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에서 판매하는 품목을 조정하기 위해 지난해 11월에 한국중소기업학회에 용역 의뢰한 결과가 나왔다. 콩나물, 배추, 고등어 등 51개 품목이 해당되는데, 4월중에 공청회를 열고 시민의 의견을 청취한 후 확정 품목에 대하여는 판매를 제한할 방침이라 한다. 이러한 내용이 알려지자 전통시장 상인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있으나 소비자와 유통업계가 크게 반발하면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이번 서울시의 용역과 특정 품목의 판매금지 계획은 전통시장과 골목 상권을 살리기 위한 조치로 이해되지만, 많은 소비자들은 소비자 실상을 모른다며 황당해하고 비난을 퍼붓는다. 특히 직장 주부들은 퇴근시간 후나 주말을 이용해 한꺼번에 시장을 보는데, 서울시 계획안대로 된다면 대형마트에서는 콩나물·배추·두부·계란·고등어·멸치 등과 심지어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구입할 수가 없다. 그렇게 되면 여기저기서 장을 봐야 하는 등 예사 불편한 게 아니다.

현재 동네 곳곳에 대형마트가 들어서고 소비자 이동으로 전통시장과 소규모 슈퍼마켓 상인들은 생계를 위협받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대형마트나 SSM이 의무적으로 휴업을 하도록 조치했고, 이에 따라 매월 2·4째 일요일에는 의무휴업을 하고 있다. 또한 일부 지역에서는 정상 영업을 하는 날에도 오전 0시부터 오전 8시까지는 영업을 하지 않아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에 협력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소비자의 불편이 크다.

주부들의 장보기는 가장 편리한 시간과 장소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위생 상태의 안전성을 믿고 물건을 사게 마련이다. 서민들도 값싸고 질이 좋은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대형마트를 자주 찾는다. 지금처럼 의무휴무제 등 규제로 대형마트가 시설 투자에 부정적이고 신선식품 폐기 등 물가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실정에서 이 점을 아는 정부 관리는 “영업 규제는 과격한 정책”이라는 시각인데, 판매 품목까지 제한하는 게 과연 소비자를 위한 것인지 되묻는다. 전통시장이 자구책 없이 대형마트 등에 대해 규제를 통한 반사적이익만으로는 소생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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