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익 정치평론가
정부조직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의 일정도 잡히지 않은 가운데 박근혜 정부의 앞날이 순탄하지 않을 것 같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가 이렇게 혹독하게 시련을 받은 과거의 전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야당의 발목잡기라는 평가도 있을 법하다.
이 정도면 발목 잡는 정도가 아니라 몸통을 잡아당기는 수준이다.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통치의 근간을 세우기 위해서 야심차게 준비한 미래창조과학부의 존치이유와 업무범위에 관해서는 야당과도 충분히 교감을 하고 있다고 보인다. 실례로 야당은 미래창조과학부의 방송에 관한 업무 전반을 방송통신위에 그냥 두자는 입장이었는데 여야의 막후교섭과 조정을 통해서 상당부문 해소된 것이 이를 반증한다.
야당은 방송망의 인‧허가권과 광고수익에 대한 권한 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최대 쟁점이 되는 이 부분을 두고 여야의 양보 없는 주장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 문제는 야당이 걱정할 만한 여지는 있다고 본다. 인‧허가권과 광고부문을 정부부처에 두면 방송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가능해지고 방송의 중립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 여당의 주장은 지금 시대에 방송통제가 가당키나 하는 말이냐고 반문한다. 민주화 시대에 방송장악이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법률로써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이 많은데 정부가 그런 시도를 할 것이라고 믿는 야당의 정치공세일 뿐이라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를 초기부터 길들이려고 시도하는 야당의 전략과 처음부터 야당에 밀리면 통치기간 내내 밀릴 것이라고 우려하는 정부의 판단이 서로 충동하고 있는 양상이다. 야당은 말로는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바란다’고 하지만 속내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민주당은 비상대책위를 가동하고 있는 한시적인 체제이고 곧 다가오는 보궐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현 정권과 여당에 대한 공세의 끈을 쥐고 있어야 한다는 판단도 있을 것이다. 정부조직법을 통과시키지 않고 손에 쥐고 있으면 야당도 비난을 받겠지만 정부, 여당에는 치명적인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에 정부, 여당의 양보를 받으려고 시간을 끌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몸통잡기 전략은 민주당내에서는 정부, 여당에 대한 전투에서 승리했다고 말할지는 모르지만 국민들의 생각은 민주당의 행태에 대해서 그렇게 좋은 평가를 하지 않고 있다고 보인다. 안철수 교수가 보궐선거에 나서겠다는 발표를 보면 정치 불신에 따른 반사이익을 안철수 교수가 얻을 가능성도 있다. 여론조사 결과가 그렇게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새누리당이 40% 지지이고 안철수 신당이 무려 29%의 지지를 받고 민주당은 겨우 11%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의 정부에 대한 몸통잡기 전략이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다.
민주당 지도부는 새정부 출범의 길을 터주고 난 다음에 시시비비를 가리고 비판의 기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 내부의 강경기류가 대세인 듯 보이지만 민주당 의원 개개인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현 상황을 우려스럽게 보는 민주당 의원들도 많다는 사실이다.
정부에 대한 비판의 시기가 너무 이르다는 점과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새 정부초기에 대한 과도한 간섭과 견제가 언제든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민주당은 다수 국민이 지지한 새 정부에 대한 예의와 배려가 부족하다고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