가족농으로 서류심사, 지원심사, 현장방문 등을 거쳐 선정된다.

‘가족농 사랑기금’은 서울 우리농의 물류사업 수익금, 후원금, 무이자 예탁금으로 조성되며 상환은 수확 후 농산물로 한다(기금 예탁·후원 문의 727-2275∼6).

서울 우리농은 지난 3월 총회를 통해 잉여금 중 2100만 원을 가족농 사랑기금으로 확보한 바 있으며, 앞으로 매년 수익금의 25%를 기금으로 출연할 계획이다.

정진석 추기경 또한 10가구의 농사자금을 지원할 것을 약정했다. 서울 우리농은 8월 6일 오전 11시 서울대교구 주교관(중구 명동)에서 정 추기경에게 예탁금 증서를 전달한다.

본부장 조대현 신부는 ‘가족농’에 힘을 쏟는 이유로 “대량생산이 특징인 대규모 기업농은 제초제와 화학비료 사용은 필수여서 환경파괴를 피할 수 없다”며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을 개발하고 유통시켜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어지럽힌다”는 부분도 지적했다.

덧붙여 “창조질서와 인간의 생명을 보존해야 할 농업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나 농업을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고 만다”며 “유기순환적 생태농업, 즉 생명농업은 가족농만이 실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땅과 환경을 살리고 인간의 생명을 보존해야 할 농업 본연의 역할은 ‘가족농’이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서울 우리농은 이를 통해 ▲농산물의 안정적인 판로와 생산계획 확보 ▲유기순환적 생태농업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농업체계의 확대 ▲도시와 농촌의 든든한 동반자 관계 형성 등을 목적하고 있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는 한국 천주교회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로 어려움에 처한 농촌을 돕기 위해 1994년 출범시킨 단체다. 이듬해에는 7월 셋째주일을 농민주일로 정하고 농민주일 행사를 마련해 적극적인 우리농 운동을 전개해왔다.

현재는 전국적으로 69개 농촌 생산공동체(가톨릭농민회 분회), 도시 생활공동체 230여 개가 활동하고 있다.

서울 우리농은 서울대교구 내 70여 개 본당에서 건강한 우리농산물을 판매하는 ‘우리농 나눔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직매장인 ‘하늘땅물벗’은 명동·삼성동·잠실성당에 위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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