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 신뢰회복의 한 방안인 IT산업의 교류

석호익 통일IT포럼 회장 前정보통신정책 연구원장

 
북한은 지난 12일 국제사회의 잇단 경고에도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UN은 안전보장이사회를 긴급 소집해 강도 높은 대북제재를 논의하고 있고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중대한 조치를 하겠다고 한다. 중국도 북한 핵실험을 반대해 왔으므로 과거와는 달리 UN의 북한제재 결의안을 무조건 반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다음 날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인이 만나 강력한 대응 방침을 천명하는 등 박근혜 정부 출범과 동시에 남북관계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도 급랭하고 있다.  

박 당선인은 인수위 외교국방통일분과 국정과제 토론회에서도 “북한이 4차, 5차 핵실험을 하더라도 협상력은 높아지는 일이 없을 것이며 이는 국제사회에서 외톨이가 되고 국민의 궁핍과 국력 소모로 스스로 무너지는 길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북한은 금년 신년사에서는 남북대결 상태를 해소하자는 유화 제스처를 보여주기도 했다. 19년 만에 재개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육성 신년사에서 한국 정부에 대한 원색적 비난 없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을 표현한 바 있다. 그럼에도 작금에 보여주는 북한 당국의 행동은 이와는 정반대로 대치되는 것이다.

북한 당국은 진정성 있는 행동이야말로 남북관계 개선과 교류협력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회복하고 북한의 생존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선택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고, 김정은 체제의 북한을 상대로 하게 될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도 현 정부의 대북강경 일변도 정책도, 국민과 참여정부의 햇볕정책도 아닌 새로운 제3의 대북정책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새 정부가 기본적으로 강력한 억제에 기초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핵심 대북정책 기조로 정한 것은 매우 적절하다고 하겠다. “이번 북한 핵실험은 이런 신뢰 프로세스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박 당선인은 우려하면서도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일정 부분 영향이 있겠지만 큰 틀에서 변할 것이 없다”고 선을 그은 것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고자 한다면 확실한 기회와 지원이 따를 것이라는 신뢰를 만드는 게 신뢰 프로세스의 중요한 철학이라고 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에 필자는 남북한 당국은 본격적인 정치, 경제교류에 앞서 남북한에 서로 도움이 되는 IT산업의 교류부터 시작해보는 것이 상호 신뢰회복의 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의한다. IT산업의 교류는 남북한에 서로 도움이 되므로 남북한 신뢰를 쌓아가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북한의 개방을 위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이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남북분단 이후 모든 분야에서 그렇지만 특히 IT분야는 변화 속도가 빠르므로 시간이 지나면서 용어 차이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통신방식과 기술방식이 다르므로 통일 이후를 위해서라도 남북한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고 상호교류를 통해 그 차이를 좁혀나가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순수 민간차원에서 용어의 표준화부터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 방법의 일환으로 평양 과기대 등에 IT관련 서적을 기증하면 이 책으로 공부하는 학생을 통해 자연스레 용어를 비롯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연변 등 제3지역을 통한 소프트웨어 개발에 북한의 우수인력 활용이나 공동컨퍼런스 개최 등 의지만 있으면 서로의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구체적인 교류 방안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앞선 우리의 IT기술을 전수해 주면서 자연스레 북한을 개방화시키고 우리는 한민족이라는 동질성을 곤고히 하는 또 하나의 성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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