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을 숨기고 결혼하고, 치료에도 소극적인 배우자에 대해 혼인파탄의 책임을 인정한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정승원 부장판사)는 부부가 혼인 파탄책임이 상대방에게 있다고 서로 주장하며 제기한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에서 평소 우울증이 있었던 아내 A씨에게 혼인파탄 사유가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27일 밝힌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남편 B씨와의 8년의 연애기간 동안 우울증 증상으로 수차례 치료를 받아 왔으나 완치하지 못한 상태에서 병력을 숨기고 결혼식을 올렸다.

A씨는 결혼생활 중에 음주와 흡연을 하고, 가족들에게 거짓말을 한 뒤 밖으로 나가 PC방에서 오랜 시간 보내다가 담배냄새를 풍기며 들어오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남편, 시부모와 갈등을 빚게 됐다.

결국 A씨는 분가를 했고 또다시 호흡곤란, 우울증, 공황발작 등의 증상을 겪다가 남편과의 사이가 악화돼 이혼 얘기가 나오자 ‘정말 잘못했다. 앞으로 우울증 치료를 성실히 받아 완치하고 가출이나 음주·흡연을 하게 되면 남편이 하자는 대로 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A씨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고 부부싸움을 한 후 집을 나가 별거하게 됐다. 그 후 A씨는 남편과 시부모의 주거지로 찾아가 “아이를 빼앗겼으니 데리고 나올 수 있도록 해 달라”며 경찰을 부르는 등 소동을 일으켰고, 수차례 남편에게 “자살하겠다, 패가망신 시키겠다, 너 때문에 우리 어머니가 죽었다”는 내용으로 위협하며 위자료 30억 원을 요구했다.

또한 남편의 직장동료, 직장상사 등에게도 수차례 전화를 걸어 “남편이 때리고 부당한 대우를 했다”고 말했으며 폭행을 당한 일이 없음에도 진단서를 발부받고 남편을 상해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A씨가 결혼 전부터 앓고 있던 우울증 및 공황장애 등이 완치되지 않은 채로 잠복하여 있다가 다시 발병하여 문제를 일으켰으며, 자신의 정신적 문제를 인지하고서도 성실하게 치료받아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할 의지를 가지지 않고 문제를 방치한 점이 인정된다”며 “또한 남편과 시부모를 상대로 허위 고소, 신고 등을 수차례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남편이 아내를 학대한 것처럼 허위내용을 알림으로써 혼인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파탄 상태에 이르게 한 사실도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에 재판부는 남편을 자녀의 친권자로 지정하고, A씨에게는 “위자료 1억 원을 남편에게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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