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관계의 안전판 역할

▲ 지난 8일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에서 차량이 개성공단으로 출경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북한 3차 핵실험을 둘러싼 남북 간 대결 양상이 언제 개성공단으로 불똥이 튈지 모르는 상황에 처했다.

지난 6일 북한의 내각 기관인 민족경제협력위원회(민경협)는 대변인 담화를 통해 “만일 그 누가 어떤 형태라도 개성공단을 조금이라도 건드린다면 개성공단에 대한 모든 특혜를 철회한 뒤 그 지역을 군사지역으로 다시 만들겠다”며 협박했다.

이러한 북한의 반발은 앞서 지난 4일 통일부가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3차 핵실험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관련해 ‘개성공단 등 대북 반출 물품에 대한 점검을 강화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당시 통일부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업무보고 자료에서 “유엔 대북제재 결의를 효과적으로 이행하고 도발에 상응한 대가를 부과할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연초부터 남북 간 긴장의 중심에 놓이게 된 개성공단. 하지만 올해는 개성공단에 대한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개성공단을 착공한 지 10년째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23일 현대경제연구원·산업단지공단 주최로 열린 ‘개성공업지구 사업의 발전과제 세미나’에서 토론자로 나선 서호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은 “지난 10년간 개성공단은 대표적인 남북협력 사업으로써 기본적인 산업단지의 면모를 갖추고 안정적인 정착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개성공단 사업이 시작되기에 앞서 1998년 11월 금강산 관광이 시작됐다. 이어 2000년도에는 제1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됐고 2003년 6월 개성공단 1단계 개발 착공식을 시작으로 개성공단 사업이 본격적으로 가동됐다. 이후 2004년 12월 개성공단에서 첫 제품이 생산돼 남측의 백화점에서 ‘통일냄비’라는 이름으로 판매됐다.

그러나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으로 남북관계가 악화됨에 따라 남북경협도 점차 동력을 상실했다. 결국 2010년 천안함 폭침까지 발생해 이에 대한 제재로 5.24조치가 발표됐고 이후 개성공단을 제외한 모든 남북경협은 단절됐다. 하지만 북한은 5.24조치를 취한 직후에도 ‘개성공단 개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그만큼 개성공단은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이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사업이 됐다.

실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로 남북한 군사적 긴장이 극에 달할 때도 개성공단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 정부도 5.24 조치 당시 남북 간 긴장완화를 위해 폐쇄하기보다 남겨두기로 했다.

개성공단이 남북 간 경제에 기여한 바도 적지 않다. 개성공단의 지난해 연간 생산액은 5억 1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현재 개성공단 교역액은 18억 1000만 달러로 남북한 총교역과 상업적 거래의 99% 이상을 차지했다. 공단 근로자 규모는 지난해 말 남한 기업 123곳(779명), 북한 5만 3000여 명이 고용돼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현재 10개 입주기업 중 9개 기업이 증설 계획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면 개성공단 활성화가 더욱 필요하다는 의견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지난 7일 열린 ‘개성공단포럼’ 발제에서 “그동안 남북관계가 수많은 위기와 부침을 겪었지만 견조한 성장을 유지하고 안전판 구실을 하며 평화적 편익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또 “개성공단은 남한이 북한을 지원하는 단순 경협사업이 아니라 남한에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며 북한의 시장경제 학습장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3일 열린 ‘개성공업지구 사업의 발전과제’ 세미나에서 서호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은 개성공단 사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북한 근로자 채용·관리의 후진적인 노무제도와 관례, 개성공업지구 세금규정 시행세칙 등 기존 문제점을 개선해 질적인 내실화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창근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은 수출경쟁력 강화와 국제 기준에 의한 제도 개선, 지식기반 환경구축을 통한 첨단산업 유치 등을 개성공단 사업 활성화 방안으로 꼽았다.

조봉현 기업은행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개성공단은 통일로 가는 관문으로 자본주의 기업경영방식의 학습장”이라며 “남북한 관계 회복은 개성공단에서 시작해야 하고 남북이 함께 성장하고 통일을 위해서는 개성공단의 지속발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성공단을 통일의 전초기지로 만들기 위해서는 개성공단을 북한의 여타 지역 사업과 적극 연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개성공단 경영경험이 북한 전 지역에 전파되면 북한의 산업경제가 살아나고 이는 결국 통일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개성공단을 모델로 한 업종별 소규모 공단을 조성하고, 개성공단 2단계 개발 및 제2개성공단 착수를 통해 해외 진출 중소기업의 유턴기지로 육성함으로써 개성공단을 지속 가능하게 발전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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