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현(주필)

 
울 밖에서 늑대가 밤낮없이 으르렁거린다면 불안에 떨지 않을 울 안 사람들이 없을 것이다. 북이 우리를 향해 갖은 저주와 협박을 퍼붓는 것이 마치 울 밖에 있는 늑대의 으르렁거림과 같다. 늑대가 함부로 집안으로 침범해 들어오진 못한다 할지라도 늑대를 격퇴해버려 으르렁거림을 멈추게 하지 않고서는 맘 편하게 지낼 수 없다.

북의 협박 공갈이 계속된다. 그들은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뭔가 궁한 것이 있으면 그것을 얻어가려 으레 으르렁거림으로써 얻어 가는 데 성공하곤 했지만 이번엔 뭔가 다르다. ‘좋게 말할 때 내놓으라’는 것도, 보채는 것도, 치근덕대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어쩐지 비상한 독기가 서린 것 같고 살기가 느껴진다.

그들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인 ‘키 리졸브’ 훈련이 시작되는 11일을 기해 정전협정을 무효화한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이때부터는 자신들이 원하는 임의의 시각에 임의의 목표를 겨냥해 무자비하게 타격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뿐만 아니라 3차 핵실험을 강행한 것과 대륙간탄도탄 기술개발을 목적으로 한 광명성 3호를 쏘아올린 것을 배경에 두고 ‘기필코 핵보유국과 우주기술 보유국의 지위를 영구화할 테니 똑똑히 지켜보라’고도 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전시상태에 돌입해 무장력을 총동원한 가운데 국가급 군사훈련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어디를 불바다로 만들어버리겠다는 말 정도는 차라리 가벼운 것이며 그들의 협박 공갈의 강도는 이를 뛰어넘어 갈수록 더해간다.

과연 그들의 말대로 워싱턴에 핵을 실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아 미국의 수도 심장부를 불바다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협박만은 모골이 송연할 만큼 우리에게 살벌함이 와 닿는다. 그들의 이 같은 협박 공갈에 우리의 일상이 쉽게 흔들리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고 흔들어놓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그렇기에 이같이 심상치 않은 북의 협박 공갈이 실제 도발의 모험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위기감을 아주 떨쳐 버리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도발은 분명히 저들의 큰 실수가 될 것이지만 그것이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협박 공갈 그 자체가 우리로서는 참아내기 어려운 우리에 대한 심각하고도 중대한 도발이다.

북은 누구도 원치 않는 핵실험을 3차례나 감행했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핵기술 진전을 보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를 협박하는 뒷심만은 우리에게는 아직 없는 바로 그 비대칭 핵전력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것을 벌써부터 동족에 대한 협박의 무기로 사용하고 있으니 이는 그들을 돕겠다고 손을 내밀어온 우리의 민족적인 동정심과 선의, 호의에 대한 배신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은 처음부터 그럴 요량으로 핵을 개발한 것이 틀림없다고 말해도 지나친 의심은 아닐 것 같다. 우리가 그들처럼 핵을 갖는 것이 여간해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본다면 그들이 이쯤해서라도 핵개발 프로그램의 진행을 중단할 뿐 아니라 되돌릴 수 없는 방법으로 전면 폐기하는 것이 배신의 죄를 씻고 민족적인 양심을 회복하는 길이 될 것 이다. 뿐만 아니라 북의 핵개발과 핵보유로 한껏 높아진 남과 북 사이의 불신의 벽을 낮추고 대신 신뢰를 싹 트이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은 더 말할 것이 없다.

그렇지 않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이렇게 생각된다. 저들이 저렇게 핵보유의 초보단계에서부터 협박 공갈로 나온다면 만일 핵폭탄의 소형화와 경량화에 성공해 그것을 미사일은 물론 저들이 엄청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일반 대포로도 우리를 향해 투발할 수 있는 핵기술의 고도화가 이루어진다면 저들의 말 한마디는 우리를 꽁꽁 얼어붙게 하고도 남을 것이다. 그때는 지금처럼 저들의 협박 공갈이 긴가민가한 위협 정도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아무리 미국의 핵우산이 제공되고 막강한 한미 연합전력이 있다 해도 우리는 저들의 핵 공갈 앞에 한없이 비굴해지고 작아지며 우왕좌왕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살 수 있을 것인가. 민생과 민심이 혼란하고 분열되며 국가와 민족의 자주 자결권이 형편없이 훼손되는 그런 굴종의 상황을 살 수 없다는 것은 더 부연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비상한 시국이다. 지금의 국제적으로 성숙한 우리의 외교 안보 역량으로 그것을 관리하고 돌파하지 못할 것으로 비관에 무게를 더 실을 일은 아닐지라도 우리는 좀 더 결연해지고 분열되지 않아야 하며 유비무환을 위한 ‘준비’와 대응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국회는 소모적인 싸움질을 당장 그만두고 위기극복을 위한 대통령과 정부의 노력을 뒷받침해야 하며 도발적인 자세의 북을 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두둔하는 듯하는 이해 못할 일각의 편향된 발상과 언동들은 숨을 죽이고 있는 것이 낫다. 북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대규모 군사훈련, 우리를 향한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협박이 포탄처럼 쏟아지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방어 훈련 ‘키 리졸브’가 어떻게 북침군사연습인가. 사고의 균형이 무너져도 어떻게 그렇게 형편없이 무너질 수 있으며 사고와 발상, 언동이 비틀어져도 어떻게 그렇게 비틀어지고 꼬일 수 있는가.

북의 핵보유는 그들 안보의 철옹성을 더 튼튼히 한 것이 아니라 고립의 울타리만을 높게 만들어 놓았다. 저들은 이미 붕괴된 경제와 무너진 ‘인민’의 생존기반, 그들이 자초한 고립의 심화로 정권 존립의 정당성과 지속성을 상실했다. 핵개발은 그 같은 정권 존립을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지만 거기에 들어간 자원의 낭비로 도리어 정권의 기반을 취약하게 했으며 정권의 수명을 단축시켜 놓았다. 저들이 사는 길은 핵을 포기하고 우리 정부가 제시한 ‘신뢰 프로세스’를 받아들이며 폐쇄의 문을 열고 개방에 나서는 길일 것 같은데 저들은 그것이 더 빨리 죽는 길이라고 생각하는가. 이판사판인가. 중국까지 가세한 유엔 안보리의 제재의 울타리 안에서 벌어지는 저들의 광분과 날뜀은 진정될 기미가 없다. 우리 눈에 분명히 보이는 저들의 살 길은 핵개발이나 우리를 향한 도발이 아니라 명백히 반대의 다른 길임에도 저들의 선택은 잘못됐으니 저들을 어떻게 깨우쳐간단 말인가. 우리의 짐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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