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남 에듀윌 대표 한양대 특임교수

 
층간 소음 갈등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자 급기야 정부가 나서 대책을 내놓았다. 내년 상반기까지 층간 소음 규제방안을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층간 소음의 문제를 서로 간의 대화와 배려로 극복한 사례도 있다. 경기도 하남시의 한 아파트는 주민들 스스로 층간 소음 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켜 자율 조정을 해나갔다고 한다. 그러자 한 달에 많게는 20건씩 발생하던 층간 소음 민원이 1~2건으로 크게 줄었고, 무엇보다 주민들 의식에도 변화가 생겨 스스로가 이웃에 층간 소음 스트레스를 주지 않도록 조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서로 간의 대화와 이해, 그리고 배려만으로 층간 소음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이것이 갈등과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본적 출발점이라는 것에는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층간 소음의 문제를 이야기하며 서로 간의 배려 부족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말이 있다. 혼자 살아가는 삶이 아닌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삶 속에서 배려는 나뿐 아니라 상대도 기분 좋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그리고 배려는 선순환을 일으켜 기대 이상의 긍정적 결과를 가져온다.

회사에서 갑자기 몸이 아파 병원을 가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고 가정해 보자. 상사에게 “부장님, 몸이 아파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을 때 상사가 “이런, 많이 아픈가? 건강이 제일인데 어서 병원에 가서 진료받도록 해요” 하고 말한다면 자신을 배려해 주는 상사에 대한 고마움에 앞으로 건강에도 신경 쓰고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일도 많은데 갑자기 병원에 간다고 하면 어떡해. 그러니깐 평소에 건강관리를 잘 했어야지. 업무에 문제생기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해”라고 말한다면 업무 중간에 병원에 가야 한다는 미안함보다는 상사에 대한 원망이 더 크게 느껴져 일에 대한 태도로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배려 깊은 사람이 되기란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만 갖는다면 충분히 실행할 수 있다.

문을 열고 나갈 때 뒷사람을 위해 잠시 문을 잡아주는 것, 지하철에서 통화는 작은 목소리로 짧게 하는 것, 소방차가 지나갈 때 길 터주기를 하는 것 등이 모두 배려라고 볼 수 있다. 조금 편하고 싶은 마음에 혹은 불편을 감수하기 싫어서 하는 행동들은 앞서 본 층간 소음의 문제처럼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수 이승기는 ‘눈높이 배려심’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한 학예회에 참석해 아이를 위해 허리를 숙이고 눈을 맞추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런가 하면 배우 이광수는 키가 작은 스태프를 위해 키에 맞춰 다리를 벌리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어 이목을 모았다. 이런 뉴스들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대부분 인간적인 훈훈함을 느꼈을 것이다. 최근에는 주차장 천장에 주차 칸칸마다 등을 달아 고객이 주차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돕고, 여성고객을 위해 쇼핑카트의 중량을 줄이는 등 작은 배려를 마케팅에 반영해 좋은 반응을 얻어낸 기업의 모습도 찾아 볼 수 있다.

배려는 모두가 웃을 수 있는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세상이 날로 각박해진다고 안타까워만 하지 말고 나부터 배려 깊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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