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의원 원장

 
“가슴이 답답하고 숨쉬기가 힘듭니다!” 30대 초반의 가정주부 A씨가 진료실로 들어오자마자 털어놓은 첫 마디다.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이 분은 진료과목을 잘못 선택한 것 같다. 심장내과 전문의에게 갔어야 할 환자인 것 같다. 그런데 A씨의 말을 끝까지 들어 보자. “1년 전부터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고 숨도 쉬기 힘들어져서 응급실에 갔는데 아무 이상이 없데요. 그래서 여기저기 내과에 다녀 보니 역시 별 이상이 없다는 것이에요. 그런데 안심이 되기는커녕 더 불안해지는 겁니다. 그러던 중에 내과 의사 한 분이 정신건강의학과로 가 볼 것을 권유하는 것이에요.”

이쯤 되면 A씨의 진단이 내려질 수 있다. 이 분은 ‘공황장애(Panic Disorder)’ 환자였다.
공황장애는 전 인구의 1.5~3%가 가지고 있는 정신건강 질환이다. 이유 없이 갑자기 불안이 극도로 심해지면서 숨이 막히거나 심장이 두근대고 죽을 것만 같은 극단적인 공포 증세를 보인다. 그런데 그 증상이 꼭 심장질환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환자들은 응급실에 달려가거나 혹은 내과에 들러서 여러 검사를 받는다. 그렇지만 이 질환은 심장질환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그리고 그 증상이 하루 종일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10분에서 1시간 정도의 시간 이내로 생겼다가 사라진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다음에 언제 어떻게 증상이 생길 줄 몰라서 걱정하게 되는 ‘예기 불안’이 심해진다.

그 결과 환자는 혼자서 다니기를 두려워하고 사람이 많은 곳을 꺼려하게 된다. 왜냐하면 그 증상이 있을 때 도움을 받지 못하거나 사람들 사이에서 빠져 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이를 ‘광장 공포증’이라고 한다. 그리고 앞에서 말한 심장병과 유사한 증상은 발작적으로 생기기 때문에 ‘공황 발작’이라고 불린다. 이와 같이 공황장애는 공황 발작, 예기 불안, 광장 공포증의 세 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다.

공황장애의 치료 방법으로는 약물치료와 함께 인지행동치료가 효과적이다. 약물치료는 항우울제 및 항불안제를 병용 투여하는 것이 원칙이며, 대개 투여한 지 3~4주 지나서야 효과가 나타난다. 회복 후에도 6~12개월간 유지 치료를 받아야 좋으며, 그 이후 서서히 감량한다.

인지행동치료는 환자가 가지고 있는 잘못된 관념이나 지식 그리고 행동을 수정해 준다. A씨의 경우 가슴이 조금 답답하거나 소화가 잘 안 되어서 속이 더부룩한 등의 사소한 신체 변화를 심각한 질병과 연관시키면서 매우 불안해하는 잘못된 인지 패턴이 있었다. 전문의는 이와 같은 부정적 인지 방식을 긍정적으로 바꾸어 주고, 공황장애가 전혀 생명에 위협이 되지 않고, 공황 발작 또한 일정 시간 내에 끝이 난다는 것을 교육시킨다. 많은 환자들이 공황발작 중에 ‘이러다 죽는 것이 아닐까?’라는 공포심이 있으므로 불안 및 신체적 증상을 더욱 악화시키곤 한다. 그래서 외출할 때 항상 누군가가 옆에 있어야만 가능했는데, 이는 자신이 쓰러졌을 때 누군가가 자신을 병원에 데려다 주어야 한다는 걱정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러나 공황장애는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병이지 실제로 쓰러져서 정신을 잃는 병이 아니므로 이 또한 지속적 교육을 통해 병에 대한 두려움을 감소시킬 수 있다. 그 결과 A씨는 가까운 거리에서부터 점진적으로 외출을 시도하는 행동요법을 받을 수 있었고, 몇 번의 실패도 있었지만 결국은 혼자서 장시간 외출이 가능해졌다. 또한 발병 전의 A씨는 여행을 좋아했지만, 공황장애에 걸린 후 여행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가족들과 함께 며칠간의 여행을 다녀오는 등 그녀의 삶은 달라졌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에 가기를 꺼려한다. 미친 사람이 가는 곳,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 가는 곳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실제로 외래 병의원을 찾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우울한 느낌, 불안감, 스트레스, 대인 갈등 등의 문제를 갖고 온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상담 및 약물치료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공황장애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잘 치유되는 대표적 질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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