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현 주필

 
국민들은 작금의 국회의 행태에 한숨을 짓는다. 새 정부의 출범조차 뒷받침을 못하는 국회는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하다는 것이 국민들의 생각 아닐까. 국회는 통치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만을 본령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통치가 헌법가치에 충실하게 잘 이루어지도록 입법 권능으로 뒷받침해야 할 의무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럼에도 지금의 국회는 새 정부가 첫 걸음도 떼어 놓을 수 없도록 발목을 잡고 늘어져 정부 기능을 마비시켜 놓았다. 정략적인 사보타지다. 이것이 국회가 할 일인가.

이에 대해 국민들이 뭐라 하는지 길을 막고 물어보라. 새 정부가 제시한 정부조직 개편안이 야당의 마음에 안 들어 논란이 벌어질 수는 있다. 그 점은 이해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에게 표를 찍은 국민이나 안 찍은 국민이나 새로운 기대를 갖고 모두가 갈망하는 새 정부 출범 자체를 제때에 이루어지지 못하도록 무산시켜서야 되는 일인가.

두 말할 것 없이 새 정부의 조직은 국가 경영을 새롭게 책임지는 새 정부 수장의 국가 경영철학과 시정(施政) 구상이 반영된 것이다. 그것은 이미 선거 과정에서 공약으로 제시되어 국민의 지지를 받은 내용을 포함하는 것이기도 하므로 존중받는 것이 마땅하다. 따라서 국회는 이를 흔쾌하게 통과시켜주는 것이 백번 옳다. 그렇지 않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처럼 선거에서 져 집권에 실패한 야당이 자기 입맛대로 정부 조직을 좌지우지 하려는 것은 그 명분을 뭐라고 둘러대든 결코 사리에 맞지 않는다. 제발 정략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국민에게 한번 물어보고 확인해볼 일이며 국민의 뜻에 따르라.

국정에 대해 궁극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은 대통령이다. 그런 대통령이 새 정부를 끌고 가려는 철학과 신념, 그리고 참신한 의욕으로 정부 조직 개편안의 원안에 집착하는 것은 충분히 납득이 간다. 그것을 두고 야당이 ‘불통’이니 뭐니 하며 비난하지만 그것을 존중해주지 못하는 협량한 야당의 ‘불통’은 국민의 뜻을 몰라도 너무나 모르는 터무니없는 ‘불통’이다. 국민이 어느 쪽을 더 나무라는지 이거 역시 국민들에게 한번 물어보라. 대답은 자명하다.

세계의 시선이 여성 대통령의 새 정부가 탄생한 한국을 지켜본다. 그러니 나라의 체신을 생각해서 소란스럽기 마련인 민주주의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일사 분란한 모습만을 보여주자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아니지만 새 대통령 리더십의 진면목에 정략적으로 부질없이 상처가 가게 하거나, 적대감으로 대치한 분단국가의 옹색한 입지에서도 활짝 꽃을 피워가는 우리의 민주 정치 역량을 얕잡히어 좋을 일이 무엇인가는 항상 마음속에 새겨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온 역사가 파란만장하고 또 앞으로 살아갈 길이 그에 못지않을 것으로 본다면 우리는 소중한 우리의 민주주의의 가치를 사회 갈등의 해소와 국민화합을 위해 슬기롭게 승화시켜나가는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다. 더구나 불행한 우리의 반쪽인 ‘북’을 품에 안아 통일을 이루어야 하는 숙원을 안고 있는 우리로서는 그 점에 대해 아무리 강조한들 넘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국운을 융성하게 개척해 나가는 데 있어 대통령과 여당의 리더십과 정치역량은 결정적인 것이지만 똑같이 국가 운명에 대해 책임을 지는 야당의 역할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새 정부의 출범 자체를 무산시킨 야당의 ‘불통’은 더더욱 실망스럽다. 그렇다 해서 대통령의 눈치나 살피며 야당과 티격태격 싸움질이나 해온 여당이 새 정부를 제때에 출범시키지 못한 국회의 중차대한 책임의 방기(放棄)에서 자유로울 수는 물론 없다.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나서 국회에 정부 조직 개편안의 통과를 강하게 압박한 것은 어디 야당만을 겨냥한 것인가.

우리는 시간을 압축해 산업화와 민주화의 역사적인 과업을 이루어 오면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역동성과 긴장감을 보여주었다. 한마디로 시대 상황의 급변과 와류(渦流) 속을 살아왔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바뀌었던 정부 조직 개편도 따지고 보면 다 그 같은 배경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유가 있는 일이었다. 그러니까 정부 조직의 개편은 새 정부가 들어설 때든 국정 운영의 과정에서든 그때마다의 시대상황과 시대정신, 그리고 그것에 바탕을 둔 새 집권자의 국가 경영 철학과 신념, 의욕의 산물인 것이다. 그것이 헌법 가치를 벗어나지 않는 한 야당으로부터도 존중받아야 하는 것은 상식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일이다. 더구나 그것이 신선한 의욕을 갖고 출범하는 새 정부의 특별한 경우의 것이라면 반대만 하는 야당의 타성과 정략으로 발을 걸어서는 국민의 지탄을 피할 수 없다.

이 순간, 나라 안팎의 정세가 들끓는다. 3차 핵실험으로 유엔 안보리의 강한 제재를 받게 된 북은 조여 오는 고립의 울타리 안에서 우리를 향해 협박의 강도를 높여간다. 드디어는 정전협정을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엄포를 놓기에 이르렀다. 미‧일과 중‧러의 대립구도가 굳어져 가면서 우리의 지정학적 입지가 미묘하고 위험하며 어려워진다. 안으로는 경제의 돌파구를 열어야 하는 것과 함께 일자리 창출이 급하고 민생은 정부의 각별한 보살핌과 새 정부 복지 정책의 수혜를 요구한다. 일일이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우리가 새 정부 기능의 정상화가 화급한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그런데 국회가 저렇게 사보타지로 세월을 보내고 있으니 이를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국민이 호된 매를 들고 나서야 하는가. 그러기 전에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새 정부가 요구하는 원안대로 정부 조직 개편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옳지 않을까. 다만 시행 과정을 보면서 재심의하고 재론할 기회를 갖기로 하는 조건부에 야야가 합의한다면 야당에게 반대의 덫에서 빠져나올 퇴로를 열어주는 것이 될까. 답답하고 걱정스러워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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